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0일, 6월 중순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미 최대 게임쇼인 E3의 취소가 확정되었다. 그간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가 코로나19를 이유로 2020년과 2022년 개최를 취소했으나 2023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최초의 E3로 많은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닌텐도(Nintendo), 소니(Sony),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EA(Electric Arts), 유비소프트(Ubisoft) 등의 대형 게임사들이 불참을 선언하여 개최가 불투명해졌고, 결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가 개최 취소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E3의 존폐가 위협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생겼으며 향후 행사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늘어났다.

2023년 3월 결굴 E3 개최 주체사인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와 그 협력사 리드팝(ReedPop)은 E3 취소 사실을 공지하며 E3가 B2B 형태에 치중되어 있음을 인정했다.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는 게임쇼에서 B2C 부분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존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리드팝과 협업하였으나 E3가 취소되면서 올해에는 협력의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와 리드팝은 취소의 사유로 첫째, 여러 회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게임 개발 일정이 바뀌었다는 점, 둘째, 전 세계적 불황 국면에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대형 행사에서의 마케팅 비용을 줄인 점, 셋째, 게임사들이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온라인 마케팅 및 행사와 오프라인 행사 간 비교우위를 고려하여 마케팅하고자 한다는 점을 들었다.

2019년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E3

출처: IGN, E3

1) 코로나19 기간 정착한 개발사 독자 쇼케이스

코로나19로 인해 대행 게임쇼 개최가 취소되면서, 게임업계에서는 온라인 또는 독자 부스를 활용한 독자 쇼케이스가 활발히 개최되었다. 대표적으로 소니는 2019년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 제고, 게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편의성 제공 등의 효용을 고려한 끝에 E3 불참 선언을 하고 플레이스테이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Play Station State of Play) 라는 자체 온라인 쇼케이스를 매년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닌텐도의 온라인 쇼케이스인 닌텐도다이렉트(Nintendo Direct)처럼 2019년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소니는 신작 게임 및 다음 신작 게임 예고편 등을 공개했다. 2020년에는 소프트웨어뿐만이 아니라 콘솔 장치인 PS5 쇼케이스까지 진행하며 독자적인 쇼케이스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의 경우 온라인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새로운 VR 기기인 VR2를 공개하며 해당 기기를 이용한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신작 게임 공개 및 출시일 예고를 실시하였는데, 8월 31일 출시될 <발더스 게이트 3(Baldur’s Gate 3)>, 6월 2일 출시될 <스트리트 파이터 6(Street Fighter 6)> 등의 게임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역시 온라인 쇼케이스와 함께 독자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부터 독자 쇼케이스를 실시하였는데, 2022년 E3가 코로나19로 취소된 상황에서 3차례의 온라인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해당 쇼케이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년 쇼케이스에서 새로운 콘솔 기기인 Xbox Series X/S를 공개하였고, <스타필드(Starfield)>, <스토커2 : 하트 오브 체르노빌(STALKER. 2: Heart of Chernobyl)> 등의 게임을 공개했다. 2022년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E3를 불참하고 E3 개최 예정 시기이자 장소였던, 6월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 2023(Xbox Games Showcase 2023)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유비소프트도 2020년부터 자체적인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유비소프트는 자체 쇼케이스에서 <저스트 댄스 2020(Just Dance 2020)>의 신규 음악 추가,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Assassin’s Creed Valhalla)>의 플레이 영상 등을 공개했다. 또한 당초 E3 참가를 고려했으나 그 결정을 뒤집고 E3와 다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불참한다고 선언했으며, E3가 개최 되려던 장소 및 시기인 로스앤젤레스에서 6월 12일 자체 쇼케이스인 유비소프트 포워드 라이브 이벤트(Ubisoft Forward Live event)를 열기로 했다.

2) 적은 비용과 높은 효과…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도입

TGA(The Game Award)와 SGF(Summer Game Fest)의 호스트인 제프 키글리(Geoff Keighley)는 SGF의 E3과의 차별점으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꼽았다. 그는 E3는 게임 이용자보다 게임 제작자, 기자들을 위한 행사가 많다고 언급하며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E3보다 민주적이고 많은 게임 이용자에게 유용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E3는 게임 이용자보다 게임 제작자, 기자들을 위한 행사가 많다고 언급하며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E3보다 민주적이고 많은 게임 이용자에게 유용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E3의 경우 오프라인 특성상 E3가 진행되는 LA에 방문이 필요하나 SGF의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은 LA로 찾아갈 필요 없이 전 세계 어디에 있어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무료 행사인 만큼 더 많은 게임 이용자이 시청할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 큰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제프 키글리는 SGF가 E3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며 다른 방식의 게임쇼 형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E3보다 적은 비용으로 기업, 행사 주최자, 소비자 모두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효율적인 방식임을 강조했다.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적극 도입한 게임사로는 닌텐도가 있다. 닌텐도는 독자 온라인 쇼케이스인 닌텐도 다이렉트를 2011년부터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닌텐도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진행했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고스트 트릭(Ghost Trick)>, <픽민4(Pikmin 4)>, <별의 커비(星のカービ)> 등 다수의 후속작 및 리마스터 작품이 발표되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 세계 다수의 닌텐도 이용자가 해당 내용을 접할 수 있었고 스트리밍을 보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의 장점에 주목한 월트 디즈니(Walt Disney)도 2022년 첫 게임 쇼케이스도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했다. D23엑스포에서 <디즈니 스피드스톰(Disney Speedstorm)>, <마블 미드나잇 선즈(Marvel’s Midnight Suns)> 등의 신작 미케팅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

