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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머징마켓

[지역] 자국 규제 피해 해외 시장

주목하는 중국 게임사의 전략

최근 중국은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 공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과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가 겹치면서
중국 주요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콘솔과 PC 기반의 AAA 게임 타이틀을 확대하는 한편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게임 부분을 강화하는 등 지역별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규제 강화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줄도산, 중국과 다른 국가 간 정치·외교적 갈등 등
중국 게임업계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도전 과제도 많은 상황이다.

1중국의 게임 규제 현황

1.1. 게임 판호 발급 중단

중국 게임산업 규제 총괄기관인 국가신문출판서(国家新闻出版署)는 지난 2018년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지칭하는 ‘판호’ 발급을 엄격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당국은 국내외 게임을 불문하고 모든 신작 게임에 대해 판호 심사기준을 강화하거나, 연간 발급 총량을 통제하는 등 판호 발급을 제한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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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문출판서에 따르면 연 평균 7천~8천 건 발급되던 판호는 2017년 9,368건에서 2018년 2,064건으로 급감했다.

국가신문출판서는 2021년 7월 22일 이후 판호 승인을 받은 게임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8년 9개월 간 판호 발급이 중단된 이후 최장 기간 중단된 사례이며, 언제 재개할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인 이유 없이 판호 발급을 전면 금지한 배경은 게임 심의 규정을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후 판호 발급이 중단되었다는 점에서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방지 관련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경제 매체 21세기경제보도(21世纪经济报道)가 2021년 11월 16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중국의 한 게임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당국이 온라인 게임과 관련한 규정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판호 심사 과정 및 기준도 상응하는 조정이 필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게임업무 위원회 관계자 역시 2021년 8월 3일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적정 연령 표시를 위한 시범 작업을 안정적으로 시행한 후, 관련 내용을 판호 심사 시스템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판호 발급이 수개월 째 중단된 만큼 현지 시장은 판호 관련 소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월 21일 판호 발급이 계속 중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홍콩 증시에 상장된 게임기업인 신둥 네트워크(心动公司)와 텐센트(Tencent)의 주가가 전일 대비 각각 11.79%, 5.23% 하락했다. 이에 대해 국가신문출판서가 “현재로서는 명확히 답변할 수 없으며, 현재 정상적으로 판호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해당 이슈는 일단락되었다. 약 1개월 후인 3월 17일에는 1달 이내에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중국 게임주들이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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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1일, 중국 국가 신문출판서는 자국 게임 45개에 대한 판호를 발급하고 게임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받은 XD, 아이드림스카이(iDreamSky), 37게임즈, 유주게임즈(Yoozoo Games) 등의 게임사는 중국 내에서 중소규모에 해당한다. 이는 중국 게임산업의 생태계 붕괴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1.2.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접속 제한

2021년 8월 30일 국가신문출판서는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이용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규 정책을 발표했다.3 이번 정책은 게임기업이 이용자의 실명 인증 절차를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는 한편,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시간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역대 미성년자 게임 중독 방지 조치 중 가장 엄격한 규제로 평가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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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시진핑 국가 주석이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8월 3일에는 중국 관영 매체 경제참고보(经济参考报)가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 ‘신종 마약’, ‘전자 마약’ 등으로 비유한 논평을 통해 중국 미성년자들의 게임 중독 문제를 비판한 바 있다.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한 규정에 따르면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또는 법정 공휴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일 1시간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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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은 개인의 심신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하며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동안 당국은 적정 연령 등급 표시 시스템·실명 인증 관리 시스템 개발, 미성년자의 게임 접속 제한 규정 도입 등 각종 시스템과 정책을 도입했으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존재해 왔다.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해 8월 30일 관영 매체 신화사(新华社) 기자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온라인 게임은 몰입도와 모방성이 강하고 조작이 간편해 이용자가 쉽게 빠져들 수 있다”며, 자아 통제력이 약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와 시스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게임사는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방지를 이행하는 주체로서, 사회적 효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사회적 책임을 자발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며 이번 규제를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에 따른 학습 수준 저하와 심신 건강 저해뿐만 아니라, 이로 야기되는 각종 사회적 문제를 국가, 사회, 기업이 나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다.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비유한 ‘경제참고보’ 기사

출처: 투데이핫뉴스

텐센트, 넷이즈(Netease), 신둥 네트워크, 미호요(Mihoyo) 등 중국 주요 게임기업들은 이번 규정이 발표된 당일, 정부 방침을 준수하겠다고 일제히 발표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성년자는 소비력이 낮고 자사의 핵심 게이머가 아니기 때문에5 이번 정책에 따른 매출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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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텐센트의 게임 매출 중 미성년자의 매출 비중은 6%로 나타났다. 2021년 2분기 역시 16세 이하와 12세 이하의 게임 매출 비중은 각각 2.6%, 0.3% 수준이다.

