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방송과 유튜브, 예능 콘텐츠의 미래와 플랫폼 전략

OTT 서비스와 유튜브의 성장으로 예능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유통 전략이 변화하고 있으며, 방송 예능과 유튜브 예능은 각기 다른 제작, 편집, 주제, 시간, 상호작용 방식을 보인다. 방송 콘텐츠의 디지털 확장 및 유튜브 콘텐츠의 재편집을 통한 트랜스미디어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와 티빙 등 다양한 OTT서비스가 폭넓은 가입자 확보를 통해 대세를 이루고 MZ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이다. 방송업계에서도 예능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향성과 유통전략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유튜브 기반의 예능과 방송 예능이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이해하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한 예능 콘텐츠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다시갈지도>, <빠니보틀의 세계여행> 포스터 (자료: 채널S)

스토리텔링 방식의 차이

방송 예능과 유튜브 예능은 플랫폼의 특성과 시청자 층의 차이로 인해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여러 차이점을 보인다.

첫 번째는 스토리라인과 포맷에 차이가 있다. 방송 예능은 고정된 포맷과 진행방식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관된 주제와 흐름을 유지하여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하나의 큰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연결고리를 설정한다. 이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시청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감정적인 연결과 몰입을 도와준다. 채널S의 여행 프로그램 <다시 갈 지도>의 경우 매회 특정 주제를 가지고 3개의 독립된 VCR을 통해 각 에피소드별로 개성 있는 내용을 보여주면서 최종적으로 그 회차 게스트가 주제에 제일 어울리는 VCR을 1위로 선정하는 스토리라인으로 방송되고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으로 떠나는 1박 2일 여행”편에서는 3편의 VCR(광란의 효도 여행 필리핀 세부 / 럭셔리 커플 여행 베트남 하이퐁 / 호주 여행 단돈 70만원대 멜버른)를 보여주고 주제에 맞는 1등 여행지를 선정하는 형식을 취했다.

반면, 유튜브 예능은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변하거나 다양한 실험적인 포맷을 시도할 수 있다. 스토리라인이 더 유동적이며, 시리즈 형태보다는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빠니보틀’, ‘곽튜브’ 등의 여행 유튜브 예능의 경우 고정된 포맷과 스토리의 연결성 보다는 개인 브이로그 형식의 짧고 간결한 에피소드 위주의 여행 영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좀 더 자유롭고 즉흥적인 서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 외에도 3분~10분의 짧은 분량으로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숏박스’ 등의 스케치 코미디, ‘짠한 형’ 류의 술방(술 마시는 토크쇼), ‘노빠꾸 탁재훈’ 류의 19금 토크쇼, ‘네고왕’ 류의 기업 광고 프로그램 등 방송 예능에서는 분량과 심의규정 상 다루기 힘든 포맷의 콘텐츠도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다.

두 번째는 제작과 편집 방식의 차이이다. 방송 예능은 대규모 제작진과 고품질의 방송 장비를 사용하여 촬영하고, 여러 번의 검토와 수정을 거친 뒤 방송된다. 더욱 정교한 편집과 연출을 통한 제작이 이루어지기에 완성도가 높으며 촬영, 조명, 음향 등에서의 퀄리티가 유튜브 예능보다 뛰어날 수 있다. <다시 갈 지도>는 연출팀으로 PD 14명, 작가 9명씩 2팀으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VFX 스튜디오를 이용한 고품질의 녹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카메라, 조명, 음향 등 50여명의 촬영 스태프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 팀의 유튜버가 출연해서 90개국 280여개 도시들을 촬영, 방송하였으며 매 주 3개의 VCR과 스튜디오 녹화 내용을 수차례의 편집 및 시사를 통해 완성도 높은 방송을 하고 있다.

반면, 유튜브 예능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제작진이나 개인 크리에이터가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더 즉흥적이고 실험적이면서 자유스러운 편집 스타일을 선호한다. 이러한 편집 스타일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친근하고 진솔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빠니보틀’ 류의 여행 유튜브나 ‘숏박스’ 류의 스케치 코미디의 경우 개인 유튜버들이 직접 기획, 촬영, 편집 등 멀티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짠한형’, ‘꼰대희’ 등의 경우 10여명의 소규모 제작팀이 붙어서 제작을 진행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콘텐츠의 주제와 톤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방송 예능은 대중성을 고려해 가족 친화적이거나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의 광범위한 관심사를 반영해야 하므로, 주제의 다양성과 깊이가 중요하다. 반면에 검열과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다시 갈 지도> 프로그램은 각 여행지의 문화, 역사, 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여 시청자들에게 교육적이고 정보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유튜브 예능은 특정 타겟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주제를 다룰 수 있다. 톤과 표현이 더 개성적이고 파격적일 수 있다.

