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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라틴 아메리카 게임 시장 동향

글로벌 이머징마켓

라틴 아메리카는 거대한 인구를 자랑하는 이머징 마켓으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게임 지불 의사가 점차 높아져 게임산업에게도 미래가치가 높은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빠르게 게임산업 이머징 마켓으로 성장하던 러시아 시장이 붕괴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주목도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라틴 아메리카 게임시장의 특징을 주요 통계지표를 통해 짚어본다.

1라틴 아메리카의 지정학적 위상과 역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러시아와 미국과 유럽 연합 등의 서방 세력 간 갈등이 국제 질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가운데, 양 진영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며 상대방에 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지역으로 라틴 아메리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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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후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사실상 장악해왔으나, 2008년 발생한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영향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라틴 아메리카는 거대한 다인종 다문화 대륙으로 각 국가가 저마다 주요 강대국들과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냉전 종식 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였지만, 러시아는 소련의 역사적 동맹국인 쿠바 및 니카라과와의 연대를 계속 유지해왔으며, 전통적 반미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시아에게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패권 약화를 목적으로 한 동맹 체결 가능성이 높은 지역, 글로벌 패권 국가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거점 지역으로 중요하게 여겨졌다. 러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스푸트니크V 백신을 라틴 아메리카에 대량 공급하는 ‘백신 외교’와 무역량을 늘리는 등 동맹국으로의 위상을 높여왔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서방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에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군사 배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라틴 아메리카는 러시아와 서방 양 진영에 모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각 국가마다 양 진영과 얽힌 이해관계가 달라 라틴 아메리카의 단일화된 통합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외교 등 라틴 아메리카의 복잡성은 이 지역을 국제 무대에서 다소 소외시키고 있다. 그런데 게임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라틴 아메리카는 최근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머징 마켓으로 주목받아 왔음에도 이렇다 할 실질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던 과거와는 다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라틴 아메리카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된 것은 거대한 시장 잠재력 외에도, 2022년 게임산업 최대 이슈가 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인수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독과점 문제에 대한 판단에서 브라질의 결정이 중요 기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라틴 아메리카를 게임산업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라틴 아메리카 게임 시장의 특징

2.1 시장 규모 및 특징

라틴 아메리카 게임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게임 시장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 Zoo)가 올해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1,9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 중 라틴 아메리카 시장의 규모는 87억 달러로 4.4% 수준이다. 성장의 주 요인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인한 모바일 게임의 급속한 성장과 클라우드 게임의 등장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조치 이후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ResearchAndMarkets.com)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10.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Groupe Speciale Mobile Association)에 따르면, 2025년까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이동통신 보급률은 73%에 달하고, 스마트폰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 전체 인터넷 연결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GSMA에 따르면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는 2025년까지 연평균 4%의 성장률을 보이며 4억 2,200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까지 5G 보급률은 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뉴주의 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라틴 아메리카 게임 이용자가 사용하는 기기의 73%를 차지 했으며, PC(63%)와 콘솔(60%)이 그 뒤를 이었다. 모바일 게임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 2021년 전체 게임 매출의 48%인 19억 1,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것으로, 라틴 아메리카 지역 게임 시장의 모바일 퍼스트는 간과할 수 없는 추세로 자리매김했다.

또 하나 두드러지는 변화는 유료 게이머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결제 수단과 서비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으나, 라틴 아메리카 인구의 1/2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1/3만 신용 카드를 사용한다는 현실에 비춰볼 때 직불 카드나 선불카드 혹은 디지털 결제가 대안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

