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사반장 1958>이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첫 방송에서 10.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금토드라마 최고 첫 방송 시청률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이 드라마는 10부작 평균 10%대의 안정적인 시청 성적을 냈다. <수사반장 1958>은 대한민국 범죄 수사 드라마의 효시로 1970~80년대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MBC 간판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 형식의 드라마이다. 한국인이 사랑한 드라마 캐릭터, 완성형의 수사반장 박영한(최불암)의 청년시절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보기 드문 ‘프리퀄’의 형식의 작품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업계의 관심 역시 불러 모았고, 현대 드라마를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하며 기존 IP의 새로운 확장 방식을 제시했다.
<수사반장 1958>을 제작한 바른손스튜디오(대표:안은미)는 2021년 3월에 설립된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로 영화 <거미집>, 드라마 <아씨두리안>,
[그림 1] <수사반장 1958> 티저 포스터 (자료: MBC 공식 홈페이지)
“요즘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대세라고 하는데 <수사반장>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대표 콘텐츠이자 K-콘텐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1971년 3월 6일부터 1989년 12월 28일까지 880회를 방영하는 동안 70%의 시청률을 거둔 기록적인 드라마예요. MBC에서도 이렇게 상징성 있는 콘텐츠를 재탄생 시키는 게 큰 의미가 있었을 거예요. 젊은 세대는 <수사반장>을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장면으로만 기억하지만, <수사반장>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박영한 반장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경찰의 상징적인 인물이잖아요. 최불암 선생님과 시그니처 음악이 함께 떠오르면 여전히 많은 울림과 위로를 주고 있어요. <수사반장>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제작자에게 주는 매력은 어마어마하죠.”
지금껏 드라마가 콘텐츠 IP를 활용하는 방식은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드라마로 제작하거나 과거에 사랑받은 작품 혹은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형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 감안하면 <수사반장 1958>이 리메이크가 아닌 프리퀄로 제작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수사반장>을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중심으로 드는 궁금증에서 시작됐어요. 원작에서 박영한 반장은 내공과 연륜을 쌓은 중년의 형사였는데, 그런 그의 젊은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 팀이었던 김상순, 조경환, 서호정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이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팀은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한 팀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들이죠. 나아가 1958년을 ‘야만과 낭만의 시대’라는 워딩을 사용해 드라마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격변하는 그 시대의 배경이 박영한의 젊음과 성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시대라고 판단했어요.”
1980년대에 방영되어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였지만, 당시의 방영 환경과 현재의 환경이 매우 다른 상황에서 그 성공이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프리퀄의 배경은 원작의 방영 시기보다 훨씬 이전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시청자들을 공감을 이끄는 데 큰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1950년대의 사회적인 상황을 리얼하게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더군다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와 발전이 빠른 한국에서 그 시절 감성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죠. 보존된 옛 장소가 거의 없는 건 물론이고 그 감성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황천 우시장, 청계천, 종남시 거리, 종남시장 등은 MBC에서 세트장을 모두 새로 지어서 활용했고 전달력을 위해 후반작업에 엄청나게 많은 공을 들였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물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원작에서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등장인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는지 알기 때문에 새롭게 보여질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원작과 다르되, 완전히 다른 인물이어서는 안되는 복잡한 작업이었죠. 장시간의 오디션을 통해서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선발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림 2] <수사반장 1958> 스틸컷 (자료: MBC 공식 홈페이지)
그렇게 모인 배우들은 1950년대의 감성을 입고 ‘새롭지만 새롭지만은 않은’ 종남경찰서 4인방 박영한(이제훈), 김상순(이동휘), 조경환(최우성), 서호정(윤현수)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들이 한 팀을 이뤄 성장하며 진정한 형사로 거듭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자극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수사극은 화려하다. 과학수사를 기본으로 프로파일링이니 포렌식이니 DNA 분석이니 하는 다양한 수사기법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매혹시킨다. 도처에 깔려있는 CCTV는 수만 가지 상상력을 단촐하게 축소시키기도 한다. <수사반장 1958>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수사극의 방식으로는 탄생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인지 수사가 대부분이었던, 아날로그와 레트로를 오가는 그 시절의 방식이 젊은 세대에게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그 시대를 설득력 있게 구현해서 원작을 기억하는 세대들에게도 추억과 낭만을 주고 싶었고요. 박영한 형사를 중심으로 김상순, 조경환, 서호정 4인방 형사들 뿐만 아니라 매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서 보는 재미를 주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오는 수사극의 장르적 재미로 밸런스를 맞추고자 했습니다. 듣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수사반장> 시그니처 음악도 추억과 낭만을 채울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었죠”
[그림 3] <수사반장 1958> 스틸컷(자료: MBC 공식 홈페이지)
[그림 4] <수사반장 1958> 스틸컷(자료: MBC 공식 홈페이지)
<수사반장 1958>은 과거의 명작이 충분히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 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지금까지는 주로 원작 드라마가 인기가 많으면 대본집, 웹툰, 게임, 도서 등으로 IP를 활용한 사업을 전개하는 식이었지만 <수사반장 1958>은 검증된 IP를 재활용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톡톡히 누렸다.
“가장 중요한 캐릭터 개발의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이미 검증된 IP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떤 것을 기대하고,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고요, 고민의 깊이는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요즘은 가족끼리 TV 앞에 모여 드라마를 시청하는 광경이 참 드물어요. <수사반장>은 원작을 기억하는 세대와 모르는 세대가 같이 볼 수 있어 좋았다는 후기가 참 좋았어요. 이렇게 타깃이 확장될 수 있는 것도 IP를 재활용하는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방 총괄은 이 장점을 넘어 <수사반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IP라고 내다봤다.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캐릭터와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면 고전이 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수사반장>의 경우, 880회는 요즘으로 치면 16부작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시즌 55까지 나오는 거대한 시리즈물이에요. 이 정도의 레전드 드라마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요. 우리 동네에서 같이 살면서 권력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하며, 악당을 잡고 벌하는 ‘내 옆집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의 세대를 넘어 글로벌하게 전달될 수 있어요. 이런 이야기는 계급 문제와 종교, 성별, 인종 등 각종 갈등이 대두되는 이 시대에 글로벌하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수사반장>이 핵심으로 갖고 있는 ‘휴머니즘’ 정서 또한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림 5]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한 원작 배우들(자료: MBC 공식 홈페이지)
[그림 6]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한 원작 배우들(자료: MBC 공식 홈페이지)
방 총괄은 <수사반장 1958>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캐릭터를 꼽았다.
“‘프리퀄’ 드라마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과 비교하여 캐릭터를 얼마큼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봐요. 같지만 같지 않아야 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요, 이제훈 배우를 중심으로 4인방 형사와 모든 배우들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빈틈없는 연기로 그 기대감을 충족시켰죠. 1958년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한몫했을 거라 생각해요. 원작을 기억하는 세대에겐 메인 공간인 종남 경찰서 내외・부와 종남 시장 등 그 시절 감성과 향수를 자극해야 했고, <수사반장>을 처음 접하는 세대에겐 새로운 매력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드라마로 타깃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수사반장> IP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방옥경 (바른손스튜디오 제작 총괄)
-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영화 <과속스캔들><7급 공무원><시라노연애조작단>등의 투자・마케팅을 담당했고, CJ ENM에서 영화 <명량><극한직업> <아가씨> 등의 투자・기획 업무를 진행했다. 현재는 바른손스튜디오에서 영화와 시리즈 제작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