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서바이벌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강철부대> 시리즈가 네 번째 시즌 <강철부대W>로 더 강렬하게 돌아왔다. <강철부대W>는 군대문화에 익숙한 남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까지 폭넓게 끌어들이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여군들의 강한 집념과 에너지는 기존 시즌에 비해 더욱 깊이 있는 팬덤을 형성하며 서바이벌 장르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강철부대W>는 더욱 철저한 미션 설계와 강력한 출연진 섭외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출연진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한 맞춤형 미션 설계부터, 대원들의 개성과 역량을 최대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제작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에 <강철부대W>를 연출하고 있는 신재호 PD를 만나 제작 비하인드와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를 들어봤다.
<강철부대W>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차별화를 위해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
<강철부대W>는 <강철부대> 시리즈의 네 번째 시즌으로, 초기 기획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사실 <강철부대> 첫 시즌은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흔히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를 하는데, 특수부대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분야이지 않나. ‘어떤 특수부대가 더 강할까?’라는 논쟁을 하면서 특수부대 출신들이 서바이벌에 참여하면 강렬한 에너지와 치열한 경쟁이 연출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시즌을 거듭할수록 출연진이 가진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자긍심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번 시즌인 <강철부대W> 역시 처음엔 대한민국 여군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여군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진정성을 융합해 시즌 1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도 여군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
<강철부대W>의 미션 난이도가 기존 시즌 못지않게 높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남자들 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것 아니냐’, ‘PD가 제정신이냐’라는 댓글을 많이 봤다.(웃음) 여군이라는 존재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에 이를 부각시키면서도 이들이 단순히 ‘여군’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기를 바랐다. 여군과 남군이라는 성별을 떠나 한 사람의 강인한 군인으로 멋지게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철저한 시뮬레이션과 테스트 과정을 통해 미션 난이도를 설정했다. 이전 시즌보다 더 면밀하게 신체적 능력을 조사했다. 기존 시즌의 미션과 비교하자면 신체적 차이를 반영해 무게는 줄였지만, 거리와 지구력을 요구하는 요소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IBS 미션에서 기존에는 패들링과 물건 운반만 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추가적인 체력 소모를 요구하는 과정을 포함했다.
여성 시청자들이 이번 시즌을 통해 새롭게 <강철부대> 팬층으로 유입됐다고 본다. 기획 단계에서 타깃으로 설정했던 시청층은?
여성 시청자가 주요 타깃이었고,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 엠넷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등 강인한 여성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누구보다도 여성 시청층이 깊게 소비하고 사랑해준 것을 보고 확신했다. 동시에 군대 문화를 잘 아는 남성들에게도 여군의 강인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성들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하다’, ‘저 미션은 정말 힘들다’라고 인정하는 반응을 보일 때 어느 정도 기획 의도가 성공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전 시즌에 비해 팬덤의 충성도와 깊이도 더욱 커졌다.
<강철부대W>, <무쇠소녀단> 등 국내외에서 강한 여성을 다룬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PD로서 이런 콘텐츠가 지금 시대에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리고 여군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성공했다고 보는가?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하자면 여군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제작진)도 찍으면서 놀랐으니까. 예를 들어 첫 번째 데스매치에서 통나무를 끄는 미션은 제작진 사이에서도 성공 가능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런데 걱정 그 이상을 해내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감명을 받았다. 현장에서 느꼈던 대원들의 에너지가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
강한 여성을 다룬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에너지와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 시즌과 비교해 확실히 뿜어내는 에너지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전 시즌의 대원들도 정말 파워풀하고 열정적이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여군들이 훨씬 거리낌이 없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경우에도 거침없이 자신의 강함을 어필하는데, 여군들 역시 자신감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전달되면서 여성의 강인함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다.
