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룬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가진 가족이 현대 질병으로 초능력을 잃으며 겪는 어려움을 통해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담담하게 그린다. 약물치료, 심리치료, 사회적 지지와 긍정적 환경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은 빠른 변화와 높은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질적인 가치가 우선시되고 인간관계의 유대감이 약화된 환경은 개인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드라마는 우울증, 불면증, 비만, 스마트폰 중독 등 현대인이 흔히 겪는 문제들을 통해 정신적인 가치와 인간적인 유대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타임슬립, 예지몽, 비행, 독심술 등과 같이 각자 독특한 초능력이 있는 주인공 가족은 초능력을 통해 원하는 바를 쉽게 얻는 특권을 갖는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자신을 초능력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현재보다는 과거와 미래를 살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이는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인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이 드라마에 그려진 주인공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1. 우울증: 일상을 잃은 아빠
[그림 1] 우울증에 걸린 ‘복귀주’ (자료: JTBC)
드라마 속에서 아빠 ‘복귀주’는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우울증에 걸리면서 행복도, 초능력도, 딸과의 관계도 잃어버린다. 이는 우울증이 개인의 일상과 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우울증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서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상실하게 하며, 무기력감, 절망감, 그리고 자존감 저하를 초래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개인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하며,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듯 가정 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울증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주된 증상으로는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 흥미 상실, 체중 변화, 수면 장애, 피로감, 집중력 저하, 그리고 자살 충동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개인의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만성화될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복귀주’의 방에 빈 술병이 가득했던 것처럼, 우울증이 지속될 경우 알코올사용장애 등 물질사용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개입이 필수적이다.
약물치료와 종종 병행하는 심리치료 중 인지행동치료(CBT)는 우울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BT는 환자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수정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드라마의 ‘복귀주’가 자신의 현재 삶을 무가치하게 느끼며 지나간 과거의 찬란한 시간과 잃어버린 능력에만 집중할 때, 그가 가진 현재의 행복을 인지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또한, 활동 일정을 계획하여 소소한 성취감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회복하도록 돕기도 한다.
사회적 지지와 긍정적인 환경 조성도 우울증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라마 속의 ‘복귀주’가 그랬던 것처럼, 가족과 친구들의 이해와 지지는 환자가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가족들은 환자의 감정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지지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직장 내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통해 환자가 적절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불면증: 예지몽을 잃은 할머니
[그림 2] 불면증에 걸린 ‘복만희’ (자료: JTBC)
할머니 ‘복만희’는 예지몽을 꾸는 능력을 가졌으나 불면증이 생기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초능력을 잃게 된다. 예지몽으로 미래의 복권 당첨 번호 등을 알아내어 경제적 이득을 취하던 이 가족은 할머니의 불면증으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맞닥뜨리게 된다. 이처럼 불면증은 수면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쳐 만성화될 경우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그리고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불면증은 5명 중 1명의 사람들이 평생 한번쯤은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소음이나 빛 공해와 같은 환경적 요인, 교대근무나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같은 생활 습관도 수면 장애의 원인이 된다. 또한, 각성 효과가 있는 약물이나 지속적인 통증 등의 건강 문제도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수면 위생을 점검하고 개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수면 위생을 개선하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가지고, 덥지 않은 온도의 편안한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잠자리에 들기 최소 6시간 전에는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고, 운동은 취침 전 최소 2시간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환자들은 대부분 불면증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느껴 수면에 대한 압박감이 증가된 상태이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는 불면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수정하고, 이완 기법을 통해 수면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드라마의 ‘복만희’가 찜질방에 방문해 전신이 이완된 상태에서 깊은 잠에 들었듯이, 심호흡과 명상을 통한 이완 기법은 신체와 마음을 진정시켜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도 필요하다. 수면제나 진정 효과가 있는 약제를 사용하게 되며, 대부분의 경우 장기 복용보다는 한 달 이내의 단기 치료를 목표로 한다. 약물 치료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지만 불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치료와 병행하였을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3. 섭식장애와 비만: 하늘을 날던 자존감의 추락
[그림 3] 섭식장애를 가진 ‘복동희’ (자료: JTBC)
드라마에서 고모 ‘복동희’는 하늘을 나는 초능력을 가졌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섭식장애가 발생하고 이내 몸이 무거워져 능력을 잃게 된다. 이처럼 비만은 단순한 신체적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비만은 자기비하, 우울감, 사회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불행하게도 다시 과식과 신체 활동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과도한 체중 증가로 인해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신체 건강에도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렇게 정신적, 신체적인 합병증을 낳는 비만 치료는 특히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약물 및 심리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식습관 개선을 위해 영양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세끼 식사와 간식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습관 개선의 핵심은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적절한 칼로리 섭취,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 시간이다.
운동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날 정도의 규칙적인 운동은 드라마의 ‘복동희’가 몸소 보여주듯 체중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운동을 할 때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데, 체중 증가와 관련된 우울한 기분을 개선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는 비만의 심리적 요인을 다루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과식을 하는 환자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다른 방법을 배우고, 과식을 피하는 전략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만 환자들의 경우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때 항우울제 등의 약물은 감정 불안정성으로 인한 폭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누나도 예쁘다”는 가족의 한 마디에 하늘을 날 힘, 또는 용기를 얻는 것을 그저 극적 요소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4. 스마트폰 중독: 외로운 딸의 유일한 친구
[그림 4] 스마트폰 중독 ‘복이나’ (자료: JTBC)
스마트폰 중독은 인터넷 의존성이 급속도로 높아지며 현대 사회의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드라마에서 스마트폰은 딸 ‘복이나’가 엄마를 사고로 잃고, 이어 아빠마저 우울증과 알코올에 빠지자 찾게 된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성장기 시절 필요로 하는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감의 공백을 온종일 스마트폰에 몰두해 채우려 했던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 사용이 과도해져 통제력을 상실하고,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수면 부족, 학업 성적 저하, 대인 관계의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신체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눈의 피로, 두통, 목과 어깨의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기술적 접근과 행동적 접근이 함께 시도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사용 시간을 모니터링하고, 일정 시간 이후에는 자동으로 스마트폰을 잠그는 기능을 제공하는 앱들이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다. 이런 앱들을 이용해 하루에 정해진 시간 동안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약속을 설정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사 시간이나 잠자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더불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체 활동을 찾는 것도 중요한데 특히 독서, 운동, 취미 활동 등 다양한 방식의 오프라인 활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드라마의 ‘복이나’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가족, 특히 아빠와의 유대감을 확인한 후 눈으로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다시 사용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대체 활동은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해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현대인이 흔히 겪는 정신건강 문제를 초능력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각기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면서 회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의 해결 방안은 결국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복합적이며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는 물론, 사회적 지지와 긍정적인 환경 조성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돌보고, 배려와 사랑으로 일상을 채워갈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히어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참고자료
- 신경정신의학 제3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2019)
- 김붕년 외 역,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수정판, 2023.
- 이민비 (의사)
-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무석사를 취득했다. 지역사회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아 성북구 마음돌보미, 강남구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의료 취약계층에 무료 진료를 제공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