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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게임 공정성 해치는 부정행위, 대응책은 없을까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1게임산업의 핵, 게임 내 부정행위

게임 핵, 계정 거래, 대리 게임: 늘어나는 게임 내 부정행위

게임 내 부정행위(Cheating)는 게임산업과 함께 등장했다고 함께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행위이다. 부정행위란 승인되지 않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드(Mod) 또는 기타 수단을 써 게임 내에서 부당한 이점을 얻거나 다른 이용자의 게임 경험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핵(Hack) 프로그램 사용, 계정 공유 또는 거래, 대리 게임 등을 포함하며 많은 게임 개발사는 부정행위가 감지된 경우 계정을 정지하거나 핵 프로그램 제작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2022년 3월~2023년 2월 부정행위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이용된 게임 출처 : Menkind(2023.03)
(*) 각 게임별 부정행위와 관련된 키워드 검색량 추적을 통해 추정된 수치

하지만, 게임 내 부정행위는 여전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플리치(Plitch)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이용자의 57%가 게임 중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멘카인드(Mendkind)가 실시한 게임별 검색 키워드 분석에서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가장 많은 부정행위가 일어난 게임은 록스타 게임즈(Rockstar Games)의 <GTA V>로 조사되었다. <GTA V>의 경우 전체 이용자 1억 4,000만 명 중 무려 11.6%인 1,630만 명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게임 내 부정행위 이용자, 승부욕·타 이용자 모방이 주원인

타임투플레이(Time2Play)에 따르면, 미국 게임 이용자들이 부정행위를 하는 주된 이유는 게임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함으로 전체 응답자의 49%가 원인으로 꼽았다. 모방 역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는데, 36%의 이용자가 타 게임 이용자의 부정행위를 모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32%는 게임 스트리머의 부정행위를 모방했다고 답했다. 또한, 다른 이용자들을 더욱 쉽게 이기기 위해 부정행위를 한다는 비율도 35%로 집계되었다.

미국 게임 이용자의 게임 내 부정행위 목적 출처 : Time2Play(2023.04)

이처럼 게임 이용자 내부에서 게임 중 부정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나쁘게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법적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아직 없으며 게임 이용자나 개발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사들은 방지 프로그램 도입 등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2게임 이용 경험 저해하는 부정행위와 개발사의 대응 전략

부정행위 만연할수록 게임 이용 경험·수익성 악화…이용자 이탈도 증가

전 세계 게임 이용자 59%, '타 이용자의 부정행위로 게임 이용 경험 악화된 적 있다'

네덜란드 디지털 플랫폼 보안 업체 이르데토(Iredeto)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 게임 이용자의 59%가 타 이용자의 부정행위로 게임 이용 경험이 악화된 적 있다고 한다. 많은 게임 개발사에서 이용 경험을 개선해 이용자를 유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을 고려할 때 부정행위를 하는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손실을 주는 이용자에 불과한 것이다.

'타 이용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게임 내 경험이 악화된 적이 있는가?' 출처 : Irdeto(2018)

이용자 중 77%, '부당 이득 얻는 이용자 있는 게임은 이용 중단할 것'

이용자 중 48%, '타 이용자의 부정행위 인지한다면 인게임 구매 적게 할 것'

설문 결과 게임 내 부정행위는 실제로 다른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 지속 여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77%의 이용자가 다른 게임 이용자가 부정행위로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게임을 그만둘 것이라고 응답했다.

'타 이용자가 부정행위로 불공정한 이익을 얻었다 느낀다면, 게임을 그만둘 것인가?' 출처 : Irdeto(2018)

또한, 부정행위는 게임 이용자들의 인게임 구매 의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 48%의 이용자가 타 이용자의 부정행위를 인지한다면 인게임 구매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부정행위를 막지 못한다면 단순히 이용자들의 게임 경험을 악화시키는 것을 넘어 게임 이용자와 게임 내 구매가 줄어들어 실질적인 손해를 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타 이용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이후 인게임 콘텐츠 구매를 어느 정도 할 것인가?' 출처 : Irdeto(2018)

게임 개발사 vs. 핵 프로그램 제작자? 게임 개발사 승소 가능성 훨씬 높아

번지, <데스티니 2> 핵 제작사와의 소송서 1,350만 달러에 합의

핵 프로그램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부정행위 중 하나로, 보통 이용자의 게임 캐릭터 능력을 비정상적으로 늘려주는 등의 불법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시중에 게임 핵 프로그램을 조직적으로 개발, 판매하는 사례도 종종 있으나, 게임 개발사와의 소송에서는 핵 제작사가 승소한 경우는 거의 없다. <데스티니 2(Destiny 2)>를 개발한 번지(Bungie)와 게임 핵 프로그램 개발사 엘리트 보스 기술(Elite Boss Tech)과의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21년 8월 번지는 엘리트 보스 테크의 핵 프로그램이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DMCA)의 우회 방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번지는 2022년 2월 <데스티니 2>가 제공하는 긍정적인 게임 이용 경험이 핵 프로그램으로 인해 침해되었으며 프로그램 사용을 막기 위한 부정행위 방지 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2022년 6월 엘리트 보스 테크는 번지의 권리 침해 주장을 인정하였으며 다운로드 한 건당 2,000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여 번지에 1,350만 달러(약 182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시켰다.

