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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프로파일링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는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딸을 살인 용의자로 의심하며 믿음과 의심의 갈등 속에서 확증편향과 가족애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확신과 편향에 따른 수사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며, 논리적 사고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팀워크보다는 개인적 갈등과 고독한 심리 상태를 부각했다. 드라마는 결국 의심을 넘어 신뢰를 선택하며 사건을 마무리했으나, 가족 간 상처와 화해의 여정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겼다.글. 윤정아(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를 다룬 드라마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막을 내렸다. 다양한 프로파일러 캐릭터가 등장한 이 드라마는 믿음과 믿지 않음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의심을 잘 하는 직업을 꼽으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프로파일러가 들어갈 테니, 프로파일러의 딸이 살인 용의자가 된다는 설정은 흥미롭고 도발적이다. 내 가족이 범죄자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재밌게도, 남편은 직장 동료에게 “프로파일러랑 결혼했으니 거짓말은 못 하겠네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가족을 의심할 일은 없었지만, 의심이 직업병이라고 할 정도로 사건을 다룰 때는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편이다.

이 드라마의 두 아버지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마주하고 각기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믿음과 의심으로 갈라선 두 사람은 자신의 확신에 부합하는 증거를 계속 발견한다. 프로파일러답게 딸을 향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장태수(한석규 분)에게, 그 의심은 가혹한 형벌이기도 하다. 전설적인 프로파일러임에도 딸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피의자가 된 것처럼 긴장하며 흔들리고야 만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장하빈(채원빈 분)은 “사람은 보이는 걸 믿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봐”라며 장태수의 편향된 시각을 지적한다(이 대화 씬에서 장하빈은 정면으로 등장하나 장태수는 측면에서 포착되어 프레임 안에 갇힌 듯한 모습으로 연출된다). 장하빈의 말대로 오해가 확신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확증편향이 있다.

[그림 1,2]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4회(자료: MBC)

딸을 믿지 못하는 아버지, 아들을 믿는 아버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기존의 신념, 기대, 가설 등에 부합하는 증거만을 찾거나, 혹은 이에 부합하도록 증거를 해석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Nickerson, 1998).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범죄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사관이 특정 용의자를 유력한 범인으로 단정하고 그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만을 수용하고 다른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거나 진범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Kassin, Goldstein, & Savitsky(2003)의 연구는 수사관의 유죄 심증이 수사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유죄 심증을 가진 수사관은 용의자를 면담할 때 더 강압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백을 강요하는 경향이 강했다. 무죄인 용의자조차 수사관의 공격적인 태도에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중립적 관찰자에게 면담 내용을 들려주자, 중립적 관찰자 역시 유죄 심증 조건 용의자를 더 방어적으로 여기고 유죄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수사관의 선입견이 단순히 개인적 신념에 머물지 않고 타인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드라마 속 장태수의 수사 방식과도 연결된다. 장태수는 장하빈의 혐의를 단정한 채 주변인에게 강압적이고 단정적인 면담 기법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반응을 왜곡되게 받아들일 여지를 남긴다. 이는 절대로 유능한 프로파일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보통의 사람은 자식을 의심하기 어렵다. 오히려 자식의 잘못을 부정하고 축소하려고 애쓴다. 두 번째 아버지 정두철(유오성 분)처럼 “내 새끼는 아무 것도 안 했다고” 굳게 믿는 태도가 더 자연스럽다. 우리 형법은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완전히 막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여, 죄를 지은 가족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형법 제151조 제2항). 친족 간의 정의에 비추어 범인 도피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두철은 단순히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행동을 반복해 맹목적인 믿음의 극단을 보여준다.

양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확증편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 불가피하게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Consider-the-Opposite" 전략이 유용할 수 있다(Lord, Lepper, & Preston, 1984).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팀 단위로 근무하며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고 교차검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프로파일러가 혼자가 아닌 팀으로 일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세 명의 프로파일러는 과연 효과적으로 토론하며 편향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나?

프로파일러는 T일까, F일까?

