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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기업] 스웨덴의 게임 M&A 장인

“ 엠브레이서 그룹”의 전략 분석

스웨덴 게임 퍼블리셔 엠브레이서 그룹(Embracer Group)은 국내에서는 다소 인지도가 낮은 게임사이나,
유럽, 북미, 남미, 중국 등 전 세계에 산하 스튜디오가 분포되어 있고 전체 정규직 고용인원만 9,000명이 넘는 대형 기업이다.
2021년 4분기 기준 200개 이상의 게임을 개발중이며, 2026년까지 AAA게임만 25개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엠브레이서 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적극적인 M&A와 산하 스튜디오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기업 문화이다.
2016~2021년 엠브레이서 그룹의 M&A 거래는 총 71건이며, 약 8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고
2022년에만 37개 기업의 인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게임사 인수합병이 화두에 오른 현시점에서
엠브레이서 그룹의 성공비결을 통해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엠브레이서 그룹 개요

엠브레이서 그룹은 스웨덴에 본사가 위치한 게임 퍼블리싱 회사다. 현재 세이버 인터렉비트(Saber Interactive), THQ 노르딕(THQ Nordic), 코흐 미디어(Koch Media), 딥 실버(Deep Silver) 등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18개 게임 퍼블리셔와 88개 게임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그룹의 주장에 따르면, 회사와 그 자회사들이 소유한 지식재산권(IP)은 250여 개 이상이다. 또한, 그룹사 전체 임직원은 9,000명 이상이고 이중 개발자만 6,4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기업은 2022년 4월 현재 25개 이상의 AAA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엠브레이서 그룹 산하 18개 퍼블리셔

출처: Embracer Group(2022.03)

2엠브레이서 그룹 주요 연혁

2.1. 노르딕 게임즈

엠브레이서 그룹은 탄생 시점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M&A 행보를 보여왔다. 회사의 DNA 그 자체가 M&A에 있다고 해도 무리한 발언은 아니다.

엠브레이서 그룹의 첫 출발은 스웨덴의 오프라인 게임 소매업체 ‘게임 아울렛 유럽(Game Outlet Europe)’ 산하 자회사 형태로 세워진 게임 퍼블리싱 회사였다. 2008년 첫 출범 당시 회사 이름은 노르딕 게임즈(Nordic Games Publishing AB)로, 게임 아울렛 유럽의 창업자 겸 CEO였던 라스 윈지포스(Lars Wingefors)가 직접 진두지휘했다.

2011년 노르딕 게임즈는 오스트리아에 새로운 지사(Nordic Games GmbH)를 세웠다. 그리고 본래 스웨덴에 있던 게임 퍼블리싱 사업 대부분을 오스트리아 지사로 이동시켜, 새 지사가 퍼블리싱 사업 본사 구실을 하게 됐다. 또한, 이 기간 조우드엔터테인먼트(JoWooD Entertainment)라는 오스트리아 게임 회사를 하나 인수하여, 오스트리아 지사에 합병했다.

2013년, 노르딕 게임즈는 미국에서 파산 신청을 한 게임 개발사 THQ가 소유하던 다수의 게임 스튜디오와 자산을 법원 경매를 통해 인수했다.1 노르딕 게임즈는 법원 경매 인수 이후인 2014년에는 THQ의 상표 권까지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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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Q는 미국 텔레비전 방송 사들과의 독점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방송용 엔터테인먼트IP를 게임화하는 전략으로 유명세를 끌었던 회사다.

2.2. THQ노르딕

2016년에는 사명을 노르딕 게임즈에서 ‘THQ노르딕(THQ Nordic)’으로 변경했다. 동시에 이 이름으로 유럽 증권거래소인 나스닥 퍼스트 노스(NASDAQ First North)에 상장까지 했다.

상장 이후, THQ노르딕은 M&A 행보를 가속했다. 2018년 THQ노르딕은 오스트리아의 게임기업 ‘코흐 미디어 홀딩스(Koch Media Holding)’와 스웨덴 게임 기업 ‘커피 스태인 홀딩스(Coffee Stain Holding)’를 잇따라 인수했다. 두 기업 모두 지주회사 체제로 있었던 회사로 산하에 여러 게임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THQ노르딕으로 편입된 것이다. 하지만 THQ노르딕은 두 게임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로 했고, 이러한 선택은 2022년 현재까지도 유지되는 중이다.