2.2 라틴 아메리카 지역 게임 소비 트렌드

유튜브 문화&트렌드(YouTube Culture and Trends) 팀은 컨설팅 회사인 플로트(Float)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유튜브 바이브(YouTube Vibe)’라는 게임 트렌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출신의 18~64세 사이의 게임 이용자들이었다. 조사 결과 멕시코 인터뷰이의 71%는 비디오 게임이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 다른 리소스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으며, Z세대 청소년(15-25세)의 72%는 비디오 게임이 소셜 네트워크보다 더 나은 엔터테인먼트 형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틴 아메리카의 게임 선호는 매우 막강한 트렌드로 이 지역 게임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미 취미에서 라이프 스타일 영역으로 넘어갔으며, 게임에 대한 열정을 수익화할 수 있는 기회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형성된 글로벌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 이용자가 사회적 교류가 적다는 편견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단적인 예로 2021년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영상 조회수는 150억 회를 돌파했다. 영상 시청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 넓고 왕성한 사회적 교류를 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게임 이용자의 수동적인 참여에서 능동적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양방향으로 모두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 조사대상자의 64%는 비디오 게임이 제공하는 세계와 경험이 현실 자체보다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디오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양과 질이 확대되고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제공 범위가 넓어지면서 무궁무진한 소액 결제 모델이 등장하고 수익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라틴 아메리카 게임 시장의 핵, 브라질

3.1. 브라질 게임 시장의 규모와 특징

인구 수 기준 세계 5위 대국인 브라질은 1990년대 게임 하드웨어 수입에 대한 높은 관세로 인해 시장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자체 생태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세계적인 게임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브라질의 게임 시장 규모는 27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세계 10위에 해당한다. 2023년에는 3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이용자는 1억 100만 명이며, 세계 5위에 해당한다.

뉴주에 따르면, 브라질 게임 이용자의 43%가 유료 이용자로, 수년 전 무료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주류로 분석되었던 것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지출 동기는 추가 콘텐츠 획득이 가장 크며, 캐릭터 개인화, 더 쉬운 게임 경험, 친구 또는 가족과 플레이, 구독 서비스 이용 등이다. 과거 브라질은 주요 강대국에서 멀리 떨어진 제 3세계의 국가였지만, 다문화 대륙이라는 태생적 다양성을 게임 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으로 물리적 경계의 의미가 희미해지면서 게임 산업 발전에 유리한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2022년 기준 브라질 게임 이용자 수와 게임 매출 출처: Newzoo(2022.7.) 브라질 유료 게임 이용률과 지출 동기 Top5 출처: Newzoo(2022.7.)

3.2. 주요 게임사

브라질 게임 개발자 협회인 아브라게임즈(Abragames)에 따르면, 브라질 비디오 게임 산업은 지난 4년간 169% 성장했다. 로컬 게임 개발사의 수는 2014~2019년 동안 2배로 증가했으며, 로컬 개발자 수는 375명에서 1,009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주목할만한 스튜디오는 올해 6월 공식 출범한 브라질 최초의 게임 퍼블리셔인 DX 게임웍스(DX Gameworks)다. DX 게임웍스는 게임 디자인 및 교육을 포함한 개별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스튜디오로, 엑스박스 브라질(Xbox Brasil)의 지원과 베타 캐피털(Bertha Capital)의 투자로 시작했다. 2020년 출시된 인디 게임 <이터널 호프(Eternal Hope)>를 올해 7월 엑스박스와 PS에 출시하는 등 총 6개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8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DX 게임웍스의 게임 <이터널 호프> 출처: DX Gameworks(2022.7.)

2018년 설립된 브라질 로컬 개발사 디오라마 디지털(Diorama Digital)도 주목된다. 디오라마 디지털은 브라질 원주민 문화를 반영한 게임인 <아라니(Araní)>를 개발 중이다.2 <아라니>를 통해 주목해야 할 사실은 브라질 게임 시장에 원주민 커뮤니티의 참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게임은 봉쇄 조치를 버티는 수단이었지만, 이제 원주민 문화를 알리고 지키기 위한 투쟁의 도구이자 교육의 수단으로 변화한 것이다. 디오라마 디지털은 원주민의 이야기, 문화, 언어 및 철학에 충실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라니>는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및 PC용으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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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이름은 불가사의하고 신화적인 힘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려는 태양 부족 전사인 주인공의 이름이다.

디오라마 디지털이 개발 중인 토속 게임 <아라니> 출처: Wired(2022.3.)