3) 소비자 중심의 B2C 게임쇼 vs 업계 관계자 중심의 B2B 게임쇼

과거에는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B2B 게임쇼가 주된 게임쇼의 형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부터 점차 B2C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그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B2B 중심의 E3는 작년에 이어 코로나19로부터 회복세에 접어든 2023년에도 개최되지 못했다. 반면에 B2C가 중심인 게임쇼인 PAX East, 타이페이 게임 쇼(Taipei Game Show) 등은 2023년 성공적인 행사를 치렀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게임쇼는 어떤 점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2년간 개최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PAX East에는 약 750개의 게임사가 게임쇼에 참여했다. 또한 E3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밝혔던 닌텐도도 참여했다. 닌텐도는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게 포켓몬(Pokémon) 독점 공간을 마련하였고, 대표 캐릭터인 마리오(Mario)와의 대결 체험을 할 수 있는 관람객 참여형 부스를 마련했다. 또한 세대를 아우르는 게임쇼가 되기 위해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과거 콘솔들을 배치하여 참여하며 즐길 수 있게 했다. <팩맨(Pac-Man)>, <마리오 카트 8(Mario Kart 8)>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즐기는 게임쇼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게임 개발자와 업계 관계자, 기업체 관계자도 방문했다.

PAX East의 흥행에서 B2B 행사만 진행되는 게임쇼보다 B2C가 행사가 함께 포함되는 게임쇼가 더 선호 받음을 알 수 있다. 게임 개발자와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 게임 이용자들의 반응과 선호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마케팅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자들도 게임에 대한 정보 및 체험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에서 준비한 여러 부대 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어 B2B와 B2C가 결합된 게임쇼를 더 선호할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진행된 타이페이 게임쇼는 B2C 행사, B2B 행사, 온라인 스트리밍 등 다양한 유형의 행사로 진행되었다. 또한 2014년 설립된 아시아 태평양 게임 서밋(Asia Pacific Game Submit)을 통해 연례 컨퍼런스를 계획, 수시로 주제 공유, 200회 이상의 연설 및 토론, 강사 초빙 등을 진행했다. B2B 구역에서 게임 개발자 및 배급사, 운영자 등의 교류, 컨퍼런스 실시, 게임업계 종사자 간 네트워크 구축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B2C 구역에서 게임 이용자들에게 VR 체험, 게임 관련 굿즈 판매 등이 이루어졌으며, 해당 게임쇼에 25개국 275개의 개발사가 참여했다.

특이한 점은 상기했던 E3 불참 선언 게임사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유비소프트가 해당 게임쇼에 참여했으며 특히 소니는 앞서 플레이 스테이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밝혔던 <스트리트 파이터 6>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했다. 이 게임쇼는 인디 게임 존, 보드게임 존 등을 마련하여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였으며,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게임쇼의 방향을 바꾸었다. 타이페이 게임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의 게임쇼에서는 체험 부스 운영, 컨퍼런스 개최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여 게임 이용자들을 끌어올 콘텐츠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1) Summer Game Fest

SGF는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만 진행되는 게임쇼다. SGF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E3와 같은 대형 게임쇼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온라인에서 정상적으로 개최되었다. SGF는 온라인 참가비용, 사전 참가 신청 등이 없는 게임쇼로 트위치(Twitch), 유튜브, 트위터(Twitter) 등의 매체를 통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SGF는 E3의 사례와 다르게 베데스다(Bethesda), 유비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의 대형 게임사들도 참여한다. 올해 SGF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 및 방송이 되며, 개최일은 6월 8일이다. SGF의 호스트인 제프 키글리는 2023년 처음으로 해당 게임쇼를 IMAX 영화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도할 예정이다.

Summer Game Fest 홈페이지

출처: Summer Game Fest

2) Gamescom

게임스컴(Gamescom)은 2023년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개최가 예정된 유럽 최대의 게임쇼이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함께 진행된다. B2B 분야의 비즈니스 구역, B2C 분야의 엔터테인먼트 구역, 인디 게임 구역,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가족·친구 구역, 게임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게임스컴 캠퍼스, 굿즈 구역, 레트로 게임 구역, 코스프레 구역으로 나뉜다. 상기한 타이페이 게임쇼의 오프라인 구성과 비슷한 점이 있으나, 가족 단위 방문자를 위한 구역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볼 수 있다.

해당 게임쇼에는 E3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반다이 남코(Bandai Namco), 세가(SEGA) 등의 전 세계 각국의 게임사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앞선 SGF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하여 무료였던 점과 달리 게임스컴의 경우 입장하기 위해서는 표 구매가 필요하다. 2021년과 2022년 게임쇼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하였는데, 2023년에는 오프라인 개최가 예정되어 있기에 지난 2년간의 행사보다 즐길 거리가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Gamescom 홈페이지

출처: 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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