또한, 2019년에는 ‘굿바이캔사스게임인베스트(Goodbye Kansas Game Invest, 일명 GKGI)’를 인수했다. GKGI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 게임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회사로, 이 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게임 스타트업 상당수2가 THQ노르딕 소유가 됐다. 이와 더불어 같은 해, 건파이어 게임즈(Gunfire Games)라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도 인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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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GI가 지분을 소유한 비어디드 드래곤즈(Bearded Dragons), 굿바이캔자스VR(Goodbye Kansas VR) 등 은 모회사인 굿바이 캔사스(Goodbye Kansas) 소유가 유지되었다. 굿바이 캔사스는 영화, TV 시리즈, 광고 등 특수 효과를 전문으로 하는 CG 스튜디오이다.

2.3. 엠브레이서 그룹

2019년 THQ노르딕은 그간 M&A한 회사들간 조직 체계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자, 기존 스웨덴에 있었던 THQ노르딕의 법인(THQ Nordic AB, 舊 Nordic Games Publishing AB)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주회사 ‘엠브레이서 그룹(Embracer Group)’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 있던 THQ노르딕(THQ Nordic GmbH, 舊 Nordic Games GmbH)은 사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엠브레이서 그룹 산하 자회사로 위치시켰다.

2020년 엠브레이서 그룹은 GKGI의 사명을 ‘앰플라이어게임인베스트(Amplifier Game Invest)’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 직전인 2019년 12월에 스웨덴 개발사 타시에르 스튜디오(Tarsier Studios)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한, 2020년 사명 변경과 동시에 스웨덴에 리버엔즈게임즈(River Ends Games), 미국에 C77엔터테인먼트(C77 Enterntainment)를 설립했다.

2020년 2월 엠브레이서 그룹은 미국의 게임 개발사 세이버 인터렉티브(Saber Interactive)와 그 자회사를 인수했다. 이때부터 엠브레이서 그룹에 관한 글로벌 게임업계의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엠브레이서 그룹은 독일의 모바일 게임업체 ‘DECA 게임즈(DECA Games)’를 인수했다. 그간 PC와 콘솔 위주로 인수해왔다면, 이때부터 모바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뉴월드인터렉티브(New World Interactive)’를 인수하여 세이버 인터렉티브 산하로 두었으며, 플라잉와일드호그(Flying Wild Hog), 스냅샷 게임즈(Snapshot Games) 등 11개 개발사를 추가 인수했다.

2.4. 최근 행보

2021년에도 엠브레이서 그룹의 M&A 광폭 행보는 이어졌다. 특히 2021년에 인수한 회사들은 그 규모나 시장 포지션 차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우선 엠브레이서 그룹이 2022년 2월 인수한 ‘기어박스 엔터테인먼트(Gearbox Entertainment)’는 AAA급 게임 <보더랜더(Borderlands)>를 비롯하여, <하프라이프(Half-Life)>,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Strike)> 등의 개발에 참여한 나름 인지도 높은 개발사다. 게다가 1999년에 설립되어 업력도 엠브레이서 그룹보다 더 많은 회사였다. 기어박스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엠브레이서 그룹은 유럽 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게임회사가 되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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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규모의 게임사는 자본금 103억 유로의 유비소프트(Ubisoft)이며, 세 번째 규모의 게임사는 자본금6억 유로의 씨디프로젝트(CD Projekt)이다.

2021년 12월에 인수한 ‘아스모디(Asmodee)’와 ‘다크홀스 미디어(Dark Horse Media)’도 주목된다. 아스모디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보드게임 퍼블리셔 겸 유통회사다. 다크호스 미디어는 만화책을 퍼블리싱하는 미국 기업이다. 그동안 비디오 게임 회사들을 인수합병해 온 엠브레이서 그룹이 보드게임과 만화 등 게임 문화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평가된다.