2중국 게임사의 해외 진출 전략

중국 게임업계는 당국의 엄격한 규제, 신규 인터넷 가입자 증가세 둔화, 치열한 시장 경쟁 등 척박해진 시장 환경을 피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게임시장은 중국 시장에 비해 자유로운 서비스 환경과 방대한 게이머 기반이 장점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미호요, 릴리스 게임즈(Lilith Games), 문툰(Moonton) 등 해외에서 선전하는 신흥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중국 게임기업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가팔라졌다. 당국의 게임 규제에 비교적 여유롭게 대응했던 대기업들도 최근 내수 사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글로벌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2.1. 글로벌 주류 게임시장에 도전하는 텐센트와 넷이즈

중국 게임시장을 주도하는 양대 산맥인 텐센트와 넷이즈는 내수 시장에서 축적한 자본과 기술력을 토대로 해외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양 사 모두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PC와 모바일 부문에 집중해 왔으나, 최근 콘솔 게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솔 게임은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과 글로벌 게이머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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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803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그중 콘솔 게임은 약 28%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2000년 콘솔 게임이 청소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자국 내 서비스를 금지했으며, 2014년에 이르러서야 서비스를 다시 허용했다. 때문에 현지 콘솔 게임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 최고 인기 모바일 e스포츠 게임 <왕자영요(Honor of Kings)>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텐센트는 최근 자사의 핵심 스튜디오인 티미 스튜디오 그룹(TiMi Studio Group)을 통해 PC·콘솔 게임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티미 스튜디오 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애틀7과 로스엔젤레스, 캐나다 몬트리올에 스튜디오를 설립한 데 이어, 북미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독립 스튜디오인 팀 카이주(Team Kaiju), 해외 스튜디오의 기지 역할을 담당할 F1 스튜디오(F1 Studio)8등을 연이어 신설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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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3일 티미 스튜디오 시애틀은 AAA 콘솔 게임 개발을 담당할 핵심 스튜디오다. <헤일로4(Halo4)>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 스콧 워너(Scott Warner)가 티미 시애틀 스튜디오를 진두지휘하며, 글로벌 주요 게임기업 출신 개발진들로 팀이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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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미 스튜디오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설립된 F1 스튜디오의 ‘F’는 ’미래(Future)’를 의미하는데, AAA 게임이 티미 스튜디오의 미래 전략 중 하나임을 상징한다.

텐센트는 지난 2011년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인수 이후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M&A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9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텐센트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월 23일 텐센트가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2021년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텐센트의 게임 매출은 1,743억 위안(약 33조 2,7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성장했다. 이는 해외 매출이 31% 증가한 성과이다.10 <배틀그라운드 모바일>,11 <발로란트(Valorant)>, <브롤스타즈(Brawl Stars)>,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s)> 등 글로벌 서비스 게임이 해외 게임 매출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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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니코 파트너스(Niko partners)에 따르면 2021년 텐센트가 인수합병하거나 투자한 게임은 100개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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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의 중국 내 게임 매출은 1,288억 위안(약 24조 5,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성장에 그친 반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31% 증가한 455억 위안(약 8조 7천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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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크래프톤이 2017년 출시한 PC/콘솔 기반의 게임 <PUBG: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협력해 모바일 버전으로 개발한 게임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버전은 2018년 3월 출시되었으며, 텐센트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다. <PUBG: 배틀그라운드> 기반의 모바일 게임으로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도 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자 인도 정부가 중국산 모바일 앱 사용 금지 조치를 취했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서비스가 금지되었다. 이에 크래프톤은 인도 지역에서의 퍼블리싱 권한을 텐센트에게서 회수한 뒤 <BGMI>를 인도에 출시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단독 개발해 2021년 11월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중국 2위 게임기업 넷이즈는 그동안 텐센트에 비해 글로벌화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캐주얼 게임, 미니 게임 위주로 해외에 수출했던 넷이즈는 2016년 자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음양사(阴阳师)>가 중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등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자, 해외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화 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21년 8월 후즈펑(Hu Zhipeng) 넷이즈 부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자사 게임 매출 중 10% 수준인 해외 시장에서 창출한 매출의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넷이즈가 정조준하고 있는 수출 시장은 <음양사>, <황야행동(荒野行动)> 등 자사의 최신작들이 연이어 흥행한 일본이며, 2019년부터 북미와 유럽으로도 타깃 영역을 점진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흥행한 넷이즈의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황야행동>