네 번째는 시간과 형식의 유연성 차이를 들 수 있다. 방송 예능은 방송 시간에 맞춰 정해진 길이(보통 60분, 90분등)에 맞추어야 하므로, 스토리텔링이 상대적으로 더 구조화되고 치밀하게 계획된다. 광고 시간, 편성 시간대 등을 고려한 구성도 필요하다. <다시 갈 지도> 프로그램은 편성상 평균적으로 75분~80분 사이의 길이로 평일 밤 9시 시간대의 시청자층을 고려한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유튜브 예능은 시간의 제약이 적어 에피소드 길이가 더 다양하고 자유롭다. 콘텐츠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도 가능하므로, 더 유연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방송 예능은 방송 채널을 통해 전국적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특정 연령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청층을 확보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포맷과 구조를 갖추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며 주로 시청률을 통해 인기를 가늠하게 된다. 시청자 피드백은 주로 SNS나 팬 커뮤니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시청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유튜브 예능은 ‘댓글’, ‘좋아요’, ‘공유’ 등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이를 반영한 빠른 콘텐츠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즉각적인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이처럼 방송 예능과 유튜브 예능은 플랫폼의 특성과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서로 다른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방식의 차이

방송 예능은 판매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윈도우에 따른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의 유통 구조를 보인다. 본방송이 방영된 이후 다른 방송 채널에 일정기간 홀드백을 두고 재방영 권리를 판매하고 동시에 OTT를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에도 방영권을 판매하여 다양한 플랫폼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시청 환경을 만들고 부가적인 판매 수익도 확보하게 된다. 드라마의 경우에는 해외시장에도 다양한 플랫폼에 판매를 통해 많은 수익을 확보하고 있지만, 예능은 국가별 유머코드가 상이한 제약 때문으로 해외판매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에도 숏폼 형태로 변형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본방송의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으로 콘텐츠가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유튜브 예능은 유튜브라는 특정 플랫폼에 적합하도록 기획이 되었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다. 콘텐츠의 활용 측면에서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숏폼이나 미드폼으로 재편집되어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는 정도이다.

방송 콘텐츠의 디지털 확장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방송 예능과 유튜브 예능은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시장에서 모두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상파, 종편, CJ 등 다양한 방송사업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방송 제작 인력과 제작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재편집하는 수준으로 더블 편성 전략을 실행하여 진정한 디지털미디어로 확장을 통한 성공사례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주목할 만한 사례는 JTBC의 디지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룰루랄라의 디지털 콘텐츠 전략이다. 디지털 전문 제작인력을 별도로 확보하고, 광고 협찬 매출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 조직도 별도로 구성을 하였다. 자체적으로 유튜브 예능 이용자를 분석하고 별도의 전문 유튜브 채널을 구축하여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여 공급함으로써 유튜브 채널 브랜드를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를 연결해 수익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그 결과 스튜디오룰루랄라는 ‘와썹맨’, ‘워크맨’ 등 인기 콘텐츠를 배출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로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성과를 창출하였다.

다만 이러한 시도도 방송 콘텐츠의 디지털 확장보다는 디지털 영역에 맞는 별도의 콘텐츠를 기획함으로써 유튜브 플랫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재편집으로 보는 트랜스미디어 가능성

채널S는 개국과 함께 실시간 방송에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편성하는 차별화된 시도를 하였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맛집의 옆집> 등 15분~20분 정도의 미드폼 형태로 OTT향으로 기획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60분 길이의 방송 콘텐츠로 재편집하여 편성을 하였는데 소기의 시청률 확보함으로써 방송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채널S는 또다른 차원의 시도를 하고 있는데 채널의 대표 여행 프로그램인 <다시 갈지도>와 유사한 여행 유튜브 콘텐츠를 방송용으로 재편집하여 실시간 채널에 방송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초 유튜브 업로드용으로 기획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방송심의에 저촉이 될 수 있는 비속어나 광고 브랜드 노출 등을 삭제한다. 브이로그 형식의 포맷을 스토리라인이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집해서 방송용 콘텐츠로 재탄생 하게 되는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는 특정 타깃 주제를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정형화된 방송 콘텐츠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방송용으로 재구성하여 기존 방송에서 보기 힘든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유튜브 콘텐츠의 트랜스미디어 확장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김현성 (미디어에스 대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영상콘텐츠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케이블TV 사업기획을 시작으로 온미디어에서 영화채널(OCN, 캐치온 등) 사업부장, CJ ENM에서 드라마사업국장, 영화본부 사업전략담당 등을 거쳐 현재 SK브로드밴드 산하 채널S를 운영하는 미디어에스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