프로그램이 흥행한 만큼 출연을 원하는 부대가 많을 것 같다. 어떻게 부대를 섭외하고 선정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섭외는 정말 어렵다. 부대를 대표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출연을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이번 시즌은 특수부대 여군이 극소수여서 일반 부대까지 섭외 범위를 확장했지만, 여전히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시즌을 통틀어 섭외가 압도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육군본부, 해군본부, 특수전사령부 등에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추천을 요청했고, ‘국방일보’에 실린 여군 인터뷰를 전부 찾아보고 연락처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특임대 문지영 대원이 그렇게 섭외됐다. 또 육군과 해군 출신 대원들을 어렵게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일반 부대 대원들의 강인한 역량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다양한 부대의 강인한 여군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 하고 있을 것 같다. 시청자들이 ‘참팀장’ ‘찐군인’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는데, 가장 가까이에서 출연진을 지켜본 PD의 입장에서 ‘찐군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출연진 중 한명을 꼽아 본다면?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누구 한명을 선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참군인이다. 다만 인상적인 출연자는 조아라 대원과 박보람 대원을 예로 들고 싶다. 조아라 대원은 팀원들이 뒤처졌을 때 ‘내가 가야한다’고 혼자말을 되뇌면서 군화를 다시 묶고 군장을 메고 팀원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아라 대원은 카메라 앞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일관되게 절도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본인이 속했던 부대와 군인으로서의 경험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모든 출연진이 그렇지만 조아라 대원의 이런 모습과 행동에서 진정성이 돋보였고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닿았다고 생각한다.
[그림 1] <강철부대W>에 출연한 조아라 대원(자료: 채널A 유튜브)
박보람 대원의 경우는 조금 더 재밌는 캐릭터인 것 같다.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엄청나게 받고 있는데 SNS는 여전히 비공개이다. 요즘은 방송을 통해 얻은 관심 속에서 어느 정도 소통을 할 법도 한데, 그런 걸 정말 어색하게 생각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런데 막상 미션을 수행 할 때는 완전히 돌변하는데, 그만큼 자신이 속했던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까지 방송된 회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도 함께 짚어달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행군 미션이다. 너무나 고생을 많이 했고 드라마틱한 일들도 많았다. 이현선, 전민선 대원이 체력을 다 쓴 상황에서도 계속 다시 일어서면서 버티는 모습, 조아라 대원이 다시 팀원들에게 돌아가려고 신발끈을 묶는 모습 등에서 눈물이 많이 났다. 조아라 대원이 어떤 심경으로 돌아갔는지는 편집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그 부분에서도 정말 많이 놀랐다. 팀원들을 도와야된다는 절박함이 느껴져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앞으로도 군인으로서의 전술과 지략을 요구하는 힘든 미션들이 남아있다. 행군에서 두 부대의 전략이 상이했듯이 남은 결승전을 치르는 두 부대의 전략도 완전히 다르다. 두 부대 모두 부대 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웠으며 그 판단과 근거 역시 훌륭하다. 이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시청하면 재미가 커질 것같다.
출연하는 대원들도 힘들겠지만, 카메라로 담고 편집하는 등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도 굉장히 클 것 같다.
가장 어려운 것은 물리적인 피로, 안전 문제, 그리고 자연과의 싸움이다.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행군이라거나 밤샘촬영이 필요한 CQB(생화학무기탈환전)같은 대테러미션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작업이다. 특히 실탄을 사용하는 미션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밤에 잠이 안올 정도다. 안전은 항상 거듭 신경에 신경을 또 쓰는 부분이다. IBS(소형고무보트) 미션처럼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일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어서 항상 긴장 속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최근의 환경에서 방송 콘텐츠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핵심은 역시 ‘진정성’이다. <도시어부>와 <강철부대>는 나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인데, 두 작품 모두 진정성을 깊이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숏폼이든 롱폼이든 형식이나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가벼운 콘텐츠는 그 나름대로의 공감과 편안함을, 무거운 콘텐츠는 몰입감과 깊이를 담아 진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가벼움’이 경박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성시경의 <먹을텐데>처럼 따뜻한 공감과 편안함을 주는 진정성이 있는가 하면, <강철부대>나 <흑백요리사>처럼 모든 걸 쏟아 붓는 진정성도 있다.
방송사의 제작 환경이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방송 콘텐츠가 지켜야 할 본질은 진정성이라고 믿는다.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성격과 특장점은 여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을 사랑하게 만드는 팬덤 형성이야말로, 방송 콘텐츠가 놓쳐서는 안 될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유형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은가?
앞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완전히 다른 장르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진정성’이다. 현재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모든 콘텐츠의 공통점은 진정성을 바탕에 둔다는 점이다. 서바이벌 형식이 아니더라도, 진정성이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강철부대>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 신재호 (채널A PD)
- 채널A의 예능PD. <도시어부>와 <강철부대1>, <강철부대2>를 연출했고, <강철부대3>부터 현재 방송되고 있는 <강철부대W>의 메인 연출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