출처: 게임레스

넷이즈는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 마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디아블로 등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시장 인지도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2021년 8월 출시된 <이브 에코스(EVE Echoes)>는 스타워즈 IP에 기반한 모바일 게임으로 2022년 3월 기준 글로벌 다운로드 5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자체 개발 및 개발사 투자를 통한 콘솔 게임 라인업 강화 역시 넷이즈의 북미 및 유럽 시장 진출 전략 중 하나다. 최근 넷이즈는 모바일 게임에 비해 취약했던 콘솔 게임의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스튜디오 확충에도 나섰다. 올해 1월 넷이즈는 일본 도쿄에 나고시 스튜디오(Nagoshi Studio)를 설립했다. 나고시 스튜디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고품질 콘솔 타이틀 개발을 담당하며, 세가(Sega)의 대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용과 같이(龍が 如く)>의 디렉터 나고시 도시히로(Toshihiro Nagoshi)를 수장으로 영입했다. 이에 앞선 2020년 6월 넷이즈는 도쿄에 콘솔 게임 개발 전문 스튜디오인 사쿠라 스튜디오(Sakura Studio)를 신설한 바 있다.

그동안 넷이즈의 해외 게임 매출은 일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2020년 넷이즈 해외 게임 매출의 약 60%를 발생시킨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황야행동>의 해외 매출 중 90% 이상이 일본에서 나왔다. 즉, 넷이즈가 해외 게임시장 매출 제고를 위해서는 북미, 유럽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 시장 다각화가 필수 과제인 것이다.

2.2. 동남아 중심의 모바일 게임시장 집중하는 바이트댄스

‘틱톡(Tik Tok)’ 개발사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신 성장 동력으로 게임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매체 36Kr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바이트댄스가 자체적으로 설립하거나 투자한 게임 관련 기업은 28곳이며, 게임 사업 관련 인력만 약 1천 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주얼 게임과 미니 게임으로 게임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바이트댄스는 2021년 2월 게임 사업 브랜드 ‘누버스(Nuverse)’를 론칭하며 미드·하드코어 게임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했다. 2021년 3월에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게임기업 문툰12을 인수하며 글로벌 게임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약 4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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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설립된 문툰은 2016년 출시한 MOBA 게임 <모바일 레전드: 뱅뱅(Mobile Legends: Bang Bang)>(이하 <MLBB>)으로 동남아시아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흥 기업이다.
동남아 인기 모바일 게임으로 부상한 <모바일 레전드: 뱅뱅> 출처: 36Kr

바이트댄스가 거액에 문툰을 인수한 것은 동남아 시장만큼은 경쟁사인 텐센트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MLBB>는 동남아에서 텐센트의 간판 MOBA 게임 <왕자영요>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MOBA 게임으로 부상했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MLBB> 는 2021년 동남아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누적 다운로드 약 4,700건으로 전년과 동일한 2위를 차지했으며,게임 매출 역시 1억 달러 이상으로 2위를 고수했다.

