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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BM] 주류 시장으로 확산하는

게임 모드(MOD) 생태계

원본 게임의 일부 요소를 이용자가 수정하여 새로운 재미나 경험을 부여하는 모드(MOD, modifications)가 최근 주류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소수의 게임 이용자가 애정하는 게임을 좀 더 다채롭게 즐기려고 다루는 정도였던 그들만의 놀이터에서,
최근에는 아예 모드가 게임에 깊이 침투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며 일반적인 게임 이용자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게임업계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전문적인 게임 모드 개발 및 제공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모드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가 보다 쉽게 게임 모드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1소수의 놀이터였던 모드, 주류 시장으로 확산

지금까지 게임 모드는 대부분 특정 게임에 대한 팬 활동의 일종으로 여겨져 왔다. 모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더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이들이 모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모드는 업계보다는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물론 일부 게임사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사 게임의 모드 적용을 허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용자 배려 차원의 시도인 경우가 많았다. 개인 모드 제작자는 순수하게 팬심으로 움직이는 ‘무보수 크리에이터’인 경우가 절대 다수였으며, 모드 이용자도 팬심으로 만들어진 모드를 무료로 소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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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부나 개인 후원 형태로 수익을 얻는 모드 제작자도 존재하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스팀 창작마당(Steam Workshop) 유료화 사태는 모드에 대한 게임 커뮤니티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의 모드 공유 서비스인 창작마당에 유료로 모드를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자, 당시 모드 커뮤니티의 강한 반발로 기능 추가 5일만에 철회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게임 이용자들이 모드를 순수한 팬심에서 비롯된 선의의 결과물로 여겨 왔음이 확인되었으며, 동시에 모드를 무료로만 이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드가 근간이 되는 게임이 크게 확산하면서, 업계가 모드를 바라보는 시각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특히 <마인크래프트(Minecraft)>와 <로블록스(Roblox)> 등 이용자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 핵심인 게임들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게임사가 이용자의 모드 제작 및 배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업체가 직접 모드의 제작과 배포를 지원하고 나서면서, 유료 모드 시장 역시 성장단계에 진입했다.

UGC(user generated content) 및 게임 모드 관련 솔루션 전문업체인 Mod.io의 설립자인 스콧 리스마니스(Scott Reismanis)는 2025년에는 게이머가 모드 등 UGC에 소비하는 비용이 지금보다 400% 증가한 약 2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는 전체 게임 소비액의 1/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팬심에 의지하여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하며 성장해 온 모드 커뮤니티가, 게임사의 적극 지원과 모드 제작자의 수익 추구가 더해지면서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생태계로 변모하기 시작한 셈이다.

2모드 대중화를 부추기는 3대 트렌드
– 모바일, 메타버스, 블록체인

모드 커뮤니티가 과거 팬덤 문화에서 대중적인 게임 소비 방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데는 몇 가지 주요 트렌드가 관여해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드에 접근할 수 있게 한 모바일 환경, 게임을 중심으로 수많은 모드가 공존하며 저마다의 게임 공간을 형성하는 메타버스화, 그리고 모드 제작자의 권한에 힘을 실어줄 블록체인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2.1. 모바일 – PC의 전유물이던 모드의 영역 확대

지금까지 모드는 절대 다수가 PC 환경에서 다뤄졌다. 보안 등의 이유로 플랫폼 통제가 철저한 콘솔이나 모바일 앱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임의로 게임 내 요소를 변조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앱플레이어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게임에도 모드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면서, 보다 많은 이용자가 모드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PC 게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모드가 모바일 게임으로 영역을 넓힌다면, 이용자의 모드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대중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앱플레이어 플랫폼 블루스택(Bluestacks)은 모바일 게임용 모드 제작툴 크리에이터 스튜디오(Creator Studio) 및 모드 공유 플랫폼 크리에이터 허브(Creator Hub)를 출시했다. 모바일 게임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나우지지(now.gg)의 기술을 통해, 클라우드 상에서 게임을 코드, 이벤트, 아트 등 각 부분으로 쪼개어 변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것으로 모바일 게임 스트리머는 자신의 시그니처 마크를 게임에 삽입하거나 고유 이펙트를 넣는 등 개인의 제작물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게임 이용자 역시 좋아하는 게임에 모드를 적용하여 색다른 경험이 가능해졌다.

블루스택의 모바일 게임 모드 플랫폼

출처: Businesswire(2022.2.)

