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Trend

개발03 ·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①해외 전문가 기고

AAA를 떠나 인디 창업, 제작 여건은 좋아졌지만 투자는 줄었다

에어록 게임즈 창업 사례로 본 신생 스튜디오의 제작 방식과 자금 조달

글 저스틴 피셔(에어록 게임즈 대표) | 번역 한국콘텐츠진흥원 편집팀

요약

일렉트로닉 아츠와 WB 게임즈에서 7년간 AAA 게임을 만든 필자는 2025년 동료와 함께 인디 스튜디오 에어록 게임즈(Airlock Games)를 설립했다. 팬데믹 이후 소비 지출이 줄자 대형 퍼블리셔는 감원과 프로젝트 취소를 거듭하며 기존 IP에 기댄 대작에 더 큰 예산을 거는 쪽으로 움직였다.

필자는 작은 팀과 예산으로 특정 이용자층을 겨냥하면 개발 기간을 12~18개월로 줄이고 예산을 AAA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자금 조달은 어려웠다. 벤처캐피털은 AI 관련 투자에 몰리거나 완성 직전의 게임에 매출을 담보로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옮겨 갔고, 에어록 게임즈는 지인 투자와 킥스타터로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

필자는 경험 많은 개발자일수록 생활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 독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경력의 팀에 자본이 흘러가도록 투자자와 퍼블리셔를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필자 소개

저스틴 피셔(Justin Fischer) 에어록 게임즈(Airlock Games) 대표, 공동 창업자

2007년 초 제작 인턴으로 게임업계에 들어와 스튜디오 책임자를 거쳐 창업에 이르렀다. Xbox 360 이후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을 출시했고, 2명부터 200명이 넘는 팀까지 인디부터 AAA까지 모든 형태의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마블, DC 코믹스, 배틀필드, 디즈니 인피니티 같은 대형 브랜드 작업에 참여했고 스튜디오 인수를 세 차례 겪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터디나에 거주 중이다.

1팬데믹 이후 AAA 개발 현장의 변화

필자는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와 WB 게임즈(WB Games)에서 7년 동안 AAA 프로젝트를 맡은 뒤, 2025년 공동 창업자 브록 펠드먼(Brock Feldman)과 함께 독립 스튜디오 에어록 게임즈를 설립했다. 지금의 AAA 개발 방식은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았고,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에 휩쓸리는 데도 지쳐 있었다.

줄어든 소비 지출과 넓어진 경쟁

코로나19 이후 게임산업이 받은 경제적 압박은 매튜 볼(Matthew Ball)이 해마다 내는 「비디오 게임 현황(State of Video Gaming)」 보고서에 자세히 정리돼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팬데믹이 끝나자 게임 소비 지출이 줄었다. 둘째, 〈포트나이트(Fortnite)〉와 〈로블록스(Roblox)〉처럼 이용자의 시간을 오래 붙잡아 두는 이른바 '블랙홀 게임'이 새로운 상시 경쟁자가 됐다. 셋째, 모바일 게임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수년간 시장을 지켜 온 기존 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다. 넷째, 게임뿐 아니라 모든 미디어와 이용자를 두고 경쟁하면서 이용자 확보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다섯째, 벤처캐피털 자금은 대부분 AI로 흘러갔다.

그래프전 세계 게임 콘텐츠 실질 지출단위: 십억 달러(2024년 불변가격)
항목실질 지출
2006110
2021218
2024187

* 아케이드, 콘솔, PC, 모바일, VR, 웹 게임 합계(웹3, NFT 제외). 2021년 대비 2024년 14% 감소

ⒸMatthew Ball, 「State of Video Gaming in 2025」(2025.01.14), Epyllion

코로나19 기간은 게임 개발에 우호적인 시기였다. 판매가 늘었고 채용과 보상 여건도 좋았으며, 야심 찬 프로젝트가 잇따라 승인됐다. 그러나 소비 지출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자 대형 퍼블리셔 내부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바뀌었다. 채용 동결과 프로젝트 취소, 감원, 스튜디오 폐쇄가 일상이 됐다.

보수적으로 돌아선 AAA 전략

AAA 업계에는 달라진 현실에 맞는 과감하고 앞을 내다보는 대응이 필요했다. 그러나 실제 전략은 팬데믹 이전 방식을 점점 더 보수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창의성은 줄었고, 가능한 한 가장 넓은 이용자층을 겨냥했으며, 거의 전적으로 기존 브랜드에 의존했다.

