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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사회문화] <로블록스>를 통해

본 메타버스게임의

아동 · 청소년 보호 문제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하는 주요 플랫폼은 SNS였으나, 최근 게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와 크리에이터 경제를 지향하는 게임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10대가 주요 이용자인 게임으로 가스라이팅과 노동력 착취, 성범죄 등 실제 피해자들이 다수 등장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비단 <로블록스>의 문제만이 아니라 메타버스 게임이 직면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개별 게임의 노력이 경주되고 있으나, 이를 넘어선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1<로블록스>의 성장과 특징

<로블록스(Roblox)>는 이용자가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 및 게임 제작 시스템이다. 미국 증시 상장 이전부터 거대한 이용자층을 통해 주목받았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지목되며 대대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06년에 출시된 <로블록스>가 처음부터 센세이션의 주인공이었던 것은 아니다. <로블록스>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게임 제작의 기초를 가르치는 일종의 교육용 소프트웨어였다. 그러나 곧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아동이 사용하는 인기 온라인 게임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2020년 기준 9세에서 12세 사이의 미국 아동 중 3분의 2가 <로블록스> 플랫폼을 이용한 적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힘입어 2021년 말까지 <로블록스>에 2,700만 개 이상의 게임 등 창작물이 게시되었으며, <로블록스> 이용자의 5%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공개하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블록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블록스 사(Roblox Corporation)에 따르면, 2021년 11월에는 일평균 4,940만 명의 이용자가 <로블록스>에 로그인했다.

<로블록스>에서 제공되는 게임 및 서비스들은 일견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연령대를 포괄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가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경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SNS 등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로블록스>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상호작용 역시 아동청소년에게 100%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이용자 생성콘텐츠의 유해성과 게임 제작 과정에서 아동의 노동력 착취 문제 등이 불거지며 아동청소년 보호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2<로블록스>에서 발생한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사례

2.1. 노동력 착취

<로블록스>를 향한 가장 큰 우려는 아동 청소년들이 게임 제작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와 불공정한 수익분배, 관리자의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안나(Anna)1의 사례는 그것이 단순한 우려가 아닌 실제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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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를 비롯해 본고에서 소개되는 사건에 등장하는 모든 피해자의 이름은 가명이다.

시사주간지 옵저버(Observer)의 보도에 따르면, 안나는 10살 때부터 <로블록스>로 작곡, 컴퓨터 프로그래밍, 3D 모델링의 기초를 배우고 창작물을 게시했다. 이를 본 20대 게임 제작자는 <로블록스> 게임 제작팀에 안나를 섭외했다. 안나는 이 팀에서 초창기 멤버로서 아트, 디자인, 프로그래밍 작업을 담당했다.

당시 제작자는 안나에게 향후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를 분배하기로 제안했고, 한동안 이 약속이 지켜지며 안나는 10대 초반에 부모님의 연봉을 뛰어넘는 큰 돈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팀의 책임 제작자는 어떠한 협의나 계약도 없이 팀 구성원들에게 수익 배분 대신 고정 급여를 지급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안나의 경우 이로 인해 수익이 40% 이상 감소했다.

안나는 2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도 <로블록스>로부터 어떤 조언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로블록스>는 게임 제작자의 계정으로 수익금을 지급할 뿐 수익금 분배는 온전히 해당 게임 제작자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나를 비롯한 팀 구성원들이 팀에서 나왔고 소송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로블록스>에서 계속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서 평판 관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게임 전문지 PC 게이머(PC Gamer)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돈도 받지 못하는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정리하며 회사측에서는 “해결할 의사가 없거나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로블록스>는 “플랫폼에서 온라인 경험을 개발하는 크리에이터와 어떤 종류의 고용 관계도 없다”며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2. 부적절한 성적 표현과 성범죄 우려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성과 관련한 부적절한 게임 내용과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로블록스>에는 이용자가 옷을 벗고 다른 사람들이 시청하는 동안 성행위를 시뮬레이션하는 게임도 게재되어 있다. 이러한 섹스 게임은 일반적으로 플랫폼 내의 “콘도”라고 불리는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공간은 사용자들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바타가 등장하여 가상 섹스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생성된다. 콘도는 통상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기 때문에 플랫폼 관리자가 발견하고 ‘철거’하기가 쉽지 않다.

