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BM] 액시 인피니티를 통해

살펴보는 P2E 게임의 한계와 과제

2021년 게임업계는 ‘P2E(Play to Earn)’ 부상에 크게 요동쳤다.
베트남의 작은 인디업체가 개발한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2021년 가장 흥행한 P2E 게임으로서, 사실상 P2E 트렌드의 주역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문제는 <액시 인피니티> 관련 자산의 시세 급락 등 부정적 지표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 토큰과 NFT의 가치가 유지되지 못하면서 이용자의 수익이 급락하고 게임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액시 인피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라 P2E 게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P2E 모델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1P2E 게임의 상징, <액시 인피니티>

<액시 인피니티>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초 즈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행동반경이 집안으로 강제되는 가운데, <액시 인피니티>는 게임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P2E 모델을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던 필리핀에서 <액시 인피니티>는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유행을 탔으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액시 인피니티>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액시 인피니티>를 시작하려면 NFT 게임 캐릭터 액시(Axie) 3마리가 필요하다. NFT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일종의 초기비용을 요구하는 셈이다. 두 마리의 액시를 교배해 새로운 액시를 만드는 방식으로도 획득할 수 있다. 한 마리가 번식할 수 있는 횟수는 제한되어 있다. 액시 교배에는 게임 토큰 SLP(Smooth Love Potion)와 AXS(Axie Infinity Shard)1가 소모된다.

1
AXS는 총 2억 7,000만 개로 발행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거버넌스 토큰의 기능도 부여되어 있다. SLP는 무제한 발행된다.

SLP는 모든 게임 콘텐츠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게임 토큰이다. AXS는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PvP(Player vs Player) 시즌의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등 제한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두 토큰 모두 암호화폐로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

대다수 <액시 인피니티> 이용자는 게임에서 얻는 SLP를 팔아 수익을 얻고 있다. 더 큰 벌이를 원한다면 PvP 경쟁을 통해 AXS를 더 많이 얻거나, 액시 교배을 통해 희귀 액시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전자의 방식은 더 강력한, 다시 말하자면 더 비싼 액시를 필요로 하고, 액시 교배는 희귀한 특성을 가진 액시를 번식시킬 수 있는 비싼 액시와 운이 필요하다. 희귀 등급의 액시는 평범한 액시보다 많게는 수백에서 수천배까지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액시 인피니티>의 경제 구조는 SLP를 기본 통화로 하며, NFT인 액시를 구매하려는 수요에 의해 형성되고 순환이 이뤄진다. SLP 시세는 2021년 4월 0.03달러에서 7월 0.3달러까지 폭등했다. 같은 기간 AXS 역시 7달러에서 20~40달러로 시세가 높아졌다. 흥행이 한창이던 10월 AXS는 120~130달러 선에서 거래되었다. 12월 기준 AXS의 시총가는 세계적인 게임사 유비소프트(Ubisoft)의 기업가치를 넘어서기도 했다. <액시 인피니트>의 경제 사이클

출처: Decentralised.co(2021.8.) SLP 시세 변화(2021.4.~2022.3.) (단위: 달러) 출처: CoinMarketCap

그러나 <액시 인피니티>는 바로 위기에 직면했다. SLP와 AXS의 시세가 2022년 1월 기준 각각 0.01달러, 5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고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NFT 게임 캐릭터 액시의 시세는 2021년 10월 100달러 선에서 2022년 1월 20~3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불과 3개월만에 자산 가치가 1/3~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시세 하락으로 수익성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액시 인피니티>의 개발사 스카이매비스(Sky Mavis)는 원인을 인플레이션에 따른 것으로 보고 게임 내 재화 획득량을 크게 줄이는 등 밸런스 조정을 반복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는데 실패하고 이용자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켰다.<액시 인피니티>의 평균 기대 수익은 지난해 10월 기준 월 100~200달러 수준이었으나, 2022년 3월에는 20~30달러까지 낮아졌다.

2<액시 인피니티>로 본 P2E 게임의 한계

<액시 인피니티> 몰락은 결국 인플레이션 문제, 공급 과잉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는 <액시 인피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P2E를 표방하는, 블록체인 게임은 거의 필연적으로 같은 이슈에 직면하고 있다.