그 결과 AAA 게임은 기존 IP를 바탕으로 한 3인칭 오픈 월드 게임처럼 점점 비슷해졌다. 퍼블리셔들은 혁신 대신 규모로 경쟁하게 됐고, 더 적은 수의 더 크고 더 위험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집중하게 됐다.

2AAA를 떠나 작은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유

되풀이되는 감원과 새로운 기회

브록과 필자는 AAA 개발의 강도 높은 일정을 견디고도 해고되는 일에 지쳐 있었다. 필자는 코로나19 이후에만 두 차례 감원을 겪었다. 대형 퍼블리셔의 잘못된 의사 결정을 보며 이들이 전략적 비전을 세우고 지켜 갈 수 있다는 믿음은 사라졌다. 오히려 어느 회사에 들어가든 12~24개월 안에 그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동시에 시장 현실에 맞는다고 판단한 기회도 보였다. 운영 측면에서는 지금처럼 게임을 만들기 쉬운 때가 없었다. 현대적인 개발 도구가 다양하고 정교해졌으며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AAA 게임이 비슷해진 이유가 불어난 예산 때문이었다. 예산이 커질수록 가장 넓은 시장을 겨냥해야 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은 누구를 위한 제품도 아니라는 오래된 격언처럼, 작은 팀과 예산이라면 특정 이용자층에 맞춘 경험을 만들어 몰입도를 높이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작은 게임으로 노린 틈새

작은 게임에 집중하면 블랙홀 게임과의 정면 경쟁도 피할 수 있다. 이용자에게 〈포트나이트〉를 그만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이나 주말 정도만 잠시 내려놓아 달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예산과 출시까지의 기간도 줄어든다. 3~5년이 아니라 12~18개월 만에, AAA의 100분의 1 예산으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대형 퍼블리셔에서 시장 조사를 위해 거대한 AAA 개발팀을 석 달 동안 대기시키는 것보다 기회비용이 작다.

사업 전략에는 미래를 내다본 판단도 있었다. 기존 사업자가 기존 IP에만 기대면 브랜드 피로는 피할 수 없다. 작은 스튜디오는 새 IP에 투자해 가능성을 검증한 뒤, AAA 퍼블리셔뿐 아니라 새 브랜드를 늘 찾는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다른 분야에도 라이선스를 주거나 IP를 매각할 수 있다.

여러 역할을 맡는 소수 정예 구조

법인 설립 절차 자체는 빠르게 진행됐다. 회사 이름을 정하고 로고와 웹사이트를 만들고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는 수준이었다. 개발 쪽에서도 어떤 도구를 쓸지 알고 있었고 게임을 어떤 구조로 구현할지 분명한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법인 설립 며칠 만에 첫 게임 〈왓 더 스타즈 포갓(What the Stars Forgot)〉이 될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업 전략의 하나는 한 프로젝트에서 여러 역할을 맡는 데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그렇게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브록과 필자가 그 예다. 브록은 엔지니어링과 게임 디자인, 아트를 모두 맡았고, 필자는 사업 개발과 게임 시스템 디자인, 음악, 효과음, 게임 속 대사를 맡았다. 의사 결정 구조도 분명해졌다. 기술과 창작에 관한 결정은 브록이, 사업과 운영에 관한 결정은 필자가 최종 판단한다.

3투자 시장의 변화와 자금 조달

AI와 마감 자금으로 옮겨 간 벤처캐피털

자금 조달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개발 도구 덕분에 창업은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게임뿐 아니라 세계 시장 전반의 경제 여건 때문에 지금은 게임 개발 자금을 모으기에 가장 나쁜 시기 가운데 하나다. 물가 상승이 심해질수록 투자 유치 전망도 함께 나빠진다.

처음 투자 유치에 나섰을 때 가장 먼저 부딪친 벽은 벤처캐피털 대부분이 AI 요소가 들어간 사업이나 매력적인 플랫폼 사업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넘어가면서 많은 벤처캐피털이 이른바 '마감 자금(finishing funds)'으로 방향을 바꿨다. 완성 직전의 게임에 출시까지 필요한 자금을 대고 그 대가로 매출 일부를 받는 방식이다. GDC 2026이 끝날 무렵에는 지분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벤처캐피털마저 마감 자금 모델로 돌아섰다.

