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는 경쟁 관계로 보이지만, 상생 관계를 지향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환경 변화와 방송 콘텐츠 간의 발전적인 방향성을 모색한 결과다. 본 글에서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방송 콘텐츠 사이의 변화를 짚어본다.
흔히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는 경쟁 관계이자 적대적 관계라고 알려져 있다. 당장에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방송과 유튜브는 같은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선을 두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레드오션이다. 블루오션은 없는 것일까. 각자의 목적 달성이 상생 관계가 되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일 것이다. 비슷한 예로 시집과 SNS를 들 수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시(詩)를 공유하면서 오히려 시집이 주목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많이 공유될수록 시인조차 더욱 인기를 얻게 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요즘 방송 프로그램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공존 공생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그동안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 달려 있기도 하다. 유튜브가 방송 콘텐츠와 발전적인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그동안의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방송 콘텐츠 사이의 변화에 대해서 잠깐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진화와 대중문화 보도 사이의 변화
1990년대 중반까지 대중문화에 관한 신문을 비롯한 언론 매체 보도는 매우 제한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대중문화의 핵심 미디어인 텔레비전에 관한 정보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즐겨 보는 가장 화젯거리인 미디어인 텔레비전에 대해서 일반 신문 매체는 비판적이었다. 단골로 예능프로그램의 선정성이나 저속성을 지적하고는 했다.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도 이런 주류 매체였다. 텔레비전은 스스로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텔레비전은 통속적인 미디어이기 때문에 바보상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는 신문과 방송이 광고 시장을 둘러싸고 벌이는 다툼에서 빚어진 일이다. 많은 국민이 신문을 보지 않고 예능과 드라마를 보니 이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다른 태도를 보인 신문들이 있었다. 바로 스포츠 신문이었다. 스포츠 신문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따라서 대중적인 콘텐츠를 토해 판매 부수를 증가시키면서 광고 수익을 확보하는 선택을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대중적인 콘텐츠들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 심도 있는 다른 일반 보도 기사보다 방송 예능이나 드라마의 내용을 가볍게 다뤄도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존 매체는 자괴감이 들 만했지만, 대중들은 이런 방송 이슈를 매우 좋아했다. 그런 와중에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더욱 방송 콘텐츠에 대한 리뷰 보도가 폭발했다. 포털 플랫폼 기업 측에서도 방송 콘텐츠를 다루는 것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시청자의 욕구에 맞춰서 드라마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소개해 주는 매체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매체의 콘텐츠는 주류 언론에서는 비난했을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기 때문에 더 찾아보게 되었다. 한편 제작진들에게는 이는 자연스럽게 홍보의 창 역할을 하게 되었다. 비판을 더 많이 하면서 다루는 내용도 적었던 기존 언론보다 더 흡족하게 했다.
그런데 이조차 포털 시스템에서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이제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 따라 동영상 소비의 시대가 되면서 유튜버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텍스트로 풀어내던 리뷰가 이제 동영상 콘텐츠로 공유되기 시작했다. 동영상 콘텐츠에서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있는 내용을 짧은 시간에 파악하며 즐기는 스낵 컬처 문화가 확립되어 갔다. 단순한 리뷰에 머물러 있던 리뷰 인플루언서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왔다.
유튜브 리뷰로 재탄생하는 방송 콘텐츠
[그림 1] <《내남결》 미디어 사투리 잡으러 왔어예>(자료: 하말넘많 유튜브 채널, 2024.2.2.)
드라마 장르에서는 색다른 유튜브 시도가 눈에 띄기도 했다. 단순히 드라마의 줄거리나 특정 장면 등을 요약 혹은 분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는 유튜버 2명이 강연 형식으로 리뷰를 한다. 이는 새로운 세대 문화에 맞게 인터넷강의 스타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일타 강사가 방송 콘텐츠에 관련해 핵심을 다뤄주는 셈이 된다. 드라마 대사에 쓰이는 사투리 용법에 주목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등장하는 사투리를 강의해서 주목을 받은 것. 어색한 사투리의 지적부터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용례까지 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약진하는 것은 유튜브의 예능 리뷰어들이었다. 예능 리뷰 프로그램은 몰입을 더 할 수 있어야 재미가 있는데 이러한 점을 리뷰 인플루언서가 이끌어주고 있다.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방식은 시청반응을 중계하거나 이를 편집 구성하는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마치 사람들과 같이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그런데 이런 반응 콘텐츠는 여러 사람이 등장했고, 드라마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1인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채널 ‘찰스엔터’ 의 경우, 운영자 ‘찰스’(김찬미)가 연애 예능을 보고 적나라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데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거나 답답해하는 모습 환호하는 모습 등 다양한 표정과 행동이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 하다는 평가를 받아 내기도 했다. 관련 쇼츠는 최고 153만 뷰까지 기록했다. 핵심적인 대목을 다룰수록 짧아도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법이다.
[그림 2] <환승연애3/ 5화 리뷰> 편(자료: 찰스엔터 유튜브, 2024.1.20.)
