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TV보다 OTT로 보는 ‘남의 연애’

데이팅 쇼는 N포세대들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판타지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SOLO>, <솔로지옥> 등 한국의 데이팅 쇼는 현실감 있는 설정과 참가자의 다양한 배경을 통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데이팅 쇼의 인기는 젊은 세대의 시청 행태를 반영한다. 제작자는 타깃 시청층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글. 김설아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십수 년 전부터 등장한 키워드 ‘N포세대’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여러 가지 중요한 삶의 요소들을 포기한 젊은 세대를 일컫는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에서 시작한 N포세대는 연애를 포함한 인간관계 단절까지 포함한 ‘사포세대’, 내 집 마련이 불가능에 가까워진 ‘오포세대’로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경제적 어려움, 높은 주거비용, 고용 불안정, 과도한 경쟁 등으로 인해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방송·미디어는 연애 프로그램, 즉 ‘데이팅 쇼(Dating Show)’의 유행이라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상 현상을 맞고 있다.

데이팅 쇼는 오래 전부터 방송가의 단골 소재였다. 해외에서도 <배첼러(Bachelor)>1), <러브 이즈 아일랜드(Love is island)>2)는 큰 인기를 끌었던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송되었던 <짝>이 있었지만, 이 장르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채널A의 <하트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0.7%의 시청률로 시작한 <하트시그널>은 최고 시청률도 2.0% 수준이었지만, 주간 SMR3) 조회수 150만 건을 넘어서며, 화제성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가 조사한 TV 비드라마 부분 화제성 TOP10에 진입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시청률로 연간 TOP10에 진입하려면 8% 이상이어야 하는데, <하트시그널>은 시청률에 비해 화제성이 매우 높았다. 시즌 2에서는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7주 연속으로 기록하는 등 2030 여성들의 뜨거운 지지로 인해 높은 화제성을 유지했다.

[그림 1] <나는 SOLO> 12기 화면 캡쳐(자료: ENA, SBS Plus)

[그림 2] <솔로지옥> 시즌 1 포스터(자료: Netflix)

[그림 3] <하트시그널 시즌1> TV 시청률(닐슨코리아 제공 / 네이버 시청률 캡쳐)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1년, 6월에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가 시작되었고, 7월에 <나는 SOLO(솔로)>가 NQQ(現 ENA)와 SBS플러스를 통해 방송되었으며, 12월에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솔로지옥>이 스트리밍되었다. 데이팅 쇼가 전성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나는 SOLO>는 지상파-종편이 아닌 두 개의 유료방송사가 공동제작 후 동시 송출을 하면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솔로지옥>은 국내에서 제작된 예능 콘텐츠가 처음으로 넷플릭스 글로벌TV쇼 부문 TOP10 안에 드는 성과를 보이면서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 예능 콘텐츠도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하겠다.

<하트시그널>에 이어 <환승연애>, <나는 SOLO>, <솔로지옥>이 흥행에 성공한 후,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시즌제작을 통해 현재까지도 방송과 스트리밍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이후 iHQ의 <에덴>, Mnet의 <러브 캐쳐 인 발리(Love Catcher in Bali)>, 디즈니플러스의 <핑크 라이(PINK LIE)>, JTBC와 웨이브의 <연애남매> 등 많은 연애 장르의 콘텐츠 제작을 이끌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SBS가 MZ 점술가들이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면서 자신들의 연애 상대를 찾는 <신들린 연애>까지 선보였다.

[표 1] 한국의 주요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와 <솔로지옥>의 시청량 분석

2021년, 방송과 스트리밍으로 시청자들에게 소개된 <나는 SOLO>와 <솔로지옥>은 송출 플랫폼이 각기 달라 동일한 기준으로 그 시청량이 분석되긴 어렵지만, <나는 SOLO>가 방송 직후 바로 넷플릭스로 스트리밍되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하여, 지난 2023년 1년간 넷플릭스에서의 시청량4)을 표 2와 같이 비교·분석해 보았다.

