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게임 음악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 Track, OST)은 단순한 배경음 이상의 역할을 하며, 플레이어의 감정적 몰입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음악은 최종 보스와의 싸움을 긴장감 넘치게 만들고, 고요함 속에서 탐험을 가능하게 하며, 스릴 넘치는 레이스를 한층 더 박진감 있게 만들어 준다. 이처럼 게임 음악은 플레이어가 게임과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며, 다양한 순간에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의 대표 곡 ‘All Gone(The Promise)’는 상실감과 어두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스토리의 감정적 무게를 더한다. 특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에서는 음악이 게임의 중심적인 서사 도구로 사용되며, 기타 연주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어가 캐릭터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플레이어들은 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게임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매혹적인 스토리텔링과 감정적으로 풍부한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하다. 작곡가 우에마츠 노부오(植松伸夫)는 오케스트라풍의 음악을 통해 슬픔, 희망, 절망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며, 플레이어들의 몰입을 완벽히 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파이널 판타지 VII>의 ‘에어리스의 테마(Aerith's Theme)’와 <파이널 판타지 X>의 ‘투 자나르칸드(To Zanarkand)’는 상징적인 곡으로 자리 잡았으며,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파이널 판타지>의 음악은 콘서트로 개최될 만큼 게임을 넘어선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OST는 단순한 음악적 요소를 넘어, 게임의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임의 톤과 분위기를 설정하고, 특정 캐릭터, 장소, 감정 등을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텔링 도구로 활용되며,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과거 게임 음악을 다시 듣는 경험은 플레이어의 기억을 자극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 회상을 불러일으키고, 재유입을 유도하는 데 기여한다.
잘 구성된 사운드트랙은 플레이어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렬한 사운드트랙을 가진 게임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회자되며, 게임 외부에서도 커뮤니티 내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예를 들어, 팬 창작물, 헌정 콘텐츠, 전용 캠페인 등은 게임의 화제성을 높이고 브랜드 매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상징적인 사운드트랙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질 만큼 강력한 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는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와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Zelda)>이 대표적인 사례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그라운드 테마(Ground Theme)’는 작곡가 콘도 코지(近藤 浩治)가 작곡한 음악으로, 경쾌한 멜로디와 밝은 템포가 게임의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시리즈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 음악은 게임 역사상 가장 인식도가 높은 음악 중 하나로, 2023년에는 미국의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 역시 독창적인 테마 음악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관련 미디어와 굿즈를 통해 게임을 넘어서도 향수를 자극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그라운드 테마’ 작곡가 콘도 코지(우) 출처 : The Guardian비디오 게임의 OST는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게임(Game)’, ‘게이머(Gamer)’ 등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8,000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기 게임의 OST는 높은 스트리밍 수와 음원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이널 판타지 VII>의 OST는 총 85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포티파이에서 높은 스트리밍 건수를 기록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OST는 스포티파이 인기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비자가 게임 음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게임 음악의 대중음악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래미상은 ‘비디오 게임/인터랙티브 미디어 최고 스코어 사운드트랙(Best Score Soundtrack For Video Games/Interactive Media)’ 부문을 신설하며 게임 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스포티파이 상위 랭킹의 <리그 오브 레전드> OST 출처 : Chartmetric콘서트와 라이브 공연은 게임 음악 산업의 또 다른 주요 수익 창출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의 오케스트라 콘서트 '디스턴트 월드(Distant Worlds: Music From Final Fantasy)'는 아이코닉한 사운드트랙을 기반으로 한 공연으로, 전 세계에서 높은 수요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콘서트는 국내에서도 개최되어 많은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2024년에 시작된 '플레이스테이션: 더 콘서트(PlayStation: The Concert)' 투어는 <갓 오브 워(God of War)>와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등의 인기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게임 장면과 음악을 결합해 관객이 게임 세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공연에는 <갓 오브 워>의 베어 맥크리어리(Bear McCreary)와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Gustavo Santaolalla) 등 유명 작곡가들이 참여해 공연의 품격을 높였다.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디스턴트 월드’ 공연 실황 출처 : San Francisco Symphony게임 음악은 영화, 광고, 리믹스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활용되며 라이선스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피파(FIFA)> 시리즈의 OST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생된 음악 리스트 중 하나로, 게임 제작사와 아티스트 모두에게 홍보와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문명 IV(Civilization IV)>의 ‘바바 예투(Baba Yetu)’는 그래미상 최우수 기악 편곡 보컬리스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 곡은 광고나 유명 아티스트의 리믹스 작업에 사용되며, 스트리밍과 라이선스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게임 음악의 저작권 정의와 라이선스 시장 확장이 게임 개발자와 작곡가에게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게임의 문화적 연관성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DLC)와 음악 패스를 통한 추가 수익화도 점점 주목받고 있다. 리듬 게임 <비트 세이버(Beat Saber)>는 인기 아티스트와 협업해 정기적으로 사운드팩을 출시하며 수익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닌텐도의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Super Smash Bros. Ultimate)>은 방대한 사운드트랙을 제공해 게임 팬은 물론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며 DLC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게임 내 음악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에게 특별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는 게임 OST를 활용한 콘서트를 통해 새로운 팬 경험을 창출하며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2022년 KBS 교향악단과 협력하여 <로스트아크(Lost Ark)> OST 콘서트 ‘디어 프렌즈(Dear. Friends)’를 개최했다. 이 콘서트는 생중계로 최대 동시 시청자 수 21만 명, 누적 조회수 170만 회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웅장한 풀 오케스트라 연주를 비롯해 헤비메탈, 국악,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무대를 선보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OST 이벤트는 단순한 수익 창출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음악과 게임을 통해 형성된 팬덤을 더욱 견고히 하고, 팬들에게 새로운 추억과 감동을 선사하며 게임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킨다. 결과적으로 OST 콘서트와 이벤트는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잠재력을 동시에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임 음악은 한국 게임산업에서 중요한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게임 OST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게임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쓰론 앤 리버티>의 OST 앨범을 발매하며 미국, 독일, 폴란드 등 전 세계 뮤지션들과 협업하고, 이를 유튜브와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신규 콘텐츠 ‘아침의 나라’에서 독특한 컨셉에 맞춘 국악 기반의 창작 음악을 선보였다. 네오위즈의
은 화려한 배경 음악으로 주목받으며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사운드 분야 기술 및 창작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게임 음악 시장은 2022년 약 12억 8,000만 달러에서 2029년에는 21억 9,3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게임 음악의 막대한 수익 창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한국 게임업계는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VR 및 AR과 같은 신기술을 OST 공연에 통합해 팬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몰입감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게임 세계와 음악이 결합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더불어, 유명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고품질 OST를 제작하고 이를 글로벌 공연이나 미디어를 통해 선보여 글로벌 인지도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음악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OST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게임 음악은 단순한 부수적 요소를 넘어 게임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팬덤을 형성하며 수익 창출의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게임과 음악의 융합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