미국·독일 연방 법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핵 제작자에 1,000만 달러 배상 명령

한편, 미국과 독일 연방법원은 2022년 12월 <배틀그라운드:모바일(Battlegrounds: Mobile)>의 게임 핵 제작자에게 크래프톤과 텐센트(Tencent)에 1,000만 달러(약 135억 원)의 손해 배상을 지불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게임 부정행위와 관련된 불법 활동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 제작 프로세스 등 세부 정보를 원고 측에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과 텐센트는 손해 배상금을 부정행위 방지 기술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이번 소송이 "앞으로도 모든 이용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할 것이며 그 어떤 부정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게임 개발사, 부정행위 이용자 잡기 위한 미끼 설치하기도

밸브, <도타 2>에 불법 프로그램 검거 미끼 설치해 부정행위 이용자 찾아내

이와 같이 최근 게임 회사들이 부정행위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도타 2(Dota 2)>의 개발사 밸브(Valve)은 미끼 전술을 통해 핵 프로그램 설치 이용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도타 2>는 일일 동시접속자 50만 명 이상을 유지하는 인기 게임으로 이용자가 많은 만큼 쉽게 승리하기 위한 부정행위와 불법 프로그램도 다양한 방식으로 배포되고 있다. 부정행위 제재에 대한 이용자 건의가 증가하고 있던 가운데 밸브는 2023년 2월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 프로그램을 통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4만 개 이상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는 공지를 발표했다.

밸브는 그동안 부정행위 근절을 위해 이용되고 있는 핵들의 구동 방식을 알아내고, 많이 쓰이는 핵이 일부러 잘 통하도록 한 뒤, 사용이 증가하자 패치 과정에 허니팟(Honeypot)이라는 데이터 섹션을 몰래 심어 두었다.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으면 허니팟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이용자가 무고하게 정지당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밸브는 사설 프로그램의 우회와 변조 방식을 한 번에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검거에 다소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불법 프로그램들에만 제재를 가할 경우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매번 새로운 패치와 우회 방법으로 또 다른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미끼를 설치하고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밸브는 오랜 기간 동안 핵 사용자의 정보를 입수했고 집단 검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편, 계정 이용이 정지된 이용자 가운데는 프로게이머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밸브는 해당 선수들에 대해 게임 이용 권한을 박탈하고, 향후 자사의 모든 대회 참여를 금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3게임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 주는 부정행위, 방지책은?

방지 위해선 이용자 인식 개선과 개발사 노력, 법적 규제 모두 필요해

이처럼 핵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게임 내 부정행위는 게임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기로 지적되고 있다. 부정행위는 이용자 간 공정한 경쟁을 헤칠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적발된 사안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불법 거래 특성상 개인정보 유출 및 사기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 및 감독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불법 프로그램 차단이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핵 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해도 새로운 해킹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어 발 빠른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이 거래되기 때문에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또한, FPS(First Person Shooter; 일인칭 슈팅 게임)의 경우 화면 이동이 많아 모든 로그를 저장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 현재 많은 게임이 로그를 근거로 불법 프로그램을 적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가 더욱 어렵다. 일부 개발사의 경우 자체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부정행위 근절에 나서고 있기는 하나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하거나 무고한 이용자가 차단되는 부작용을 겪고 있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개발사는 보안 허점을 보완하거나 판매 및 유포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는 제한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부정행위에 대한 원천 차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보니 개발사의 모니터링이나 즉각적인 법적 대응이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로 꼽힌다. 핵 프로그램이 감지되었을 때 빠르게 대응하거나 판매 및 유포자에 법정 제재를 가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Maplestory)>에서 핵이나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며, 카카오게임즈 역시 자사 게임 내 핵 프로그램 이용에 법적 조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더욱 강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현행법에서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기, 장치 또는 게임물 등 불법 프로그램을 배포·제작·유통하는 등 게임물의 유통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게 되어있다. 실제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최근 의회에서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게임 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부정행위를 통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정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로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이용자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법적 규제 외에도 이용자 스스로도 부정행위에 대한 가벼운 인식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도 살펴봤듯이 일부 이용자들은 게임 스트레스 해소, 다른 이용자 모방 등 단순한 이유로 게임 내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 부정행위를 선택의 여부가 아닌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생각해야 하며, 게임 개발사에서도 이러한 행동이 게임 이용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 이용자 차원에서 각각 노력한다면 핵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도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1. 게임메카, 끝나지 않는 싸움, 대리 플레이에 골머리 앓는 게임들, 2023.10.12
  2. 게임플, 핵 유저 4만 명 일망타진... '도타2'의 '미끼' 묘수, 2023.03.03
  3. 경향게임스, 번지, 불법 프로그램 개발사와의 소송서 176억 원에 합의, 2022.06.23
  4. 아이뉴스24, 핵 제작자 이어 이용자도 처벌? 게임법 개정안 발의, 2023.11.25
  5. 쿠키뉴스, 게임사, 불법 프로그램에 골머리… 모니터링 시스템 확보가 숙제, 2023.03.22
  6. 펜앤드마이크, 4만건에 육박하는 '대리게임·핵'..."게임산업 발전 저해 요인", 2023.10.15
  7. Blizzard, A STATEMENT ON CHEATING AND EXPLOITATION, 2023.10.26
  8. Game Developer, PUBG Mobile cheat makers must pay $10 million after losing lawsuit, 2022.01.08
  9. IGN, PUBG Mobile Cheat Makers Ordered to Pay $10 Million in Damages, 2022.01.08
  10. ir.deto, IRDETO Global Gaming Survey: The Last Checkpoint for Cheating
  11. MenKind, Minecraft, GTA and Warzone - Find Out Which Game Has the Most Cheaters!, 2023.03.17
  12. Siliconrepublic, Valve uses 'honeypot' trap to ban 40,000 Dota 2 cheaters, 2023.02.24
  13. time2play, Survey finds cheating prevalent among American gamers [Study], 2023.04.28
  14. Torrent Freak, Bungie & Destiny 2 Cheat Creator Agree $13.5m Copyright Damages Judgment, 2022.06.10
  15. Uber Strategist, YouGov and PLITCH Study Shows that Over Half of Americans Use Cheats While Ga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