세 명의 프로파일러가 팀을 이루어 근무하는 설정은 기존 드라마에서 그려지던 전형적인 프로파일러의 모습과는 다르다. 과거 드라마들은 천재적인 한 명의 프로파일러가 형사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심리학적 통찰력으로 핵심을 꿰뚫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주로 보여줬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장태수 팀장을 중심에 두어 기존의 천재적 프로파일러라는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후배 프로파일러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이어진 경장(한예리 분)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구대홍 경장(노재원 분)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했다. 드라마에서는 장태수가 경찰관들을 상대로 면접을 보고 후임을 선발하는 과정을 간단히 표현했지만 일반적으로 프로파일러는 입직할 때부터 경력채용을 통해 심리학, 사회학 등 관련 전공자를 선발한다. 결원이 생기면 내부 충원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흔치 않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후배 캐릭터가 훨씬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 대입해보자면 이어진은 전형적인 T(사고형)를, 구대홍은 F(감정형) 성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프로파일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로 느껴져 반가웠다. 참고로 필자는 T다. 함께 근무하는 선배는 F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의 프로파일링은 개인의 성격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프로파일링 업무는 일정 부분 구조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찰력, 분석적 사고, 논리력, 풍부한 경험은 물론, 심리학 및 범죄학에 대한 이해, 수사면담기법과 라포 형성 등 의사소통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드라마 초반부를 보며, 세 명의 프로파일러가 각자의 관점에서 사건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논쟁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기대했다. 실제 프로파일러들도 팀을 이루어 의견을 조율하고 때로는 격렬한 논쟁을 펼치며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서에만 세 명의 프로파일러가 있는 드라마 설정과 달리 현실이 녹록치 않기는 하다. 전국적으로 약 40명의 프로파일러가 근무 중이며, 각 시도경찰청에 적게는 한 명에서 많게는 네 명이 배치되어 있다. 필자가 근무 중인 부산경찰청은 열다섯 개의 관할 경찰서를 두고 두 명의 프로파일러가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제한된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중요범죄 발생 시나 미제사건 분석 시에는 여러 시도경찰청의 프로파일러들이 모이는 광역 범죄분석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에서는 현장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고, 수사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며, 범죄행동을 재구성해 면식범 여부 및 범행 동기 등을 추론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배제하거나 채택하기를 반복하며 가장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드라마 속 장태수가 분석 회의 중 후배들에게 의견을 말하라고 독려하는 장면은 일상적인 범죄분석 회의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곧이어 후배들에게 면박을 주는 모습을 보며 장태수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태도는 후배들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게 할 뿐이다. 더구나 장태수는 대부분의 회의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 채 말없이 중도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또한 유능한 프로파일러의 모습으로 볼 수 없다. 결국 세 명의 프로파일러가 의견을 취합하고 협력하는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성격적 대립만이 부각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장 개인적인 사건

장태수는 고독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업무와 개인 생활의 경계를 적절히 설정하지 못하고 가족에게조차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프로파일러는 가족에게 사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다 사건을 다룰 때에도 과하게 공감하기보다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스스로 고립된 게 아닐까 애써 이해해본다. 필자 역시 끔찍한 사건을 자주 다루기에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어린 아이나 동물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을 마주할 때는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퇴근 후에는 사건 생각을 일부러 하지 않으려 하지만 밥을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문득 사건이 떠오른다. 직업의 무거운 이면이다.

프로파일러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의심이라면, 가족을 지키는 가장 굳건한 방패는 애정과 신뢰일 것이다. 그간 장태수는 직업적 무기를 가족에게 휘둘렀다. 예리한 직관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프로파일러들이 가족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모습은 분명 지나치다.

[그림 3,4]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자료: MBC)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장하빈의 캐릭터에서 냉담한 정서와 타인을 잘 조종하는 면모가 강조되긴 하지만, 노트북 속 파일에 “예전에는 상처를 좀 받았던 것 같다”고 실토하는 데서 연약한 틈이 드러난다. 정말 지금은 아무렇지 않을까.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피의자로 성장한 장하빈은 스스로를 지켜내야 했다. 감정적 고통을 직면하지 않고 이성적인 사고로 억누르는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를 통해 강해 보이는 외면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는 그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모습이 발견된다. 학교로 찾아온 장태수에게 거짓말을 하고도 여전히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이수현(이하민 분) 앞에서, 장하빈은 잠시 평소와 다른 표정을 짓는다. 이수현은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묻는다. “표정이 왜 그래?”

드라마는 결국 의심이 아닌 신뢰를 택하며 끝을 맺었다. 사건의 전말은 밝혀졌지만 가족의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참고자료

  1.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Considering the Opposite: A Corrective Strategy for Social Judgment, 1984.12.
  2. Law and Human Behavior, Behavioral Confirmation in the Interrogation Room: On the Influence of Guilt Presumptions on the Behavior of Interrogators and Suspects, 2003.2.
  3.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Confirmation Bias: A Ubiquitous Phenomenon in Many Guises, 1998.6.
윤정아 (프로파일러)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범죄분석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법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법심리학 박사를 수료했다.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