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AI 기술과 방송의 미래

10여 년간 뉴스 앵커와 기자로 활동해오다 인공지능 관련 뉴스를 전하던 2018년 어느 날,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인공지능이 가져올 혁신적인 기사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인공지능 분야의 학업에 이어 창업까지, 그동안의 삶이 혁신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되었다. 에이아이파크(AIPARK)는 텍스트 입력을 통해 다국어로 말하는 AI 아바타를 제작하는 SaaS 솔루션과 AiVATAR(www.aivatar.ai)를 이용해 방송·영상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글. 박철민 (에이아이파크 대표)

1. 미디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 그리고 AI 아나운서의 역할

방송영상 제작은 복잡한 과정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구성안부터 원고 작성, 진행, 촬영, 편집, 송출 등 다양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각 단계마다 전문적인 기술 요구된다. 특히 영상 제작에는 한 땀 한 땀 많은 시간과 비용, 에너지가 소요된다.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다국어로 영상을 송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부담은 가중된다.

만약 원고만 입력하면 1 ~ 2분 만에 화면에 진행자가 등장해 원고를 읽고, 그 진행자가 어떤 언어든 상관없이 구사할 수 있다면 영상제작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에너지는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AI 아나운서’ 기술은 오늘날의 디지털 제작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여주고 방송·영상제작 환경을 획기적으로 단순화시켜 줄 수 있다. 단순 영상 제작에서부터 원고 작성까지 AI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제작자(HUMAN)는 기획과 심도 깊은 연출 같은 더욱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 아나운서 제작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음성 데이터와 영상 데이터, 얼굴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학습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교재와도 같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즉, 좋은 품질의 방송 영상을 활용하여 AI 아나운서를 만들었을 때, 경쟁력 있는 AI 아나운서가 만들어 질 수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핵심인데, ‘목소리와 형태’를 학습하기 위해 커리큘럼이라고 할 수 있는 음성·영상 생성 알고리즘이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림 1] AiVATAR 홈페이지(자료: 에이아이파크 제공)

[그림 2] 다양한 형태의 자사 AI아나운서(자료: 에이아이파크 제공)

2. 방송국을 시작으로 얼리 어답터로 확산하고 있는 AI 아나운서(국내 사례)

[그림 3] 자사의 AI아나운서(자료: 제주도청 유튜브 채널 캡쳐)

최근 제주도 대변인실에서는 AI 아나운서 ‘제이나’를 도입하여 도정정책을 전달하는 <위클리 제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이나’는 제주도 대변인실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방송 원고를 읽고, 뉴스를 진행하며 ‘월급 60만원 신입 아나운서’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어 나름 유명인사가 되었다. 제주도청 뉴스 뿐 아니라 최근에는 도내 행사의 사회도 맡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주도 뉴스가 ‘제이나’의 첫 사례는 아니다. 이미 2년 전 2022년, 에서 ‘해외 토픽’을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딜라이브, 산업방송과 같은 국내 방송국에서 2년 째 아나운서를 해오고 있었다. 방송국뿐만 아니라 KOTRA, 국민체육진흥공단, 산업단지공단, 한국남부발전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아나운서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제이나’ 말고도 종합편성채널 MBN은 2020년 김주하 AI 앵커를 도입하여 국내 최초 AI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이후 ‘가상 기자’도 도입해 온라인 기사를 위주로 리포트를 하기도 했다. YTN도 AI 앵커를 개발하여, 2021년 <뉴스가 있는 저녁> 2주년 기념 방송에서 AI 앵커를 등장시켜 방송을 진행했고 2차 프로젝트로 역시 AI 기자를 개발해 현재 뉴스 제작에 활용 중에 있다. 케이블TV MSO인 LG헬로비전도 2021년 유명 아나운서(김현욱, 이지애)를 모델로하는 AI 아나운서를 활용해 지역 뉴스, 지역 날씨, 캠페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3. 글로벌 AI 아나운서의 증가(해외 사례)

AI 아나운서를 활용한 해외 방송 사례도 다양하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2018년 세계 최초로 AI 아나운서를 도입하여 뉴스 방송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신화통신은 자신들의 활용하고 있는 AI 아나운서가 다양한 언어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음을 물론 24시간 실시간으로 방송할 수 있다고 발표했었다.