[표 2] <나는 솔로>와 <솔로지옥> 넷플릭스 시청량 (2023년)

<나는 SOLO>는 5기부터 17기까지 출연한 방송분을 스트리밍한 넷플릭스에서 총 8,750만 시간 시청되었다. <솔로지옥>은 시즌 3이 2023년에 첫 스트리밍 되었지만, 시즌 3의 시청과 더불어 시즌1과 시즌 2도 각각 2,100만 시간, 7,970만 시간 시청되면서, 총 1억 5천만 시간이 시청되었다. 이는 <나는 SOLO>보다 70% 이상 높은 시청시간이다. 다만, 한국 시청 기록에서만 <나는 SOLO>가 시청포인트 605점(3위)으로 <솔로지옥> 295점(19위)보다 월등히 높은데, 이는 <나는 SOLO>가 데이팅 쇼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방송에서 평균 3%, 최고 6.5%라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이한 점은 <나는 솔로>가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거의 시청량이 없다시피 했지만, <솔로지옥>은 홍콩,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타이완, 태국에서 높은 시청량을 기록했고, 이중 홍콩과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더 높은 시청량을 기록했다.

[그림 4] <솔로지옥> 글로벌 시청량 분포도(2023년 1년 기준, 자료: 넷플릭스)

데이팅 쇼의 장르적 특성과 사회적 현상

데이팅 쇼는 TV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 중 하나로 참가자들이 연애와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끌어내며 로맨틱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1:1 데이트, 그룹 데이트, 데이트 미션 등의 다양한 포맷은 물론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며, 참가자들이 상대방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 구도를 그리며 쇼의 긴장감을 유발하곤 한다. 이는 리얼리티 장르의 하나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대본이 없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신선함, 의외성, 서사 전개, 그리고 결과에 집중하게 된다. 스포츠 경기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내가 응원하는 커플이 생기게 되고, 1,2,3등 처럼 순위가 매겨지지는 않지만, 커플의 성사 여부가 점진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은 시청자를 지속적인 시청으로 몰고 가며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만든다.

이로 인해 출연진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동일시하는 현상 때문에도 생겨난다. 주로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시청자가 자신도 모르게 등장인물에 동화 또는 감정이입되어 그(그녀)가 자신인 양 그 감정을 공유하면서 나타나게 된다. 등장인물을 통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슬픔 또는 분노의 감정을 분출하는 출연진의 상황 속에서 마음이 후련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많은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감정이입과 카타르시스의 과정을 거치며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되고, 그러한 몰입 상황 속에서 자신이 처한 불완전하고 불안한 현재에 대해 일종의 위안을 받는다 할 수 있다.

여기에도 남녀의 성향 차이가 나타난다. 방송 시청률로 보면 2023년 1년 동안 <나는 SOLO>를 본 20대~40대 여성 시청률은 3.482%5)인 데 반해 남성 시청률은 1.898%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이 시청했다. <연애남매>의 경우에도 여성 시청률이 전체 중 61%, 남성 시청률이 39%를 차지하며, 여성 시청률이 남성 시청률 보다 약 64% 높게 나타났다. 남성 시청자들이 출연자 개인에 집중하며 프로그램을 전체보다는 숏츠 형태의 클립으로 많이 시청하는 데 비해, 여성 시청자들은 이야기의 과정과 결과에 몰입하여 프로그램 전체를 시청한다고 예측, 분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방송이 아닌 OTT를 통해 보는 이유는?

연애 프로그램이 젊은 시청자들을 유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국적인 아름다운 배경, 화려한 외모, 스펙과 재력 등, 젊은 세대에게 판타지적 요소들을 가득 선사하는 동시에,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 내가 가질 법한 연애관과 생각, 일상의 긴장과 갈등, 내가 겪은 화해와 이별 등 나의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만들어 내며 출연자와 나를 동일시하고,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선사한다. 이러한 이유로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서로 이야기하며 볼 수 있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젊은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프로그램 함께 보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이 아닌 그룹 시청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내게 필요한 시청 상대는 나의 가족이 아닌 내 나이대의 타인이다.