나스닥 퍼스트 노스에 상장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엠브레이서 그룹이 인수한 회사는 총 71개이다. 여기에 지난 2022년 2월 엠브레이서 그룹의 실적 발표 과정에서 회사의 CEO인 라스 윈지포스는 한화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앞으로도 M&A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 공언했다.

3엠브레이서 그룹의 M&A 전략

3.1. 부채 아닌 신주 발행으로 자금 조달

엠브레이서 그룹은 기본적으로 사업 실적이 어느 정도 입증되었고, 강력한 IP나 체계적인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갖춘 게임사들을 M&A 대상으로 물색하고, 인수 자금은 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해 왔다. 인수 기업의 기존 임직원에게 엠브레이서 그룹의 주식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지난 2019년 게임전문 매체 게임인더스트리비즈(gamesindustry.biz)와 엠브레이서 그룹 CEO 라스 윈지포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M&A 전략 방향성이 다분히 드러난다. 당시 라스 윈지포스는 “다른 회사처럼 대출이나 채권과 같은 공격적인 부채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사는) 모든 이해 관계자를 같은 배에 태운다”며, “이는 모든 직원과 비즈니스 파트너를 위해 더 안전하고 장기적인 환경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히 엠브레이서 그룹이 그동안 주로 인수해 온 인디게임 개발사나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3.2. 독립적 운영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엠브레이서 그룹은 인수 이후에도 각 기업들이 자신들의 운영 방침과 조직문화를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모기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게임 투자 펀드와 같은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영국의 투자 전문매체인 인베스터스 클로니클(Investor’s Chronicle)은 엠브레이서 그룹이 다양한 게임 개발사들을 독립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특정 개발 자회사의 게임이 실패하더라도 그룹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 방식은 마케팅 비용 상승을 동반한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그동안 많은 게임 개발사를 인수해 온 엠브레이서 그룹이 노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 중 하나는 특정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 그 게임의 이용자를 그룹에서 출시하는 다른 게임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흥행에 성공한, 인지도 높은 게임’ 사례를 만들어야만 한다. 엠브레이서 그룹이 이러한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유한 수많은 게임 포트폴리오 모두에 마케팅 투자를 집행해야 하고,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 엠브레이서 그룹은 계속 M&A에 집중하고 있어 마케팅 측면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거나, 이를 위해 노력할 것 같지는 않다.

3.3. IP 중심 인수 통해 피벗 시도

한편, 가장 최근 엠브레이서 그룹이 보인 M&A 행보는 이 회사가 피벗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스모디, 다크호스 미디어가 그 방증인데,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IP는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컨대, CD프로젝트가 개발한 게임 <더 위쳐(The Witcher)>의 IP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 활용하였듯, 엠브레이서 그룹 역시 보유하고 있는 IP들을 게임 외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엠브레이서 그룹은 산하에 ‘시버 엔터테인먼트(Shiver Entertainment)’라는 애니메이션 전문 스튜디오도 가지고 있어 이러한 IP 활용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엠브레이서 그룹의 주요 IP

출처: Embracer Group

4시사점

2022년 1분기 게임업계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on Blizzard) 인수 등 역사적 M&A 사례를 대거 목격했다. 이러한 가운데, 엠브레이서 그룹의 M&A 행보는 그 존재감이 다소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엠브레이서 그룹은 M&A가 회사의 DNA 그 자체가 불러도 좋을 만큼 이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무엇보다 2022년 1분기의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다른 기업에 인수되길 희망하는 중소형 게임기업들이 상당수 더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엠브레이서 그룹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게임 M&A 시장에서 어떠한 파급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1. Cheddar News- ‘Video Games ‘M&A Battleground’ Heating Up Between Industry Giants’, 2022.02.08.
  2. Game Developer- ‘Embracer lauds “transformative” M&A strategy, now has over 25 AAA projects in development’, 2022.02.18
  3. Game World Observer- ‘Embracer Group becomes more selective in picking studios in wake of Microsoft and Sony M&A activities’, 2022.02.17
  4. Investor’s Chronicle -‘Embrace Embracer’s cheap gaming play’, 2022.03.03.
  5. TweakTown- ‘Embracer has made 71 acquisitions, has $851 million for more buyouts’,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