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시청권 제도를 온라인 영역까지 확대 적용하려면 통합방송법 제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방송 시장의 변화와 스포츠 콘텐츠의 위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편적시청권 제도의 확대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OTT는 왜 스포츠 콘텐츠 중계권을 구입하는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제공사업자(이하 OTT)의 스포츠 콘텐츠 중계권 확보 경쟁은 글로벌 사업자에게는 이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마존프라임이 NFL(미식축구) 중계, 애플TV+의 MLB(메이저리그 야구), MLS(미국프로축구) 중계에 이어, 최근에는 넷플릭스도 NFL 일부 경기와 WWE(미국프로레슬링) 중계권을 구입했다는 소식이다.1)
국내에서는 티빙(TVING)이 올해 초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콘텐츠인 KBO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3년간 독점 구매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된 바 있다. 특히 티빙이 지불한 연간 450억원 규모의 중계권료는 이전 네이버 등의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지불했던 연간 22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기에, OTT의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높은 기대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프로야구 팬들은 작년까지 네이버 등을 통해 무료로 시청했던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의 유료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였고,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티빙이 촉발한 국내 스포츠 콘텐츠 독점 중계 이슈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축구(K리그) 온라인 중계권을 구매한 쿠팡플레이에 이어, 최근 티빙이 농구(KBL) 온라인 중계권을 2028년까지 계약을 따내면서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국내 4대 스포츠 리그라고 일컬어지는 종목 중 배구(KOVO)만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2)
이러한 현상은 OTT의 경쟁력이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에서 스포츠 콘텐츠가 매력적인 킬러 콘텐츠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가입자를 유치하고 이탈방지(lock-in)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OTT 시장의 경쟁 심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 하겠다. 실제로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구매한 티빙의 올해 6월 월간사용자수는 625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3)
OTT 독점 중계가 보편적시청권을 소환하다
티빙의 프로야구 독점 중계는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했던 보편적시청권 이슈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가 유료화됨에 따라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보편적시청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으나, 프로야구는 방송법에서 다루고 있는 보편적시청권 제도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라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편적시청권 대상이 되는 ‘국민관심행사’의 정의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국가적 차원의 주요행사”(「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행사」, 방송통신위원회고시 제2016-14호, 제2조)라는 설명을 들으면 프로야구가 왜 국민관심행사가 아닌지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해당 고시는 제3조(국민관심행사등의 종류)에서 국민관심행사에 해당하는 경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제4조(재검토기한)에서는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고시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방송법 제76조제2항에서는 국민관심행사를 고시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방송사업자 및 시청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3년 마다 일반국민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관심행사 경기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검토하여 필요시 조정하는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가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 위원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관심행사 타당성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 선수가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었고, 영국 EPL에서 손흥민 선수의 인기 역시 매우 높았던 지라, 해당 경기를 국민관심행사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선수의 활약 여부는 가변성이 높아 국민관심행사로 지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검토의견이 더 큰 공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개인적으로는 국민관심행사로 지정될 경우 중계권자는 국민 전체가구 수의 90% 또는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확보해야 하고, 다른 방송사업자와 합리적인 거래를 해야 하는 등의 금지행위 관련 의무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특정 선수의 경기나 상업적 목적을 지닌 프로리그 경기 보다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나 경기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보편적시청권 제도는 중계권자와 방송사업자를 규율하는 제도?