[그림 4] 자사의 AI아나운서(자료: Aajtak AI 유튜브 일부 캡쳐)

인도의 미디어 그룹(India Today Group)은 뉴스 채널 아악탁(Aaj Tak)에서 AI 기반 기자 '사나(Sana)'를 도입해 하루에 여러 차례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사나에 대해 “사나는 밝고 화려하며, 나이가 없고 지치지 않는 AI 뉴스 앵커로, 다양한 언어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사나는 2024년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에서 AI 주도 뉴스룸 혁신 부문 글로벌 미디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도의 오디샤 TV(OTV)는 오디샤 지역을 위해 AI 뉴스캐스터 '리사(Lisa)'를 개발해 도입했다.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사나가 다국어 지원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리사는 오디샤 지역 뉴스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어 디지털 플랫폼에서 뉴스, 운세, 기상정보,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오디어와 영어로 전달한다. 리사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구동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어 미디어 업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인도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도 출신의 우수한 IT 인력, 특히 AI 관련 인력이 증가하는 것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이 인도의 미디어 환경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의 다양한 언어 사용을 고려하면 AI 아나운서는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송제작 수단임이 틀림없다.

태국의 네이션TV는 AI 리포터 '낫차(Natcha)’와 ‘니차(Nitchan)’를 도입했다. 네이션TV는 2024년 4월 1일부터 네이션 뉴스 알림 프로그램의 일부로 매일 2:05PM과 2:55PM, 두 차례정부 발표나 생활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네이션TV 관계자들은 낫차와 니차의 도입으로 “뉴스 전달 능력이 강화되고, 기자들은 취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AI 리포터는 언어 장벽이 없어 다양한 언어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어 뉴스 전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뉴스에 대한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과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서 산업 내 긍정적으로 작용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AI 아나운서의 도입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대부분 미디어 기업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되는데, 미디어 콘텐츠의 제작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 그 사이에 존재하는 소모적인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하는 것도 도입 동기가 되고 있다. 이는 미디어 산업이 그동안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제작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는지를 방증하기도 한다.

4. 증가하는 AI 활용 미디어, 우려의 목소리도...

AI 아나운서를 활용함으로써 영상 제작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는 걱정과 우려의 시선도 있다. 최근 영국의 BBC는 "AI Guidance: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를 통해 AI를 책임 있게 활용하기 위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AI 사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규범과 윤리적 가치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고, AI의 활용이 BBC의 편집 지침과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BBC 주요 가이드라인 내용

공공 서비스 가치 준수: AI 사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하며, 창의력과 재능을 우선시하고,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AI 사용은 관객의 신뢰를 저해해서는 안 되며, 항상 투명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편집과 승인의 인간 감독: AI의 사용은 항상 인간의 감독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콘텐츠는 BBC의 편집 지침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알고리즘과 훈련 데이터의 편향 검토: AI 모델의 알고리즘과 훈련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잠재적인 편향과 오류를 식별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AI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편향되지 않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 방지: 생성형 AI는 불특정한 상황이나 불확실한 경우에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예측적인 반응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허구로 여겨질 수 있는 콘텐츠를 생성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AI 사용 시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 외부 콘텐츠 사용 시 주의: AI 또는 AI 기반 도구의 사용 시 외부의 가공 콘텐츠 및 창작물 사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저작권 침해나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고, 책임 있는 AI 사용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BBC 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산업에서 만들어지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될 것이다. 당분간은 AI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과 함께,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5.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AI, 미디어의 미래.. 만든 것도 쓰는 것도 결국 ‘사람’

AI 기술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콘텐츠 추천부터 뉴스 생성, 영상 자동 편집 등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영상 제작의 변화는 물론 개인화된 미디어 경험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제작 측면에서는 ‘자동 영상 제작’을 넘어서 ‘사용자의 의도에 딱 맞는 영상’을 완벽히 구현하며 콘텐츠 제작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최종 배포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제작의 효율화, 간소화가 이루어 질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이용측면에서는 사용자의 시청 습관과 선호도를 학습한 AI가 이미 맞춤형 뉴스 피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대화형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상호작용 하는 서비스도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AI 기술은 미디어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큰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인류에 미칠 큰 파급력을 고민하고 윤리적인 사용을 위해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며, 투명성과 책임성도 강조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창의성과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매우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이 고민 속에서 불변하는 진리는, AI는 기계이고 우리는 사람(Human)이라는 점이다. AI 즉, 기계는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도구이며, 인간은 창의적이고 사회적인 동물인 만큼 모든 시작과 끝에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미디어 산업의 종사자들과 협력사들이 꼭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 새로운 환경과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참고자료

  1. BBC, Guidance: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2024. 3. 1
  2. KBS, 태국도 ‘AI 리포터’ 데뷔…한·중·태 전격 비교, 2024.4. 2
  3. 미디어오늘, 인공지능 앵커와 기자가 늘고 있다, 2023. 6. 3
  4. 이투데이, 인도, AI 뉴스캐스터 등장…미디어 환경 뒤흔들어, 2023. 7. 31
박철민 (에이아이파크 대표)
10여 년간 앵커와 기자로 활동하다 인공지능에 관심이 생겨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인공지능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해 AI아나운서를 개발, 창업에 성공했다. 현재, 에이아이파크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텍스트 입력만 하면 다국어로 말하는 AI아바타 영상 제작 솔루션인 AiVATAR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