<MLBB>는 바이트댄스가 e스포츠 시장에서 도약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e스포츠 통계 제공 사이트 이스포츠 차트(Esports Charts)에 따르면,2022년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3회 <MLBB> 글로벌 챔피언십’ 결승전 경기의 라이브 스트리밍 동시접속인원은 319만 명으로 역대 글로벌 e스포츠 경기 중 6위, 모바일 e스포츠 경기 중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동남아는 전체 인구 6억 5천만 명 중 디지털 세대인 30세 이하 젊은 층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신흥 디지털 경제시장이다. 바이트댄스는 동남아 지역을 글로벌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삼아 e스포츠, 게임 스트리밍, 숏폼 영상 등으로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3중국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

3.1. 자국의 불확실성 높은 규제 리스크

지난해 중국 정부는 ‘빅테크 때리기’에 나선 한편, 게임뿐만 아니라, e러닝, 부동산, 금융, 영상 콘텐츠 등 주요 산업 곳곳에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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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지난해 7월 24일 중국 공산당중앙판공청(中共中央办公厅)과 국무원판공청(国务院办公厅)은 학생들의 과도한 숙제 및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해 예체능을 제외한 초·중등 교과목의 사교육을 전면 규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교육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하던 중국 에듀테크 시장은 이번 사교육 금지 정책 발표로 급격히 위축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시장 규제는 올해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사회 안정과 집권력 강화를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 불안 요인을 엄격히 차단해 안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게임·영화·드라마 등 대중적인 영향력이 큰 문화 콘텐츠를 규제해 사상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게임시장은 올해도 규제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할 전망이다. 특히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한 제도 및 시스템적인 장치가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연말 열린 ‘2021년 중국 게임산업 연례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 선전부(中宣部) 출판국 양팡(Yang Fang) 국장은 “국가신문출판서는 내년 온라인 게임의 콘텐츠 임의 변경·무허가 게임 출시 등 위법 행위를 근절하고, 콘텐츠 품질의 최저 기준을 마련해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3월 14일에는 중국인터넷정보사무소(中国网络信息办公室)가 온라인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등 서비스 제공 기업이 청소년의 심신 보호를 위해 ‘청소년 모드’를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법안의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초안에 따르면 ‘청소년 모드’에는 특정 콘텐츠 및 기능, 사용 시간, 결제 등이 제한된다. 2021년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 아이치이(iQIYI) 등 대형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위주로 적용 중인 ‘청소년 모드’를 모든 게임 및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조치다. 또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뿐만 아니라, 모바일 단말 및 컴퓨터 하드웨어 제작 및 판매 기업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3.2. 강한 규제로 인한 산업 생태계 붕괴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강화로 시장 경쟁력과 자금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받았다. 특히 판호 발급이 전격 중단된 이후, 기존 게임 IP를 활용해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신수익원을 확보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에 따르면 2021년에만 약 1만 4천 곳에 달하는 중국 게임기업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시스의 랴오쉬화 애널리스트는 “판호 발급 중단으로 게임시장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이 사업 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철회 또는 감원 사례가 흔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월 중국 IT 매체 판데일리(Pandaily)에 따르면, 최근 넷이즈, 릴리스 게임, IGG 등 중국 유명 게임 기업들도 개발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미디어 리서치(iiMedia Research)의 장이(Zhang Yi) 수석 애널리스트는 “당국이 판호 발급을 중단한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폭증한 중국 게임 개발사들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당국 입장에서 ‘오락’은 필수적이거나 우선적인 분야가 아니므로 그렇게 많은 기업이 게임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게임시장의 성장 공간이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텐센트와 넷이즈가 시장의 약 70%를 장악한 상황에서14 당국의 고강도 규제는 산업 생태계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려는 당국의 의도와 달리, 다양성과 참신함을 내세운 우수 중소기업조차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다면 산업 생태계의 받쳐줄 ‘허리’가 취약해져 결국 소수의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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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Analysys)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텐센트와 넷이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54.46%, 15.29%로 나란히 1, 2위를 고수

3.3. 주변국과의 정치·외교적 마찰

중국과 다른 국가 간 정치적 또는 외교적 갈등은 중국 게임의 글로벌화를 제약하는 대외 리스크로 평가된다. 이러한 대외적인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아무리 인기 있는 서비스라도 현지 시장에서 즉각 퇴출될 수 있기 때문에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2020년 6월 틱톡 등 중국산 앱에 대해 자국 내 서비스를 금지시켰다. 시장조사기관 앱스플라이어(AppsFlyer)에 따르면 중국산 앱의 인도 모바일 앱 시장 점유율 역시 2019년 38%에서 2020년 말 29%로 하락했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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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도에서 퇴출된 중국산 앱은 270여 개에 달했다.