보편적시청권 제도는 용어의 정의만 보면,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부담 없이 누려야 할 미디어 접근 및 이용 권리를 의미하지만, 세부 법령인 방송법 제76조를 비롯한 관련 조항들은 중계권자와 방송사업자의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편적시청권 제도가 이런 프레임으로 설계된 것은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업자 간의 갈등이 이 제도의 도입을 촉발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박형준 의원 등과 손봉숙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2개의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에서 스포츠 중계권을 두고 불거진 방송사업자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보편적 접근권 개념을 다루었고, 당시 보편적시청권 제도를 운영 중이던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여, 2007년 방송법에 처음 포함된 바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스포츠 콘텐츠 중계권은 지상파방송 3사의 공조체계인‘코리아풀’위주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1996년 KBS의 AFC 아시안컵 단독 중계, 1999년 SBS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독점 중계, 2001년부터 MBC의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권 선점 등 방송사 간의 균열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스포츠 콘텐츠의 수익성이 부각되면서 2005년 신생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IB스포츠가 2012년까지 AFC 주관 전 경기 중계권을 독점계약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2010년 월드컴 아시아예선,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예선 경기 역시 독점함에 따라 중계권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게 되었다.4) 즉 지상파 채널이 아닌 신생 케이블 채널의 독점 중계를 시청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경기에의 접근을 보장하는 제도적 입법 마련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한편 보편적시청권 제도가 현재와 같이 중계권자 또는 방송사업자의 금지행위를 구체화하게 된 데에는 2006년 SBS가 자회사를 통해 2010년, 2014년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계약하고, 절차상 문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데 대한 행정소송 판결(방송통신위원회 승소)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2024 파리올림픽이 지상파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는 자조와 우려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파리올림픽 이후 2026년부터 2032년에 개최되는 4차례의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JTBC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계권자와 방송사업자 간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급을 규율하는 보편적시청권 제도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2023년에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사례를 보면, 중계권은 SPOTV 모회사인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었지만 지상파방송 3사와 TV조선에 재판매하고, SPOTV 채널에서도 일부 경기를 중계하는 등 중계 채널이 증가함에 따라 과거 대회에 비해 다양한 종목과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던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OTT가 국민관심행사를 독점 중계하는 상황이 온다면?
최근 보편적시청권 제도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되는 것은 OTT 사업자가 국민관심행사를 독점 중계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OTT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 방송법의 규율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OTT가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계약해서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어떻게 되냐고 묻기도 한다.
현행 방송법 제76조제3항은 “국민관심행사등에 대한 중계방송권자 또는 그 대리인”을 ‘중계방송권자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즉 방송사업자가 아닌 중계방송권자 역시 보편적시청권 제도의 적용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앞서 언급한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도 방송사업자가 아니지만 중계방송권을 갖고 있기에 중계방송권자에 해당하며, 보편적 방송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기에 재판매를 해야만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방송사업자가 아닌 OTT의 경우도 중계방송권을 획득할 경우, 전체 가구의 90% 또는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사업자에게 재판매를 해야만 한다.
문제는 방송법에서 언급하는 중계방송권은 방송수단을 통해 중계할 수 있는 권리이지 인터넷 등 온라인 중계권리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IOC나 FIFA 등 국제스포츠기구에서도 방송중계권과 온라인중계권(디지털중계권이라고도 함)을 구분해서 판매하고 있고, OTT의 경우 온라인중계권 외에 실시간 방송수단을 통한 중계권까지 구매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이제 보편적시청권 제도를 온라인 영역으로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는가, 또는 그럴 필요성이 있는가의 문제가 검토 대상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방송법이 부가통신사업자의 온라인중계권에 대해 보편적시청권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의 방송서비스가 아닌 온라인중계서비스를 규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OTT 사업자를 포함하는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하겠다. 현재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은 없지만 향후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시청권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 사이 방송시장의 콘텐츠 공급과 이용양식은 크게 변화했다. 방송시장에서 스포츠 콘텐츠가 차지하는 위상 역시 달라지고 있다. 보편적시청권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나, 변화하는 환경에 조응하고 견인하는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1)스포츠경향, 넷플릭스가 스포츠중계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이유, 2024.5.27.
- 2)더스쿠프, “OTT가 배구 중계권까지 먹으면 드리울 그림자”, 2024.7.23.
- 3)한경비즈니스, “연평균 450억원 아깝지 않네..티빙 KBO 중계권 따내더니 결국...“, 2024.7.5.
- 4)경향신문, “IB스포츠, 축구중계 독점 논란 가열”, 2005.8.10.
- 송종현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서울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방송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다수의 방송정책과 방송법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6년간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 보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