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머징마켓
전체 인구 규모가 1,000만 명에 불과한 스웨덴은 유럽에서 3번째로 게임사가 많은 국가이다.
스웨덴 게임산업 매출총액은 2017년 14억 유로에서 2021년 58억 유로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자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스웨덴 게임 업체의 약 절반은 1인 개발사이며, 1인 개발사를 포함한 10명 이하 게임사는 전체의 89%에 달한다.
크지 않은 국가에서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전 세계에서 성공한 게임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스웨덴 게임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웨덴 게임산업협회(Dataspelsbranschen)가 2022년 10월 발표한 연례보고서 ‘게임 개발자 인덱스 2022(Game Developer Index 2022)’에 따르면, 스웨덴 게임업계의 매출총액은 2017년 14억 유로에서 2021년 58억 유로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해외 시장에서 거둔 성과에 따른 것이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캔디 크러시 사가(Candy Crushsaga)>를 비롯해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 등 세계적인 흥행작이 스웨덴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스웨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가 늘어나며 해외 시장 매출이 증가했다. 글로벌 게임산업 M&A 돌풍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엠브레이서 그룹(Embracer Group)을 비롯해 스틸프런트(Stillfront), 썬더풀(Thunderful), EG7 등 다수의 스웨덴 게임사가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기업 인수를 진행했다.
스웨덴 게임 업체의 해외 자회사가 기록한 매출 총액은 2017년 약 1억 유로에서 2021년 31억 유로로 급증했다. 2021년은 사상 처음으로 스웨덴 게임 업체의 해외 매출이 자국 내 매출(27억 유로)을 넘어선 해 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자국 게임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적으로 스웨덴 게임 업체 수는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78% 증가했으며 현재 785개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게임 시장 규모도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유럽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웨덴 게임 업체는 소규모이다. 2021년 기준 785개의 전체 스웨덴 게임사 중 49%가 1인 기업이고, 2-10인 기업이 40%에 달한다. 그럼에도 전체 종사자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게임 산업 종사자는 약 8,000명 규모로, 2017년 대비 70% 증가했다. 스웨덴 게임 업계에서 직원이 가장 많은 회사로는 유비소프트 스웨덴(Ubisoft Entertainment Sweden, 직원 837명), EA 다이스(EA DICE, 직원 730명), 킹(King,직원 648명) 등이 있다. 스웨덴 연간 매출 상위 10개 게임사(2021년 기준, 단위: 100만 유로) ※ 유색은 해외 기업의 자회사 | 출처: Dataspelsbranschen(2022.10)
게임에 대한 문화적 친화력은 스웨덴 게임산업의 성공을 뒷받침한 가장 든든한 토대 중 하나이다. 스웨덴의 게임산업협회(Dataspelsbranschen)의 페르 스트룀배크(Per Strömbäck) 대변인은 스웨덴이 유럽을 넘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비결로 게임 문화에 친숙한 사회적 분위기를 지목했다.
스트룀배크에 따르면, 게임 개발은 진공 상태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 이용자, e스포츠, 게임 관련 이벤트, 게임 스트리머 등 게임을 둘러싼 넓은 생태계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는 스웨덴의 게임 생태계가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 자부했다. 예컨대 스웨덴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페스티벌이자 e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이벤트 ‘드림핵(DreamHack)’이 개최되고 있다. 구독자 1억 명 이상으로, 유튜브에서 전 세계 개인 채널 구독자수 1~2위를 다투는 게임 스트리머 “퓨디파이(PewDiePie)”도 스웨덴인이다.6 또한 스웨덴은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들을 다수 배출했고, 두 번째로 큰 e-스포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스웨덴이 이처럼 게임산업 번영에 유리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국민의 평균적인 컴퓨터 사용 능력 높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스웨덴에서는 정부 보조금과 세금 인센티브 등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1980년대에 이미 컴퓨터 사용이 널리 확산되었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초고속 인터넷 역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접근 수단으로 큰 역할을 했다. 스웨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일찌감치 전국적인 광대역 통신 환경이 구축되었으며, 이는 스웨덴이 게임 이용자와 게임 개발자의 국가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야심찬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중요한 게임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허브와 게임 클러스터도 산업발전에 기여했다. 2020년 한 해에만 스웨덴에서 무려 81개의 새로운 게임사가 출범했다. 스웨덴 시장의 충만한 벤처 정신은 더 많은 스타트업을 독려하며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 비즈니스 위험을 감수한 업체들의 사업 안착 사례가 다음 세대 창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다이스, 모장, 킹 등 유니콘으로 불렸던 성공 사례들이 롤모델로 길을 제시하고 있다.