필자는 이 모델이 여전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벤처캐피털이 본래의 강점에 집중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투자처를 찾아 키우는 대신, 퍼블리셔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퍼블리셔가 쌓아 온 시장 진입 노하우는 갖추지 못한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지인 투자와 킥스타터로 마련한 초기 자금

에어록 게임즈의 사업 모델은 이런 프로젝트에 보통 투자하는 소형 퍼블리셔와도 맞지 않았다. 에어록 게임즈는 게임만큼이나 사업 모델을 함께 만들고 있는데, 사업 모델은 빼고 게임에만 투자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성립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형태의 게임으로 좁은 이용자층을 겨냥한 프로젝트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결국 에어록 게임즈는 지인과 가족에게서 받은 초기 시드 자금과 성공적인 킥스타터(Kickstarter) 캠페인으로만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왓 더 스타즈 포갓〉 게임 화면ⒸAirlock Games

4정책에 바라는 점

대형 게임사도 인디 스튜디오에서 출발했다

독립 스튜디오는 늘 게임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새로운 IP와 게임플레이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결국에는 기업 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회사로 자랐다.

1,870억 달러(약 250조 원) 규모의 세계 시장에서는 잊기 쉽지만, 게임산업 전체가 인디 스튜디오에서 출발했다. 〈포트나이트〉를 만든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팀 스위니(Tim Sweeney)가 혼자 창업한 회사다. 번지(Bungie)는 갓 대학을 졸업한 알렉스 세로피안(Alex Seropian)과 제이슨 존스(Jason Jones)가 설립했고, 액티비전(Activision)은 아타리(Atari) 출신 직원 네 명이 설립했다. 지금은 수십억 달러 가치의 전설적인 회사가 된 이들 모두 오늘날 말하는 인디 스튜디오로 출발했다.

산업이 계층화되고 'AAA', '중간 규모', '인디' 같은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뒤에도 독립 스튜디오는 창업의 역할을 이어 갔다.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슈퍼셀(Supercell), CD 프로젝트 레드(CD Projekt Red)가 그렇게 다음 세대의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다.

출시 초기에 매출이 몰리는 자본 집약 구조

그러나 게임은 위험이 크고 자본이 많이 드는 투자 분야다. 다른 스타트업은 최소 기능 제품으로 가능성을 검증한 뒤 큰 자본을 투입하는 전통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게임은 출시 전까지 여러 사람이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함께 일해야 한다.

게다가 게임 판매는 대부분 출시 첫해에, 그중에서도 첫 달에 몰린다. 출시 뒤에는 보통 가격이 내려가고 할인 행사가 이어져 매출이 더욱 초기에 집중된다. 출시 직후의 판매 흐름을 잡으려면 인지도를 높이고 홍보할 자본이 필요하다.

그래프스팀 게임의 출시 첫 주 대비 누적 판매량과 매출 배수(2023~2025년)단위: 배
항목첫 주 대비 첫 달첫 주 대비 첫해첫 주 대비 2년
판매량1.392.593.32
총매출1.422.462.99

ⒸSimon Carless, GameDiscoverCo(2026.07.21)

숙련 개발자가 독립하기 어려운 이유

이렇게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디 팀은 젊은 개발자가 많은 편이다. 생활비가 적고 부양할 가족이 없는 개발자는 낮은 급여와 적은 운영 자금으로도 개발을 이어 갈 수 있고, 정규직 일을 하면서 개발을 병행할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경력 많은 개발자에게는 인디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큰 자본 투자나 퍼블리셔 없이는 직업으로 유지할 수 없다. 투자자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프로젝트 관리 경험이 가장 많은 개발자일수록 필요한 자본이 커서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력의 팀에 자본이 흘러가는 정책

지금의 업계 관행은 프로젝트 취소와 마이너스 투자수익률로 큰 가치를 잃고 있다. 높은 숙련도와 기술 역량을 갖춘 전문가 수만 명이 반복해서 일자리를 잃는 사회적 비용도 있다. 이는 어느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책 입안자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점이 여기다. 투자자와 퍼블리셔가 다양한 경력 수준의 팀에 자본을 배분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있다면 프로젝트와 스튜디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음 세대의 대형 게임사가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어느 산업이든 고통스러운 전환기에는 기회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게임 경험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모델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다. 퍼블리셔와 투자자는 현재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개별 프로젝트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투자다.

GDC 2026 행사장ⒸG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