BBC는 콘도 내의 채팅 창에 적힌 내용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뉴스 웹사이트에서조차 공개하기 어려울 만큼 수위가 높았다며, 콘도는 적극적으로 검색해야 찾을 수 있는 만큼 아동 청소년에게 무차별로 노출되지는 않겠지만, 아동과 성인이 부적절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로블록스>를 통한 만남이 성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2년 3월 미국 경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미 조지아주의 한 남성이 <로블록스>에서 유인한 13세 소녀를 납치 강간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건 발생 1개월 전 <로블록스>에서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으며, 피해자가 가출하도록 설득한 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2.3. 가스라이팅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아동 청소년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성인들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제이든 쉐드레츠키(Jadon Shedletsky)라는 게임 제작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신의 리건 그린(Regan Green)은 6세 때 <로블록스>를 알게 되어 12세였던 2017년 <로블록스>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서 명성을 쌓은 쉐드레츠키2와 협업 할 기회를 잡았다. 캐릭터 소닉을 사랑했던 그린은 디스코드(Discord)대화방에서 쉐드레츠키의 제안에 따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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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드레츠키는 세가(Sega)의 <소닉 더 헤지혹(SONIC THE HEDGEHOG)>을 <로블록스>에서 구현해 인기를 얻은 <소닉 이클립스 온라인(Sonic Eclipse Online)>의 제작자이다. <소닉 이클립스 온라인>의 흥행을 통해 명성을 얻었으나, 이 게임은 저작권 침해 작으로 2021년 12월 삭제되었다.

당시 24세였던 쉐드레츠키는 그린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받을 만큼 과도한 업무를 강요했다. 그린은 12세부터 14세까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하는 동안 쉐드레츠키로부터 충분한 결과물을 생산하지 않으면 공동 작업자를 교체하겠다고 위협당하며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하는 등 학대당했다. 그린은 프로젝트를 그만 둔 이후로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소닉 이클립스 온라인> 플레이화면

출처: Youtube 채널 “Jamie the OK Gamer”

쉐드레츠키의 피해자는 또 있다. 12세에 <소닉 이클립스 온라인> 제작에 참여했던 레이첼(Rachel)은 쉐드레츠키로부터 오랫동안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 여타의 <로블록스> 크리에이터처럼 쉐드레츠키는 디스코드를 통해 팀원들과 소통해 왔다. 그러나 쉐드레츠키는 레이첼이 합류한 직후 팀 채팅과 별개로 개인 채팅을 시작해 그녀에게 게임 진행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업데이트 자료를 보내기 시작했다. 레이첼에게 로벅스(Robux)3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린 레이첼은 이러한 행동을 내부 정보를 공유하는 특별하고도 친밀한 관계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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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화폐

쉐드레츠키는 레이첼이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비속한 농담을 반복하고 노골적인 성적 이미지를 전송하는 등 성적 학대를 시작했다. 이러한 관계를 알게된 다른 팀원들도 레이첼을 희롱했다. 레이첼은 이러한 상황을 항의하기도 했는데, 쉐드레츠키와 팀원들은 모든 것을 농담으로 일축했고, 2020년 초 팀을 떠난 레이첼이 여러 증거 자료와 함께 학대 사실을 공개한 후에도 레이첼이 관심을 끌기 위해 나섰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3<로블록스>의 대응과 아동청소년 이용자 보호 과제

3.1. <로블록스>의 대응

이러한 문제에 대해 <로블록스>는 “의도적으로 규칙을 어기려고 하는 극소수의 사용자”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시스템과 인력을 모두 동원하여 부적절한 게임을 퇴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동청소년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자녀보호(Parental Control) 도구’를 제공하는 등 보호 조치에도 나서고 있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에 2,000명 이상의 ‘중재자(moderators)’를 고용해 플랫폼에 게시된 콘텐츠를 검토하고, 부적절한 항목을 수동으로 확인하며, 그루밍 사건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동원해 특정 키워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검색해 위해요소 탐지에도 나서고 있다.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취한 또 다른 대응 단계는 온라인 데이트 장면을 제거하는 것이다. 플랫폼에서 데이트 게임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손잡기와 입맞추기 등 애정 행위를 상징하는 제스쳐를 금지시켰다. <로블록스>는 커뮤니티 구축, 새로운 교류, 다양성 포용, 협업 장려를 지향하며 성적 표현을 엄격히 제한된다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한 조치라 설명했다