3.3. 정부의 지원 정책

브라질 하원은 올해 10월 게임과 컴퓨터 기기 부문의 막대한 세금 감면을 골자로 하는 브라질 비디오 게임산업 규제 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 해당 법안은 비디오 게임의 개발, 제작, 판매, 수입 및 전국의 게임 관련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대한 규제로 상원의 승인이 남아있다. 현재 브라질의 비디오 게임 산업과 컴퓨터 기기 산업의 평균 세율은 72%로, 정부는 해당 부문의 산업발전 촉진을 위해 세금을 감면하고자 한다. 세금 감면 범위에는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및 모바일 게임 앱도 포함된다. 해당 법안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게임업계 프로그래머나 개발자 구인시 특정 자격이나 라이선스를 요구하던 기존 규정을 철폐했다는 점이다.

한편, 브라질경제보호행정위원회(CADE)는 올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제약 없이 승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월부터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 승인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승인의 관건은 이번 인수가 독과점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독과점 시비의 핵심인 액티비전의 대표작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가 대체불가능한 게임이 아니고, 인수 후에도 다른 플랫폼에 이전처럼 게임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독점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소니(Sony)는 반대의 입장을 고수했다. <콜 오브 듀티>가 대체불가능한 IP로 현재도 플레이스테이션의 주요 수익원으로 게임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수 후에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소니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사의 입장을 청취했던 브라질의 CADE는 자신들의 역할이 소니의 이익이 아닌 브라질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들어주었다.3 게임산업 규제 완화 움직임과 인수합병에 대한 입장을 통해 브라질이 자국의 게임시장과 산업을 발전시킬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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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브라질에서 유리한 판단을 얻어내며 수월하게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브라질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승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와 EU에서는 독점 우려를 표명했다.

게임산업 최대 규모의 M&A 이슈 중심에 선 <콜오브듀티> 출처: Xbox(2022.3.)

4시사점

중남미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막대한 인구수로 경제 발전 잠재력이 높아 주목받아 왔다. 여기에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와 영향력 강화라는 목표까지 더해져 주요 강대국들이 주목해온 지역이다. 이제 게임산업에서도 주목해야 할 지역이다. 높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 젊은 세대 중심으로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 게임 유료 이용률 증가 추세 등으로 광고 기반의 무료 모바일 게임 일변도였던 라틴 아메리카 게임시장 추세가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틴 아메리카 내에서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게임산업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3국의 게임 지출이 라틴 아메리카 전체 게임 지출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 5위 인구 대국이자 게임 매출 기준 세계 10위로 성장한 브라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체 게이머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높은 유료 게임 이용률, 최근 5년간 로컬 게임 산업의 두 배 가까운 성장, 원주민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한 문화적 독창성 배가, 정부의 감세 정책 및 게임산업 지원 기조 등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환경 조성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언어, 다문화성, 모바일 퍼스트, 디지털 결제 용이성,4 원주민 문화의 독창성과 같은 현지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신흥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핵심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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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금융 인프라가 취약해 디지털 결제 기반의 수익 모델을 중심으로 접근해야한다.

참고자료

  1. Real Instituto elcano - Latin America in the Ukraine crisis: a pawn in the game for Putin’s resurgent Russia, 2022.3.22
  2. Videogames Chronicle - Brazilian regulator approves Microsoft’s proposed Activision Blizzard deal, 2022.10.22
  3. Businesswire - Latin America Mobile Gaming Market to Witness Healthy Growth Between 2022 - 2027 Due to Increasing Number of Smartphone Users - ResearchAndMarkets.com, 2022.4.18.
  4. Game Industry.Biz - Global video games market predicted to hit $197bn in 2022, 2022.7.26.
  5. Game Industry.Biz - A future for all: How Brazil’s multicultural industry might shape the global business | Playable Futures, 2022.3.31.
  6. Game Industry.Biz - Newzoo: 43% of Brazil’s game users spend money on titles, 2022.9.23.
  7. Brazilian Report – House approves video games framework in Brazil, 2022.10.20.
  8. impacto – What are the gaming consumption trends in Latin America?, 2022.6.3.
  9. Games Beat – DX Gameworks becomes first console/PC games publisher in Brazil, 2022.6.22.
  10. Wired – Brazil’s Indigenous Gaming Scene Is On the Rise, 202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