[그림 5] <환승연애3> 포스터(자료: 티빙)

[그림 6] <연애남매> 포스터(자료: JTBC)

첫 번째, 출연자의 화려한 외모, 스펙, 재력, 연애 이야기는 친구들과 하기에는 좋지만, 부모님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명절에 듣기 싫은 잔소리’처럼 나에 대한 질타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매운맛 수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애 프로그램은 남의 연애를 훔쳐보는 관음적 욕망을 바탕으로 시청이 형성된다. 그런데 2010년대와 달리 2020년 이후부터는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표현의 선정적인 수위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데이트 장소도 일반인들 시선을 벗어나 무인도, 호텔, 수영장처럼 선정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장소로 변경되었다. <에덴>의 경우, 출연 남녀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 이른바 ‘침대 데이트’와 같은 파격적인 설정으로 가족 동반 시청에 무리가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세 번째, 드라마 시청 행태가 변한 것처럼 연애 프로그램도 커플 매칭 과정과 결과라는 선이 분명한 전개, 즉 내가 응원하는 분명한 커플이 생기게 된다. 이 때 나의 취향을 반영한 시청행태, 즉 ‘몰아보기’와 이야기 ‘건너뛰기(skip)’가 필요한데 가족과 공동시청 시에는 나만을 위한 시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가 가족과 연애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기 어려운 이유로, 결국 실시간 본방송을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기보다는 OTT를 통해 시청하는 것을 선호하게 만드는 동시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콘텐츠 구성 측면에서의 차이도 있다. 방송 시청률과 넷플릭스 시청량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는 SOLO>는 동일 장르의 다른 콘텐츠에 비해 높은 화제성뿐만 아니라 높은 방송 시청률도 기록하고 있다. 선정적인 배경과 설정보다는 일반인 참가자들의 다양한 배경, 다양한 연령대 설정과 함께 현실감 있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서사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될 수 있다. 즉 <나는 SOLO>가 아닌 다른 대부분의 데이팅 쇼는 가족이 아닌 친구나 동년의 시청 그룹과 함께 볼 수밖에 없고 이러한 특성이 결국 젊은 세대들을 방송이 아닌 OTT로 시청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이다.

한국의 연애 프로그램은 MZ세대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삶의 요소들이 현실에 존재함에도 판타지적 설정과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연출을 잘 버무려 시청자들의 몰입과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제 제작자는 일시적인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닌 타깃 시청층의 연령대와 그들이 처한 사회문화적인 배경, 복잡한 시청행태를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접근해야 한다. 보다 섬세하고 다양한 시각의 기획과 제작 과정 속에서, 한국의 MZ세대가 열광하고 해외의 시청자가 주목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유의미한 플랫폼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1. 1)미국 ABC 방송국에서 2002년부터 방송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2024년 현재 27번째 시즌까지 방송되고 있다.
  2. 2)영국 ITV에서 2015년부터 방송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2024년 현재 10번째 시즌까지 방송되고 있으며 미국, 호주, 독일 등에서도 가 제작되어 방송되고 있다.
  3. 3)SMR(Smart Media Rep) : 온라인 동영상에 대한 광고 대행을 담당하는 회사로 현재 8개 방송사업자(MBC, SBS, KBS, CJ E&M, JTBC, TV조선, MBN, 채널A)의 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에 유통하고 광고영업을 대행하고 있다.
  4. 4)FlixPatrol을 통해 2023년 1년 동안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시청량(Hours viewed) 합산
  5. 5)AGB닐슨 2049MF 수도권 시청률 기준으로 본방송과 재방송(스페셜 포함)

참고자료

  1. MBN, '솔로지옥', 넷플릭스 글로벌TV쇼 부문 8위…한국 예능 첫 10위권, 2022.1.6.
  2. 스포츠동아, ‘하트시그널’ 썸 예능의 선두주자로 유종의 미…화제성 최고!, 2017.9.2.
  3. 티브이데일리, ‘나는 SOLO' 전효성, "연애담 알고 있다"는 데프콘에 당황, 2021.7.12.
김설아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를 취득했고, 건국대학교 글로컬 문화전략 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거친 후 홍익대학교에 부임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방송 환경, 역사, 콘텐츠 분석을 비교적 시각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