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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커스]
2023년 글로벌 게임산업 분석과 2024년 전망

글로벌 이슈 포커스

전문가를 통해 바라본
2023년 분석과 2024년 전망

카를로스 아르투로 레예(Carlos Arturo Reyes)는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IGDA)의 중남미 지역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며, 동시에 게임 디자인 스튜디오의 CEO로 역임하고 있다. 전문가와 함께 2023년 게임산업 주요 트렌드에 대해 돌아보고, 다가온 2024년 게임산업 전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게임산업의 역사에서 2023년은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대규모 채용, 막대한 투자로 기억되는 코로나19 시기 이후 조정(Adjustment) 또는 교정(Correction)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최고치를 경신했던 2021년에 비해서는 2년 새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9년보다는 훨씬 좋은 시장으로 남을 것이다.

2023년의 조정은 여러 방식으로 나타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대규모 해고(Mass Layoff)이다. 2020~2022년 사이 많은 개발사가 인력을 필요 이상으로 채용하며 2023년 한 해 동안 수천 명의 게임업계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또 다른 조정은 투자와 쉽게 들어온 돈(Easy Money)이 감소한 것이다.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의 정상(Normality)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일, 여행, 영화 관람 등 게임 외 다른 활동에 시간을 쏟기 시작했고 자연히 게임 이용자 수와 이용시간은 감소했다. 업계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은 막을 내렸고 외부 투자와 자본 유입도 줄어들게 되었다.

폐업, 구조조정, 축소(Closing, restructuring, and downsizing)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게임산업은 전례 없는 부흥기를 맞이했다. 활성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 모두 빠르게 늘어나며 신작 출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개발사들로 하여금 출시를 앞당기고 사업을 확장해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2023년에 이어진 대량 해고는 이전의 일반적인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재조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스웨덴의 엠브레이서 그룹(Embracer Group)이다. 엠브레이서 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공격적인 인수전을 펼쳤고 전 세계의 많은 개발사가 그룹 산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엠브레이서는 급증한 운영 비용과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폐업을 단행해야만 했다. 구조조정이 시작된 후 첫 3개월 동안 총 904명의 직원이 해고되었고 2024년 1월 초까지 확인된 총해고 직원은 2,000명을 상회한다. 또한, <캠프파이어 카발(Campfire Cabal)>와 <세인츠 로우(Saints Row)>을 개발한 볼리션(Volition)을 폐쇄했다.

이러한 정리해고에 대한 대응책으로 노조가 연이어 결성되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도 했다. 2023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는 제니맥스(ZeniMax)의 노조를 인정했었는데, 12월에는 2024년부터 계약직 근로자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2%의 임금 인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MS의 에이미 파노니(Amy Pannoni)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단체 교섭 합의를 위해 노력하며 선의의 협상을 계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겠다 밝혔다. MS는 2023년 10월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인수를 마무리한 뒤에도 근로 중립성 계약(Labor Neutrality Agreement)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감소한 투자와 인수합병(Less investment, mergers, and acquisitions)

몇 주에 한 번씩 대형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오던 때와 달리 2023년 업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게임산업에의 투자가 갑자기 중단되자 대형 퍼블리셔부터 소규모 아웃소싱 조직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엠브레이서 그룹의 위기는 2023년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새비 게임즈(Savvy Games)와 진행하던 최소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무산되며 가속화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투자와 인수전이 멈춘 것은 아니다. 2023년 10월 IT 업계 최대 규모인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확정되었고, 키워드 스튜디오(Keywords Studios)가 클라우드 기술 개발사 임프로버블(Improbable)로부터 멀티플레이어 그룹(Multiplayer Group)을 7,650만 파운드(약 1,224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게임산업을 위한 투자 자본은 마련되어 있지만, 투자를 결정짓는 지표가 성장(Growth)에서 통합과 확장(Consolidation and Expansion)으로 변화하여 과거와는 다른 투자 양상이 보이는 것이다.

콘솔 게임시장 성장과 온디멘드, 클라우드 게임(Console games, cloud gaming, and gaming on-demand)

뉴주(Newzoo)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게임시장은 1,840억 달러(약 248조 4,000억 원)로 전망되며 이는 2022년에 비해 0.6% 성장한 수치이다. 이 중에서도 콘솔 게임시장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532억 달러(약 71조 8,200억 원)로 전체 시장의 29%를 차지했다.

2023년 12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이하 SIE)는 플레이스테이션5(PlayStation5; 이하 PS5)의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동안 모든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겪었던 반도체 수급 문제를 극복하고 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2023년은 거치형 콘솔보다도 핸드헬드(Handheld)의 해였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한 해였다. 핸드헬드로 통칭하는 휴대용 콘솔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지난 2017년 닌텐도(Nintendo)가 닌텐도 스위치(Switch)를 출시하며 시작되었고 2023년 주요 게임용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에이수스(ASUS)의 로그 엘라이(ROG Ally)와 레노버(Lenovo)의 리전 고(Legion Go) 등 AAA 게임도 이용할 수 있는 고사양 핸드헬드가 등장하며 앞으로 어떤 핸드헬드가 출시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BM이 첫 등장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 더욱 주목받는 것처럼 온디멘드(On-Demand)3) 전략은 최근 아마존(Amazon)과 넷플릭스(Netflix)가 시장에 진출하고 디즈니(Disney)가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며 시장이 구체화되고 있다. MS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는 MS의 성장 전략이 더 이상 구독형 게임 패스(Game Pass)에 있지 않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3
온디멘드(On-Demand) : 주문형 서비스를 의미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즉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함