2.2. 메타버스 – 모드 제작에 실질 가치 부여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트렌드에서도 최전선에 있는 게임이다. 이용자는 자신의 아바타로 <로블록스>에서 제공하는 여러 게임에 참여하며 다양한 게임 세상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가 제시하는 “다양한 가상공간을 연결하는 세계”라는 개념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로블록스>의 근간이 되는 각종 게임 요소를 개인이 제작하여 배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업체가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인 게임의 구성요소와 시스템뿐이고, 그 안에서 경험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개인 크리에이터가 창조하여 배포한 UGC에 의존한다. 게다가 개인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창작물을 유료로 판매할 수 있으며, 전문적으로 <로블록스> 관련 창작물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개인이나 개발사도 존재할 정도다. 이용자가 게임을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여 실질적인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메타버스의 또 다른 개념인 “개인의 직접 가치 생산”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드의 제작과 배포는 이 가상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함으로써 “가치있는 행위”로 간주되며, 보다 많은 이용자가 모드 제작 및 소비활동에 참여할수록 <로블록스>는 더욱 메타버스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2.3. 블록체인 – 모드 제작자를 위한 ‘웹 3.0’의 기술 기반

과거 유료 모드 판매는 게임사의 플랫폼 내에서 이뤄졌다. 유료 모드 판매를 허용할지 여부도,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도, 심지어 해당 모드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퇴출하는 것도 업체의 통제 하에 이뤄졌다. 개인 모드 크리에이터는 대부분 팬심으로 활동을 시작하지만, 종종 이런 업체의 강한 통제를 횡포로 여겨 제작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급부상한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게임사 중심의 모드 커뮤니티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이 표방하는 ‘웹 3.0’ 생태계에서 참여자는 모두 가치를 직접 제공하고 소비하며, 가치를 제공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게임사 등 중앙집중적 중개인의 개입 없이, 블록체인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진다.

가령 개인이 모드를 제작하여 게임에 공급할 때, 제작자는 고유의 블록체인 토큰(NFT, non-fungible token)을 생성하여 보유하게 된다. 해당 모드가 게임 안에서 이용될 때마다 블록체인은 이를 기록하며, 제작자 인증서 NFT를 보유한 사람은 이용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과정은 빠짐없이, 투명하게, 자동적으로 이뤄지며, 그 어떤 외부 개입이나 간섭, 혹은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오로지 블록체인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비(gas fee)만 발생할 뿐이다.

‘웹 3.0’에서 게임사는 모드의 제작과 배포에 대한 통제를 잃었을 뿐, 여전히 자기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모드가 빛을 발하려면 원본 게임이 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본 게임의 플레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불법적인 모드는 합의를 통해 퇴출하는 재정자를 자처하여 건전한 커뮤니티 조성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이런 활동 역시 블록체인 상에 빠짐없이, 투명하게, 자동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업체는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모드에 대한 권한을 이용자에게 모두 내주는 대신, 업체에게는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3시사점 – 필요한 것은 모두를 위한 ‘규칙’

과거 게임 모드는 단순히 원본 게임에 약간의 색다른 경험을 부여하여, 좋아하는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는 정도의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앞으로의 게임 모드는 원본 게임이라는 골격에 살을 붙이는 근간 요소로써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게임 모드를 제작하는 게임 이용자 개개인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반면 게임사는 모드에 대한 통제력을 점차 이용자에게 양보하게 될 공산이 크다.

긍정적으로는 개인 모드 제작자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자극하여 풍성한 모드 콘텐츠를 향유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게임사의 통제를 벗어난 개개인의 일탈로 인해 모드 커뮤니티가 타격을 입는 최악의 시나리오 역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결국 게임사와 모드 제작자 및 이용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려면 모드의 통제권을 이용자에게 이양하는 과정에서 상호 합의된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임사의 일방적인 모드 사용 금지로 인해 커뮤니티가 붕괴하는 사례나, 폭주하는 개인 제작자의 저질 모드 양산으로 원본 게임이 타격을 입는 사례 등 예상되는 불협화음은 모두 규칙없이 게임사와 이용자가 제멋대로 행동할 때 발생한다.

이 규칙의 제정을 위해서는 결국 공신력 있는 제 3의 중재자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알고리즘 기반의 기계적인 규칙을 제정하여, 탈중앙화된 모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 대중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규칙 제정 시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국가기관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 모드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인 게임사와 모드 제작자 및 이용자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공정함이 정책기관에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참고자료
  1. Forbes - Game Modding Offers ‘Huge Financial Opportunities’ For Studios In 2022, 2022.04.07.
  2. GamesBeat - BlueStacks launches creator tools for mobile game modding, 2022.02.23.
  3. GamesBeat - Mod.io: How modding is moving into the mainstream of gaming, 2022.04.15.
  4. The Tech Panda - Mobile game modding: Don’t like the way your Free Fire looks on mobile, mod it,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