예능 역시 특정 장면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 하는 것을 넘어 강의 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아울러 1시간이 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전체를 보기 전에 그 맥락을 짚을 수 있게 한다. <연애남매>, <환승연애> 같은 연애 예능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 예능은 순간순간 재치와 유머, 애드리브가 재미를 주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모두 파악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연애의 경우 남녀의 심리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과 견해가 분분할 수 있다. 따라서 각자의 처지와 시각을 들어 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특정 전문 분야의 프로그램을 다룰 때 이러한 리뷰 콘텐츠가 큰 주목을 받았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와 <쇼미더머니>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스우파>의 경우 매우 남다른 특징을 갖고 있었다. 댄스의 경우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아무나 다룰 수 없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댄서들이 나서서 리뷰를 해주는 경우 본방송의 콘텐츠 조회 수보다 더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세한 설명이 있었고 이는 독보적인 콘텐츠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댄서 제이블랙이 <스우파>의 로잘린과 립제이 1:1 배틀 리뷰 영상을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더구나 본방송에서는 순식간에 댄스가 보이기 때문에 자세히 볼 수조차 없으며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았다. 무엇이 남다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동작이 크고 화려한 댄스만을 우선시하게 되는 편협함이 드러날 수 있었다. 리뷰 콘텐츠들은 이를 벗어나 전문적이면서 핵심적인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점은 힙합도 마찬가지다. 케이팝 아이돌의 대부분이 힙합이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할 만큼 대세지만, 정작 힙합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은 음악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배틀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본방송시간에 풀어달라고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 리뷰를 통해서는 얼마든지 가능하게 되었다.
[그림 3] <취향도 환승이 되나요? [환승연애3 리뷰]> 편(자료: 하말넘많 유튜브, 2024.1.12.)
[그림 4] <로잘린 vs 립제이 배틀보다가 와이??블랙이 되어버렸네요..> 편 (자료: 제이블랙&제이핑크, 2021.10.5.)
유튜브 리뷰 콘텐츠의 매력과 당면과제
이러한 리뷰 콘텐츠의 장점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우선 긴 시간 동안 소요되는 시청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어차피 방송 프로그램은 특정 시간을 커버하기 위해 분량을 늘려서 제작한다. 더구나 시청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에 어떤 시청자에게는 필요 없는 내용도 포함을 시킬 수 있다. 따라서 리뷰 콘텐츠는 핵심적인 내용 혹은, 특정 시청자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압축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런 리뷰 콘텐츠는 이른바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용자들에게 선호될 수 있다.
또한, 방송에서는 담아낼 수 없는 솔직한 반응을 덧붙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유튜브 등은 심의 제한이 자유로운 점도 잘하면 이런 리뷰 콘텐츠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쨌든 해당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거나 애정이 있는 팬들이 보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면 좋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시청하는 느낌을 리뷰 콘텐츠 플랫폼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들썩들썩 방에서 같이 보는 것 같은 아날로그 정서를 말이다. 모바일 시청 문화가 확산하면서 콘텐츠 시청은 혼자 단독으로 즐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런 시청 행태는 갈수록 몰입도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어지게 된다.
특히 리뷰 콘텐츠 플랫폼에서 댓글을 달 수 있고 공유가 이뤄진다는 점에 매우 주목해야 한다. 이런 댓글들의 효용은 명확하다. 개개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반응이나 해석 그리고 견해를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기 생각에 다른 이들이 공감해줄 수도 있다. 참여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 참여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 다시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전반적인 장점 때문에 본방송보다 더욱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방송 제작자 입장에서는 손을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다. 자발적으로 홍보를 재미있게 널리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열성 팬 형성을 더욱 강화한다고 볼 수 있다. 특정 프로그램의 팬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단점이나 주의를 해야 할 점은 없을까? 일단 화제성이 본방송 시청률과 연계가 되는지 살펴야 한다.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인터넷 화제성은 크지만 시청률 증가와 인과관계를 갖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터넷 VOD 콘텐츠를 구매하고 소비한다면 다행이다. 오로지 리뷰 콘텐츠만 시청하고 만다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너무 세세하게 방송 내용을 모두 보여주는 그것은 자제해야 한다. 본방송보다 더 재미있는 리뷰 방송이 오히려 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협업의 딜레마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는 방송 제작사와 같이 협업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예 고지를 통해 해당 방송 콘텐츠의 제작사 협찬을 밝히기도 한다. 티빙은 ‘하말넘많’ 채널에 제작비를 지원한 <여고추리반3>의 리뷰 영상 2편을 게재했던 사례가 있다.
이렇게 협찬 여부를 밝히는 것은 뒷광고 논란을 예방하는 것이기도 하고, 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으면 더 풍부한 자료의 첨부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방송 제작사의 의도가 개입하거나 방향성을 좌우한다면, 재미는 물론이고 가치도 반감될 수 있다. 파워 블로거들이 이러한 점들을 주의하지 않아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출연자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연기력 논란은 물론이고 캐릭터 설정, 나아가 예능에서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관한 호불호를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 출연자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악성 댓글이 달리는 등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
[그림 5] <여고추리반③ 1~2화 리뷰> 편(자료: 하말넘많 유튜브, 2024.5.4.)
- 김헌식 (중원대학교 사회문화대학 특임교수)
- 중앙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책학 박사과정을 거쳐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지역문화콘텐츠연구원 연구위원,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콘텐츠가 개인과 사회를 반영하고 변화하는 맥락들을 짚어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K 콘텐츠 혁명’, ‘대중문화 읽기’, ‘K 팝 뮤직의 DNA’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