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2023년 2월 14일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게임산업 연차총회에서 중국영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中国音数协游戏工委)와 중국게임산업연구원(中国游戏产业研究院)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2년중국게임산업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중국 게임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하여 약 2,659억 위안(약 48조 원)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8년 연속 성장하였으며, 특히 2010년도 중반에는 두 자릿수 대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성장 및 게임산업 지원 정책으로 2013년 약 832억 위안(약 16조 원) 규모였던 중국 게임시장은 2021년 2,965억 위안(약 52조 원)으로 약 3. 5배 성장했다.
중국 게임시장 매출 출처: 감마데이터(伽马数据)
하지만 2010년대에 후반에 들어와서 중국 게임시장 매출 규모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감소세를 보였으며, 특히 2022년에는 조사 기간 중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약 306억 위안(약 4조 원) 감소했다.
이러한 역성장의 요인으로는 여러 요소가 있으나 대표적으로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 신작 게임 개발 취소 및 서비스 지연, 정부의 지속된 게임 관련 규제 등을 들 수 있다.
2021년 말부터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중국 정부는 제로코로나 정책의 일환인 완전 봉쇄를 감행하였고 이는 곧 중국 경제의 악화로 이어졌다. 2022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었고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저하되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기업과 근로자들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영위하지 못했고 불안정한 시장 상황과 맞물려 소비심리 위축과 구매력 저하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불완전한 소득 및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非)필수재에 대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는 게임 내 아이템 구매도 포함되었다.
또한 경제성장의 둔화와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의 여파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2010년대 이후로도 최소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는 시간이 갈수록 둔화되었고 2020년부터 2% 대로 급감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률 저하는 가처분소득까지 영향을 끼쳤다.
중국 게임사의 신작 게임 개발 취소와 서비스 지연 또한 중국 게임시장 역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다. 앞서 살펴본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가 수요의 문제였다면, 신작 게임 개발 취소와 서비스 지연은 공급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중국 게임사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격리 문제,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와 소비심리 한파, 지속된 정부의 규제 정책 등의 요인으로 2022년에 타격을 입었다.
게임사의 경우 신작 출시 및 업데이트를 통해 주로 수익을 얻는데 게임 및 콘텐츠 공급의 지연은 게임 이용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하였고, 게임시장의 규모가 축소되는 원인이 되었다.
특히 업데이트 서비스 지연은 게임 내의 소비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게임 이용자들의 소비를 지연시키고, 후속 서비스도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해 그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완전히 방역하겠다는 제로코로나 정책이 큰 영향을 끼친 사례가 있는데, 이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의 대형 게임사인 호요버스(Hoyoverse)가 서비스하는 <원신>의 서비스 지연 사례가 있다.
<원신>은 2021년 5월 11일 2.7버전 업데이트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2. 7버전 업데이트는 야란(夜兰), 쿠키 시노부(久岐 忍)라는 캐릭터가 추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2022년 4월부터 상하이가 봉쇄되면서 해당 업데이트는 결국 동년 동월 31일로 연기되었다. 이렇듯 제로코로나 정책은 게임 이용자들을 비롯한 중국 소비자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었다. 중국 게임사의 근로자들과 개발자들도 자택에서 격리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서비스 지연과 같은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
상하이 봉쇄의 모습 출처: Automotive News Europe <원신>업데이트 연기 공지 출처: <원신>공식 트위터 계정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게임사마저 신작 게임 개발을 취소하거나 운영 중인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형 게임사인 텐센트(Tencent), 넷이즈(NetEase) 등의 회사들도 각각 26개, 14개의 신작 게임 개발을 취소할 정도였다. 서비스가 중단된 게임도 많다. 치마이(七麦)의 통계에 따르면 애플스토어(Apple Store)에서 6만 2천 개의 중국 게임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텐센트의
중국 정부는 2019년도부터 게임 관련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규제 내용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평일엔 일 1.5시간, 주말엔 일 3시간 게임을 할 수 있다. 추가로 매일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이 제한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이대에 따라서 게임 내 결제할 수 있는 주당 총량이 정해져 있었다.