<액시 인피니티>에서 얻는 보상인 SLP와 AXS는 NFT 캐릭터를 생성하는 데 비용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NFT는 신규 이용자 및 PvP 상위권 이용자의 수요에 따라 시세가 변동된다. PvP 상위권 이용자의 상당수도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는 PvP 결과로 획득할 수 있는 AXS를 더 많이 얻기를 위해서 액시를 구매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경제의 주체들은 모두 수익성만을 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게임을 이용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SLP와 AXS 투기에만 참여하는 사람들이 추가된다.

결국 게임은 매우 제한적인 용처를 지닌 암호화폐와 NFT를 서로 주고 받는 형국이다. 실체적 가치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신규 유입자의 투자 외엔 없다. 블록체인기업 호라이즌 랩스(Horizon Labs)의 대표 조나단 텝릿스키(Jonathan Teplitsky)는 “<액시 인피니티>가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동안에는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 올 시장 붕괴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실제 세계에서의 유용성(Utillity)을 구축해야만 한다”고 지적하며 대부분의 P2E 게임은 과대 광고와 투기 세력을 기반에 둔 사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액시 인피니티>는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화를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올려려는 수익 추구형 이용자만 남아 공급이 과잉되어 게임이 몰락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P2E 게임 운영사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매우 정밀하게 관찰하고 조절해야 한다. 토큰 매각 및 소각, 획득률 변경 등의 방안을 시행할 수 있다. 스카이매비스도 SLP 획득률을 줄인 바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스카이매비스 직원에 따르면 급작스러운 인기에 이용자 규모가 폭증하며 운영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을 진작에 넘어섰다고 한다. 또 경제 구조에 운영사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비전과 상충되는 것으로, P2E 게임이 단순 투기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암호화폐 사기로 인한 추정 손실액 (단위: 백만 달러)

출처: Chainalysis

<액시 인피니티>가 주목받은 이유는 게임의 재미 때문이 아니다. P2E라는 개념만으로 인기를 얻었다. SLP와 AXS의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소비해 줄 NFT 수요, 즉 신규 이용자 유입과 상위권 이용자의 경쟁심은 한계가 명확하다. SLP 시세가 높던 당시에도 <액시 인피니티>의 기대수익은 서구권 이용자가 매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지의 이용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제 <액시 인피니티>의 기대수익은 필리핀의 최저임금보다 낮아졌다. 신규 이용자 유치는 물론 기존 이용자들도 지키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P2E 게임 출시가 이어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액시 인피니티>를 통해 게임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이용자들이 P2E 경마게임 등 유사한 구조로 더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P2E 게임 부문에 몰린 투자금에 힘입어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신규 유입자를 유치하려는 게임들은 이어지고 있지만, 유지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결말은 <액시 인피니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업체가 P2E 게임의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비도덕적인 업체는 게이머와 투자자를 모으고 사라지는, 소위 ‘러그풀(rug pull)’2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나 P2E 게임에 반감이 큰 이유도 이런 사건사고의 영향으로 관련 업계가 신뢰를 잃은 탓이다.

2
러그풀은 일종의 투자 회수사기로, P2E 게임 개발 및 코인 발행을 빌미로 투자금을 모은 뒤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사라지는 수법을 지칭한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아직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시세 급등에 직접 관여하는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P2E 게임에서는 게임 경제가 붕괴할 즈음 토큰과 NFT를 처분하고 게임 서비스를 포기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3P2E 게임은 지속가능한가

게임 내 재화의 가치는 곧 게임 그 자체의 가치, 즉 ‘게임의 재미’와 직결되어 있다. <액시 인피니티>를 포함해 거의 모든 P2E 게임은 여기에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게임이 재미있는지에 대해서는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는 물론이고 게임 이용자와 투자자 등 관계자 대다수가 별 관심이 없다. <액시 인피니티>도 신규 콘텐츠 ‘랜드(Lands)’3를 공개하며 게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지만, 게임의 새로운 즐길거리보다는 신규 투자처로써 다뤄지고 있다.

