[정책] 연임 성공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비디오게임의 나라 만들 것”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현직 대통령이 현지시간 2022년 4월 24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프랑스에선 20년만에 연임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은 상대 후보였던 르펜과 팽팽한 지지율 줄다리기를 했다.
양쪽 모두 다양한 민심 잡기 공약들이 쏟아냈는데,
그 과정에서 마크롱이 발표한 공약 중 하나는 “프랑스를 게임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게임산업 단체인 SELL(Syndicat des diteurs de logiciels de loisirs-게임프로그램제작협회)이 2022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게임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2021년 56억 5,300만 유로 수준이다.1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2020년에 비하면 2021년의 성장률은 미미한 수준이나, 2021년에도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평가가 나온다. SELL 역시 지난 2년 동안 자국 게임 시장이 13.5% 성장했다는 점을 보고서에서 강조했다.
프랑스 게임 시장 규모 증가 추이 (단위: 백만 유로) 출처: S.E.L.L(2022.03)
2021년 프랑스 게임 시장을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콘솔 게임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액새서리 등을 모두 포함하여 콘솔 게임 시장은 2021년 프랑스 전체 게임 시장에서 49% 비중을 차지한다.2 하지만 2020년보다는 매출액이 1% 감소했다. PC게임은 26%의 비중을 차지한다.3 PC게임 시장의 매출액은 2020년 대비 5% 성장했다. 모바일게임은 25% 비중을 차지한다.4 2020년보다는 매출액이 1%가량 감소했다.
전반적인 성장세 가운데, 소프트웨어 매출은 2020년에 비해 11% 감소한 19억 유로를 기록했다. 2021년 PC와 콘솔을 모두 합쳐 2,400만 개의 게임이 판매되었다. 그 중 82%는 디지털 유통 채널로 판매되었다. 소프트웨어 매출이 감소했지만,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X/S 등 신규 콘솔 플랫폼의 출시 효과가 발생했다. SELL은 보고서에서 게임 관련 하드웨어 판매가 2020년에 비해 22%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게임시장 판매량 순위 출처: S.E.L.L(2022.03)
이러한 맥락에서 SELL은 자국의 게임 시장이 2022년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 보았다. 2021년 콘솔 하드웨어가 시장 성장의 상당 부분을 견인했는데, 공급망 이슈 때문에 여전히 하드웨어 수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편, 2021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타이틀은 <FIFA 22>이다. <FIFA 22>는 패키지와 다운로드 총합 159만 2,206개 판매되었다. 그 뒤를 이어 <마리오 카트8 디럭스(Mario Kart 8 Deluxe)>5와 <FIFA 21>6이 순위권을 채웠다.
프랑스 게임 시장이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지 시각으로 지난 2022년 4월 24일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되었다.
마크롱은 세계 각 국가의 행정 수반 중에서도 게임산업에 관심을 적극 표명해 온 인물로 분류된다. 예컨대, 마크롱은 지난 2021년 5월 자국 e스포츠팀 카마인코프(Karmine Corp)가 라이엇게임즈가 주최하는 EU마스터즈(European Masters) 대회에서 우승하자, 해당 팀에 직접 소셜미디어 DM(Direct Message)를 보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e스포츠팀 카마인코프가 받은 DM(좌)과 e스포츠팀 의류를 착용한 마크롱 대통령(우) 출처: Karmine Corp 공식 트위터 계정(2021.5), WIN.gg(2022.4)
이번 연임을 위한 대선 레이스 기간 동안에도 마크롱은 프랑스의 e스포츠팀 팀바이탈리티(Team Vitality)의 후드티를 입고 여러차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게임팬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또 <마인크래프트>에서 이번 대선의 선거운동을 진행하며 게임 친화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단순히 e스포츠 팀의 팬을 자청하는 모습 외에도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마크롱은 현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을 “프랑스의 문화적 소프트파워”라 강조하면서, “프랑스를 비디오 게임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마크롱이 “우리에게는 2024년 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기회가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하여 ‘CS: 고 메이저스(CS: GO Majors)’, ‘월드오브LOL(Worlds of League of Legends)’, ‘인터네셔널 바이 도타2(International by Dota 2)’ 등 대형 e스포츠 이벤트를 (프랑스에서) 주최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프랑스가 국제 스포츠 대회와 e스포츠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 임기가 2025년까지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Thomas Bach) 회장은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에 관해 여러 차례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렇기에 파리 올림픽 종목으로 e스포츠가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2024년에 올림픽과 함께 다양한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될 가능성은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경기장 및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비용효율 측면에서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대규모 e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마크롱의 연임을 통해 기존에 마크롱 행정부가 발표한 게임산업지원 정책도 지속될 것이라 전망된다. 지난 2월 마크롱 행정부는 게임산업 세금 공제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은 마크롱이 지난 2021년 10월에 발표한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에도 포함된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정책 수혜 기업은 세금 공제를 최대 600만 유로, 약 82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수혜 기업의 선정은 SELL과 프랑스비디오게임협회(Syndicat National du Jeu Vid o, SNJV)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 2030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된 향후 5년간 300억 유로 규모의 메타버스 투자도 순항하게 될 전망이다.
프랑스에는 유비소프트(Ubisoft), 부두(Vodoo)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글로벌 게임업체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또한 현지에서 최근 몇 년간 자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을 예술의 한 부류로 인정하고, 이에 준하는 정책적 지원도 이어져 왔다. 여기에 게임에 친화적 행보를 보여온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5년 더 늘어났다. 이러한 마크롱 행정부의 프랑스가 그가 대선 기간 언급한 바처럼 정말로 “비디오 게임의 나라”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