<로블록스>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관리도 강화했다. 음성채팅 등 커뮤니케이션 도구 사용을 위해서는 여권 등 신원 확인 자료와 셀카 이미지를 전송해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 약 1~2분 정도 소요되는 이 과정은 부모가 함께 진행하길 권고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는 저장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염려를 줄였다. 채팅 기능 등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메시지는 자체 구축한 필터링 소프트웨어에 의해 욕설 등 부적절한 표현 사용이 제한되며, 13세 미만은 개인정보와 하이퍼링크 공유를 금지한다. 사용자가 특정 사용사의 채팅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라 할 수 있는 <로블록스>의 대응조차 부족해 보인다. 문제가 된 <소닉 이클립스 온라인> 개발팀의 경우, <로블록스> 내부 채팅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외부 도구를 사용했기에 사전 파악이 불가능했다. 대다수의 <로블록스> 크리에이터가 디스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블록스>의 플랫폼 내부에만 집중하는 보호 조치들은 완전해질 수 없다. 아동 노동력 착취 문제에 대한 <로블록스>의 노력은 더욱 더 필요하다. 쉐드레츠키와 같은 악성 크리에이터에 대한 제재는 언론의 조명을 받은 뒤에야 계정을 삭제하는 정도에 그쳤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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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드레츠키가 다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행위가 <로블록스> 커뮤니티에 알려지며 상당히 많은 이용자들이 정식 항의에 나섰음에도 플렛폼 관리자들은 정식으로 항의하려면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식으로 무시했다. 이후 문제가 커지자 쉐드레츠키의 계정을 삭제했으나, 쉐드레츠키가 게시한 콘텐츠는 계속 남겨두어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동일한 콘텐츠에 대해 대형 게임사가 저작권 침해 항의를 하자 곧바로 콘텐츠가 삭제되어 이용자들이 불만이 더욱 거세졌다.

3.2. 사용자 보호 문제 해결 방안

일각에서는 <로블록스>가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나 닌텐도(Nintendo)와 같은 업계 거물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비디오 게임 회사로 등극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13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힘이며, 특히 이들의 창의력과 노동력이 <로블록스>의 플랫폼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

<로블록스>의 지지자들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방법을 가르쳐줌으로써 <로블록스>가 젊은이들에게 디지털 작업 공간을 위한 가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플랫폼의 역할이 거기서 그치는 것으로 충분한지 되묻게 한다. 협업 방식에 대한 경험이 짧고, 근로 감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과도한 업무에 대한 기대가 넘쳐나는 게임 개발팀에서 어린 이용자들이 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로블록스>가 사용자 교육을 위해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5이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에 중점을 두는 대신, 협업 능력 향상을 위한 팀 관리 및 대인관계 대응 문제를 함께 다루도록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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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의 크리에이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12주 과정으로 1년에 3회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게임 제작자의 고용 관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플랫폼의 한계를 핑계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착취와 학대를 방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 작업에 참여하는 아동청소년의 계약서 작성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확보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분쟁 해결 도구를 제공하는 등 진일보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반적인 이용자 보호조치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는 <로블록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재에도 아동청소년이 피해를 당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 또 이러한 문제들은 <로블록스>만의 문제가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은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용자에 대한 책임과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력을 위해 <로블록스>가 해법을 찾아가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1. New York Daily News-Predator lured teen girl on Roblox, then drove 13 hours to pick her up and rape her, police say, 2022.03.03
  2. Screen Rant-Is Roblox Safe For Kids: What Every Parent Should Know, 2022.01.28
  3. TeessideLive-Roblox: Warning over sexual content and ‘friend requests’ from strangers on gaming platform, 2022.01.20
  4. The Guardian-The trouble with Roblox, the video game empire built on child labour, 2022.01.09
  5. The Week-Roblox: the children’s game platform with ‘Nazi sex parties’, 2022.02.16
  6. The Week-What is Roblox and is it suitable for children following ‘gang rape’ outrage?,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