"음악 스트리밍이나 OTT(Over-the-Top) 시장이 콘텐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진 못한 것처럼 게임 구독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가 게임 생태계를 완전히 접수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음악 감상이나 TV 시청은 비교적 수동적인 취미이지만, 게임은 이용자가 스스로 찾아서 하는 취미로 많은 이용자들은 게임이 출시된다고 해서 무조건 시도해 보지 않는다"

온디멘드 외에도 콘솔 게임시장 성장과 연관 있는 트렌드는 클라우드 게임(Cloud Gaming)이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실제로 게임을 소유할 필요가 없고, 하드웨어의 제약 없이 휴대용 기기에서 최신 게임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저지연(Low-Latency)을 구현해 어디서든 끊김이 없이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최신의 기술이다. 물론, 곧 완전한 의미에서 현실화하기에는 아직 많은 한계가 있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임엔 틀림없다.

무서운 유령, 생성형 AI의 등장(The Scary Ghost of Generative AI)

2023년 한 해 동안 많이 언급된 키워드 중 하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로, 기술의 등장과 상용화, 그리고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한 논의가 한 번에 이뤄졌던 시기였다. 특히, 디자이너, 배우, 성우, 작가들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2월 MS는 제니맥스 노조와 협의해 직장 내 AI 활용 합의안을 최초로 공개했다. 합의안에는 제니맥스가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근로 생산성, 개인의 성장이나 업무 만족도를 보장하고 향상하기 위해 인간의 독창성과 역량을 강화하는데 AI를 이용하겠다는 협의가 포함되었다. 또한, 사측이 노조원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AI를 도입할 때마다 회사는 노조에 사전 통지하고 요청 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한다. 협약은 직장 내 AI 사용에 대한 6가지 기본 원칙에 대해 '기술은 공정해야 하며(to be fair), 신뢰할 수 있으며 안전하고(reliable and safe), 비공개로 보안이 유지되며(private and secure), 포용적이고(inclusive), 투명하게 공개될 뿐만 아니라(transparent) 책임감 있어야(accountable) 한다'고 정의한다. 노조원들은 협약 체결을 통해 생성형 AI가 앞으로 업무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는 잘 모르지만, AI 도입 시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MS와 제니맥스에 이어 미국 통신노동자 연합(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CWA)도 직장 내 AI 사용에 대한 가이드를 발표했다. CWA의 AI 위원회는 업무에 있어 AI 도입에 관한 교섭 및 공공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정의했다. CWA 클로드 커밍스 주니어(Claude Cummings Jr) 회장은 "AI는 번영을 이루고 인간의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용될 때만 가능하다. 우리는 조합원 보호를 우선으로 AI에 접근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근로 조합 계약에 의해 보장된 발언권을 가지고, AI를 활용한 미래의 업무 환경을 형성하는 데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가이드 구축 배경을 밝혔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소송전(Copyrights lawsuit battles all around us)

AI 도구 사용이 늘어나며 2023년 업계에 닥친 또 다른 어려움은 저작권 분쟁이다. 오픈 AI(Open AI)의 Chat GPT 같은 AI 솔루션이 접근 가능한 모든 콘텐츠를 불법적으로(unlawful) 학습하여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스팀(Steam)의 운영사 밸브(Valve)는 스팀 내 AI 기반 에셋(Asset)으로 개발된 게임을 판매 금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밸브가 최근 AI 기반 게임에 다시 문을 열긴 했지만, 저작권 문제를 방지하고 창작자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며, 장기적으로는 게임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의 불법적인 사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AI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와 같은 회사들은 AI 도구 개발에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스퀘어 에닉스의 키류 다카시(Takashi Kiryu) CEO는 2024년 신년 인사에서 "콘텐츠 개발과 게임 퍼블리싱에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단기적으로는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더욱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이 곧 기회라고 믿기 때문에 혁신을 활용하여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이며 향후 관련 솔루션, 도구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저작권 분쟁은 AI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의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저작권 소송부터 에픽 게임즈(Epic Games)의 <포트나이트(Fortnite)>가 안무 도용 혐의로 소송당한 것까지 전과 다른 유형의 저작권 소송이 2024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 기대할 것(What to look forward in 2024)

현재 게임산업이 겪고 있는 조정은 2024년을 넘어 2025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2024년 상반기에는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할 것이며, 투자가 줄어든 만큼 영세 개발사들의 생존 가능성이 불명확해질 것이고 경기 불안정으로 인해 더 많은 폐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 도구는 향후 몇 년 동안 게임업계에 영향을 미칠 혁신적인 기술로 게임 개발에 있어 개발자를 지원할 수 있는 훌륭한 조수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2023년이 끝나갈 무렵, 2024년 게임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2023년 동안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24년에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게임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 (많은 회사가 5~10%의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이는 시장 심리가 약세 기조에서 강세 기조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근거이다.

이후, 상장 게임 주식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기업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신작에 대한 투자, 소규모 개발사 인수 등이 늘어나고, 2024년 하반기에는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안(Digital Services Act) 같은 규제의 발전은 급변하는 게임 환경에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처럼 2023년에 여러 위기가 있었음에도 아직 게임산업에 기회와 성장 가능성은 남아있다. 시장 축소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게임업계는 콘텐츠 산업의 선도 주자가 될 것이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