스웨덴은 넓은 의미에서 기업 하기 좋은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글로벌 경쟁력 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에 따르면, 스웨덴은 안정적인 국가 경제, 높은 ICT 채택률, 높은 혁신 역량 및 비즈니스 역동성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10대 국가에 포함되어 있다. IMD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The IMD 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Ranking)7에서는 2021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두에 밝혔듯, 스웨덴 게임산업의 호황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에 기인한 것이다. 2021년 기준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Twitch)에서 스웨덴과 관련된 게임의 총 시청시간은 플랫폼 전체 시청시간의 약 6%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이 스웨덴에서 만든 게임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일종의 취미 프로젝트로 2009년 첫 출시된 모장의 <마인크래프트>는 2021년 3월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1억 4,000만 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게임시장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인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성공 사례는 스웨덴 게임사들의 목표가 되어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트위치 시청시간 기준 상위 10개 스웨덴 게임(2021년 기준, 단위: 100만 시간) 출처: Dataspelsbranschen(2022.10)스웨덴 게임사들의 대표적인 해외 시장 공략 전략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자국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지는 게임 유통 흐름이다. 인구 1,000만의 스웨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과에 비할 순 없다. 그렇다고 자국 시장을 경시할 순 없다. 스웨덴 게임사에게 자국 시장은 테스트베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국에서 빠르게 ‘소프트 런칭’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취합해 버그를 수정하고 게임을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 정식 발매하는 흐름이 형성되어 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해외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수의 스웨덴 게임사들은 해외에 사무실을 개소하고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현지 인력은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할 뿐만아니라 세계 각지의 창의성을 스웨덴으로 집결시키는 안테나라 할 수 있다.
게임은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는 가장 글로벌한 취미생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그만큼 주목할만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젊은 남성 중심이라는 게임시장에 대한 선입견은 이미 깨지고 있다. 연령대와 성별 등으로 구별되는 모든 인구통계 집단에서 게임 이용은 보편적인 취미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임 소비 시장의 확대는 산업 구도의 재편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일본 중심의 글로벌 게임산업 주도권은 한국과 중국이 참여하고 이제는 유럽 국가들까지 경쟁하는 형태로 확장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북유럽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어지고 있다. 북유럽 게임산업은 확고한 스타일을 가진 1세대 주도 국가들, 그리고 수익성 강화 방안을 연구한 2세대 주도 국가들과는 또 다른 특징을 보이며 게임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모바일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을 가로지르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고, 게임산업의 다양성과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스웨덴은 북유럽 게임산업의 발전의 핵심 국가라 할 수 있다. 앞서 간단히 검토한 바와 같이 스웨덴은 게임 산업이 번성할 수 있는 생태계, 게임사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스타트업 친화적인 산업환경,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작은 자국 시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서 기인한 것처럼 보인다.
스웨덴의 성공 비결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에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해외 문화에 대한 수용력도 높은 한국의 게임산업 역시 게임산업 역사에 기록될 굵직한 성과도 낸 바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간 다소 소외되었던 콘솔 시장이나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도 세계적인 주목을 이끌어 내고 있다.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해외 게임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와 다른 길을 걷거나 저 멀리 앞서 걷는 사례가 아닌,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한 걸음 더 빠르게 걷고 있는 사례로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해외 진출 전략의 고도화, 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등 국내 게임산업이 한 걸음만 더 내디딜 수 있다면, <마인크래프트>나 <캔디 크러시 사가>처럼 긴 시간 큰 비판 없이 사랑받고 글로벌 게임산업에 영향력을 발휘한 게임이 탄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