3
<액시 인피니티>는 2019년 1월 부터 게임 내 가상 토지를 플롯(plot)이라는 단위로 쪼개에 판매해 왔다. 랜드 관련 발표는 이 가상 토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게임 모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나, 구체적인 형태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2021년 11월 25일 스카이매비스는 가장 비싼 토지 유형인 ‘제네시스 플롯’ 한 구역이 550 이더리움, 한화 약 30억원에 판매되었다고 발표했다. 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가장 비싼 플롯은 한화 약 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P2E 게임에 대한 비판은 P2E 게임이 게임의 본질, 즉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확보하고 P2W 이용자4와 P2E 이용자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임 경제의 균형을 이루는 것, ‘게임’으로서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5<액시 인피니트>는 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추가하고 있는데,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이용자의 수익성의 균형을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6

4
P2W(Pay-to-Win) 이용자란 게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재화를 다른 이용자에게 구매해 시간을 절약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게임 이용자를 지칭한다.
5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자로서 <액시 인피니티>에도 투자한 아리아나 심슨(Arianna Simpson)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대신해 주는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하는 실제 경제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다수의 평론가들은 P2E 게임이 자금력 있는 이용자가 가난한 이용자에게 지루한 작업을 아웃소싱하는 구조이며 현실 세계의 부의 이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6
P2E 게임 이용자 길드 YGG는 <액시 인피니티> 재화의 급등과 급락은 P2E 게임이 초기에 한 번은 겪어야 할 문제였으며, 최근 <액시 인피니티> 재화의 가치가 안정화되고 게임 콘텐츠가 추가됨에 따라 P2E 게임 이용자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P2E 게임을 투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탈피해 게임을 잘하는 만큼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적인 게임 이용자와 P2E 게임 이용자가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는 집단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P2E 게임 이용자는 게임으로서의 재미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 보다는 수익을 얻는다는 개념의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액시 인피니티>의 신규 콘텐츠 ‘랜드’

출처: SkyMavis

이는 P2E의 개념을 P2O(Play-to-Own) 개념으로 발전시키자는 주장이다. 이는 게임을 즐기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지향보다는 게임에서 만들어지는 NFT가 수집품으로서 가치를 지니도록 집중하자는 의견이다. 이렇게 되면 게임의 화제성은 급락하겠지만, 경제적 가치가 게임 내에서만 순환되는 구조가 아니라 예술이나 수집품 NFT 시장과 연계되어 게임 경제가 개방되고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비전과 부합하고, 메타버스 비전 구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P2E 게임 열풍에 대해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을 휩쓸고 이미 지나갔다고 보기도 한다. NFT를 도입하려는 대형 게임사들도 게임 이용자들의 저항에 계획을 전면 철회하기도 했으니,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P2E 게임 지지자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수익성만이 조명받는 초기 도입 단계를 이제 탈출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P2E 게임의 높은 가치 변동성을 경험하며 나름의 검증 기준을 갖추게 되었다.

그들이 기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가상의 재화에 실체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대중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는 바꿔말하면 메타버스 경제 요소로서 가상 재화에 대한 대중적 수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P2E 게임이 발전해야 한다는 기대이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P2E 프로젝트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의 P2E 게임 이용자가 겪은 피해를 예방하면서 더 큰 흐름을 만들어낼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1. euronews.next - Are play-to-earn crypto games a legitimate revenue stream or a ‘house of cards’?, 2022.2.22.
  2. Forbes - Axie Infinity’s Play-To-Earn ‘Smooth Love Potion’ Gaming Has Changed Lives And Lifted People Out Of Poverty, 2022.3.6.
  3. KrAsia - Axie Infinity and Yield Guild Games took the Philippines by storm but users are starting to question long-term viability, 2022.3.14.
  4. Reason - The Biggest NFT Video Game’s Economy Is Collapsing Because NFT Games Don’t Work, 2022.2.1.
  5. The Business Times - Moving from play-to-earn to play-to-own, 2022.2.14.
  6. Yahoo Finance - Crypto scammers steal almost $8bn from investors in 2021,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