실제로 게임 이용 규제는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 감소로 이어졌다. 2022년 9월 14일 니코(Niko)에서 규제 시행 1년 후의 중국 청소년 게임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7%의 청소년들이 게임 접속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71%의 청소년은 주당 3시간 이내로 게임 접속을 한다고 응답했다.
게임 시간 이외에도 중국 정부는 그리고 12세 미만의 청소년은 게임 내 결제를 원천 봉쇄하였고, 결정적으로 부모나 다른 성인의 아이디를 통해 게임을 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안면인식 로그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국의 청소년 게임 이용 관련 규제 출처: : 중국국가신문출판서, 중화인민공화국중앙인민정부또한 판호(版號)1 발급도 2019년 1,365개에서 이후로 점차 줄여 나가며 2020년 1,308개, 2021년 7월 이전까지 679개의 판호만 발급한 후 신규 판호 발급은 진행하지 않았다. 물론 2022년 4월 11일 국가신문출판서가 다시 45개의 판호를 발급하기 시작하며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022년까지는 완전한 규제 해제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마저 텐센트, 넷이즈 등의 대형 게임사들은 판호 발급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중소규모 게임사의 게임 판호만 발급되었다.
그러나 전술했던 규제사항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도 불경기로 인한 경제적 성과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2021년 8월 이후로 약 9개월간 외자판호가 아닌 내자판호조차 내주지 않았던 모습에서 점점 판호를 내주기 시작하여 규제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2022년까지 대형 게임사에게 판호를 내주지 않았으나, 텐센트 및 넷이즈 등의 대형 게임사의 타이틀을 포함하여 2023년 1월에만 88개의 판호를 허가했다. 규제로 인해 게임산업이 타격이 가시화된만큼 판호에 대한 허가를 시작으로 중국 정부는 향후 규제 완화를 통해 게임사 육성과 게임시장 규모 확대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게임사는 이상과 같은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매출을 회복하며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비디오 콘솔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을 통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니코에 따르면, 중국의 청소년 게임 규제에 따라 스팀(Steam)과 같은 게임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과도 같은 콘솔 게임기와 게임 시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콘솔 게임기 및 그 게임콘텐츠의 매출은 현재는 크지 않다. 하지만 크지 않은 만큼 그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고, 그 성장을 바탕으로 매출을 점차 회복하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규제 이후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텐센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Lightspeed Studios)를 설립했다. 텐센트는 이곳에서 미국 및 서방세계 진출을 위한 비디오 게임 개발을 할 예정이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2021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 지사를 설립하며 향후 10개국 이상의 국가에 지사를 설립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해외 진출을 위한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락스타게임즈(Rockstar Games)에서
텐센트의 경쟁사인 넷이즈도 해외 진출을 위해 2022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미국 및 서방세계 진출을 위한 재커로프 게임즈(Jackalope Games)를 설립했다. 또한 인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시티오브히어로즈(City of Heroes)>, <스타트렉 온라인(Star Trek Online)> 등을 개발한 개발자를 영입했다. 이 두 대형 게임사의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더욱 많은 중국 게임사의 해외 진출이 전망된다.
중국 게임사만 규제 완화의 효과를 받고 있지 않다. 국내 게임사들은 2017년 한한령이 시작된 이후, 약 3년간 국내 게임사는 외자판호를 발급받지 못했다. 한한령 이후 2022년 상반기까지 2020년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 2021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온라인>, 핸드메이게임의 <룸즈:풀리지 않는 퍼즐>이렇게 단 3개의 게임만 외자판호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상황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2월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국내 게임사의 7개 게임에 대해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 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크로스 월드>,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킹덤>의 중국 현지 게임 배급사를 선정하고 최적화 작업에 돌입했다. 또한 <쿠키런:킹덤>의 위챗(Wechat), 웨이보(Weibo) 공식 채널을 개설하여 홍보에 나서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도 앞서 언급한 <에픽 세븐>의 공식 홈페이지를 열었으며, 중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또한 스마일게이트는 현지 애플 앱스토어에도 사전 예약을 진행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지 게임 배급사를 선정하고 홍보에 힘쓰고 있다. 변화 기조를 띠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 발맞춰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선호 및 게임 이용 패턴 등을 제대로 파악한 후 중국 게임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