인도의 중국산 앱 금지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바이트댄스이다. 바이트댄스에게 인도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글로벌 다운로드 중 약 30%가 인도에서 발생했다. 틱톡 인도 사무소 직원 약 2천 명 중 필수 인력을 제외한 1,900명을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도 인도의 중국산 앱 퇴출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도는 지난 2월 중국 모바일 앱 54개를 추가 금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싱가포르 게임기업 가레나(Garena)가 개발한 게임 <프리 파이어(Free Fire)>도 포함됐다. 가레나의 모기업인 씨(SEA)는 바로 텐센트가 최대 주주로서 1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니코 파트너스에 따르면 인도 게임시장은 5억 3,400만 달러에서 올해 10억 달러까지 팽창하며, 게이머도 올해 4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게임기업들은 국가 간 정치·외교적 분쟁의 영향으로 잠재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

3.4. 자국 문화 우월 인식에 대한 해외 이용자들의 반발

중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중화사상이 게임 콘텐츠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1년 3월 15일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새로운 게임판호 심사 기준 항목을 발표했다. 새 평가기준은 ‘독창성, 제작 품질, 이념, 문화 함양, 개발 정도’ 등 5가지 분야로 나뉜다. 그 중 ‘문화 함양’ 분야에는 중국의 우수 문화를 알릴 수 있는지도 포함됐다. 해당 기준은 2021년 4월 1일부터 시범 도입됐다.

콘텐츠 수출과 관련해서도 중국 정부는 ‘우수한 문화 콘텐츠’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우수 수출 기업에 자금 및 정책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당국과 업계는 게임은 전파 효과와 영향력이 큰 문화 콘텐츠로서 우수한 중국 전통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자국 문화 우월주의 사상을 노골적으로 담거나 현지 문화를 왜곡하는 게임일 경우, 해외 이용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관련 게임이 서비스 중단, 불매 운동 등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게임기업 페이퍼 게임즈(Paper Games)는 지난 2020년 10월 모바일 게임 <샤이닝 니키(Shing Nikki)>를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한복이 중국 고유 의상이라는 중국인들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결국 출시 2개월 만에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4시사점

2018년부터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게임업계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해외 시장은 판호 없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고, 각종 디지털 광고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글로벌 게이머들을 유치할 수 있어 중국 게임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여겨졌다. 중국 게임업계에서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게임의 해외 시장 진출 초기, 개발 비용 및 기간이 비교적 적은 모바일 게임을 내세워 해외 틈새시장을 노리려는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텐센트와 넷이즈를 필두로 한 대기업들도 글로벌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게임 대기업들은 글로벌 인재 영입, 해외 스튜디오 설립, 인기 IP 확보 등에 과감히 투자하며 개발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참전하는 글로벌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변화다. 무엇보다 중국 게임에 대해 ‘베끼기’에만 급급하다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사고의 전환이 우선일 것이다.

텐센트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만저우(Man Zhou)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부문 마케팅 매니저는 “중국 게임의 해외 수출은 대세가 되었다”며, “이는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해외 퍼블리싱 경험 부족으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관측했다.

결국 다양한 취향과 니즈가 공존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어느 국가의 기업이든 자국 내 서비스 경험을 해외 시장에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수를 띄워야 함을 시사한다. 지역별로 다른 게이머의 취향과 소비습관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맞춤형 마케팅 전개, 현지 시장 공략에 필요한 효율적인 조직 구성, 대형 퍼블리싱 플랫폼뿐만 아니라 중소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 기회 모색 등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주목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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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文化产业评论 - 中宣部《游戏审查评分细则》,内容竟如此简单?, 20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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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andaily - China’s Game Industry Faces Massive Layoff Risk, 2022.2.22.
  7. Polygon - China’s gaming crackdown puts 14,000 companies out of business, 2022.1.5.
  8. CNBC - Chinese internet giant NetEase opens another gaming studio in Japan as international push continues, 2022.1.24.
  9. Jiemian.com - 260亿收购沐瞳科技,字节跳动买下国际游戏大盘的“入场券”, 2021.3.24.
  10. Core eSports - 网易游戏出海研报:自研深耕日本,国际化IP突围欧美, 2022.3.7.
  11. Gamesindustry - The secret to publishing games overseas: Be more local than locals, 2021.4.12.
  12. 아주경제 - “동남아 게임 시장 잡아라” 中바이트댄스, 문톤 인수에 ‘통 큰 결단’, 202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