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커머스: 커머스에 재미와 신뢰를 더하다
글. 최세정(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먼저 라이브 커머스는 소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원하는 쇼핑의 모습을 반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 안전하게 소비하는 언택트(Untact) 서비스가 부상했지만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소통이 필요하다.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면서 연결을 원하는 온택트(Ontact) 문화가 확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형태의 이커머스(E-commerce)는 제품 검색, 주문, 구매, 배송까지 해결해주지만 소통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을 통해 판매자나 인플루언서에게 궁금한 점을 바로 질문하고 여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는 안전하게 소통하며 재미를 느끼도록 한다. 함께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소비자들끼리 대화하며 교감하기도 한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의 순으로 선호하는 콘텐츠의 유형이 변화했으며 5G 시대에 들어서며 라이브 방송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제품 정보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도 직관적이고 실감나는 라이브 영상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라이브 영상의 장점은 현장감과 생동감이다. TV홈쇼핑과 유사하게 스튜디오에서 전문 인력이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많지만,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하는 판매자가 증가하면서 제품과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물리적 이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동해 수산시장의 판매자가 살아 움직이는 새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소통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한다. 이렇게 여과되지 않은 날것의 매력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현장감은 신뢰로 이어진다. 제품의 산지, 공장, 매장 등을 둘러볼 수도 있고 판매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제품의 속성과 품질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촬영, 편집된 동영상은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서 판매자가 원하는 정보와 모습만 보여주지만 양방향 소통인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방송에 참여하는 소비자의 질문이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수많은 제품과 판매자가 경쟁하는 현대 마케팅 환경에서 진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라이브 커머스는 소통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고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이다.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은 라이브 커머스를 촉진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기존 플랫폼의 진화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런칭한 그립(Grip)은 국내 라이브 커머스의 선두주자로서 모바일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라이브 커머스 전문 플랫폼이다. 지난 6월 기준 약 2,400개의 브랜드가 입점했고 하루 최대 100개 이상의 라이브 방송이 송출되었다. 한편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하고 있다. ‘잼라이브’는 퀴즈쇼 플랫폼이었지만 라이브 방송으로 퀴즈쇼에 참여하며 상품 구매까지 가능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였다. 다른 목적을 가졌던 플랫폼이 라이브 방송이 가능해지고 직접 구매와 결제가 용이해지면서 커머스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하면서 국내에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립〉
출처 : Google Play〈잼라이브〉
출처 : Google Play라이브 커머스 열풍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열기가 더 뜨겁다. 특히 KOL(Key Opinion Leader), 왕홍들이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인터넷 거래에서 타오바오, 콰이서우, 틱톡 라이브 등이 이끄는 라이브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0%를 넘기며 1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가입자는 2억 6,000만 명에 달해 164조 원의 시장에 이르고 있다. 소위 ‘립스틱 오빠’로 불리는 유명 라이브 쇼핑 진행자 리자치(李佳琦)는 이틀 만에 수억 위안 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라이브 커머스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제는 연예인, 왕홍, KOL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진, 지방의 시장, 단체장 등이 호스트로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라이브 커머스의 주요 판매 제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비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구, 자동차, 부동산 등 고가의 내구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약 6만 명의 농민들이 타오바오 라이브에 가입해 라이브 채널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라이브 커머스가 전통 판매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획기적인 농산품 직거래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이커머스 사업자를 비롯해 유통 사업자들이 주도해왔다. 커머스를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직접적인 소통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로 진화했으며 이제는 많은 다양한 기업들이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티몬은 2017년부터 전문 쇼 호스트 및 연예인 게스트 출연으로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도 제공하며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 ‘티비온(TVON)’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 쇼핑몰은 올해 초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인터파크 TV’를 론칭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부터 라이브 커머스 ‘100LIVE’(빽라이브)를 시작해 올해 4월 론칭한 롯데 계열 7개 유통사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롯데ON’에 방송하고 있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한 사례도 많다. GS25, 현대아울렛, AK플라자 등 많은 브랜드가 그립과 협업하고 SSG닷컴, 하림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잼라이브를 통해 상품을 판매해왔다.
티몬 〈티비온〉
출처 : 티몬 홈페이지인터파크 〈인터파크 TV〉
출처 : Google Play롯데백화점 〈100LIVE〉
출처 : Google Play하지만 라이브 커머스는 1인 미디어와 1인 마켓을 기반으로 많은 자원을 가지지 못한 중소상공인들, 판매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가진 셀슈머(Sell-sumer)에게 보다 유용한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전통적으로 소극적인 수용자로 이해되던 미디어 이용자들은 선택적 미디어, 콘텐츠 이용뿐 아니라 적극적, 능동적 공유자, 창작자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특히 1인 미디어의 확산은 모든 이용자들이 창작자로서 손쉽게 콘텐츠를 생산,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커머스 맥락에서 수동적인 소비자뿐 아니라 제품을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취합, 가공하여 소비하는 모디슈머(Modisumer),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슈머(Prosumer)가 등장하면서 1인 마켓, 즉 세포 마켓(Cell market)이 성장했다.
그립, 네이버, 카카오,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지원하면서 판매자들은 많은 투자나 특별한 기술 없이 스마트폰만 있다면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판매자의 관점에서 라이브 커머스는 현재와 같이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실감나게 소개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며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지역의 폭넓은 소비자층에게 다가갈 기회인 것이다.
실시간 소통을 통해 재미와 신뢰를 주고 한시적인 할인 혜택 등을 통해 즉각적 구매를 유도할 뿐 아니라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는 실속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며 동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에게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은 제품과 판매자의 다양성을 높이고 보다 높은 연령층도 유입하며 고객층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수록 경쟁의 심화를 가져올 것이며 차별화는 어려워질 것이다. 모든 커머스의 핵심인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갖춰졌을 때 라이브 커머스에서 콘텐츠의 기획과 진행자의 역량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