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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을 설렘으로, 연애 감정을 넘어 공간 속 ‘관계성’을 그리다

<연애남매> 연출
이진주 (JTBC PD) 인터뷰

화제의 연애 리얼리티 드라마 <연애남매>를 연출한 이진주PD는 <환승연애>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스타 연출자다. 현재도 TV콘텐츠 연출 업계에서 가장 핫 한 크리에이터(Creator) 중 한 명으로 <꽃보다 할배> 조연출, <윤식당> 메인 연출을 맡아 흥행시켰던 PD이기도 하다.

[그림 1] <연애남매> 포스터(자료: JTBC)

독립한 뒤에는 남녀 간의 연애를 그린 리얼리티 예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는다는 콘셉트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은 작품으로 뛰어난 화제성으로 티빙 가입자 유치 1위라는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JTBC 이적 후 선보인 <연애남매>는 남녀 간의 연애를 가족 간 연대로 확장시켰다. ‘남매 혹은 커플’, ‘하우스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긴장감’ 등 이전 작품과 공통점도 있지만 분명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누구의 남매인지를 추리하는 재미와 설렘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연애남매>는 방송 플랫폼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먼저 OTT와 TV방송의 시너지를 그리는 대표 콘텐츠다. 매주 금요일 OTT 웨이브(Wavve)에 선 공개한 후 같은 날 JTBC에서 방송하는 형식을 띄면서 시청자를 확보 한다. 글로벌 인기도 확장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훌루 재팬(Hulu Japan), 동남아,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는 아시아 최대 범지역 OTT 플랫폼 Viu(뷰), 대만에서는 friDay Video, iQIYI, LINE TV, 미주, 유럽 및 오세아니아에서는 KOCOWA+를 통해 해외 팬들을 만나고 있다. 최종회가 방송되기 전인 5월 말, JTBC 사옥에서 이진주 피디를 만났다.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에 ‘남매’라는 콘셉트를 도입한 것이 신선한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가 있나?

“남매라는 혈육 관계가 제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의지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가 남매다. 연애 프로그램을 연출하다보면 출연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대상이 제작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매라는 가족이 있으면 가장 든든하고 날 것의 감정을 표현하는 대상이 바뀔 수 있다. ‘내가 가장 의지할 사람’, 이런 말이 하우스 안에서 나오고 새로운 화학적 감정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트콤에서도 남매 관계에 집중하지 않나. 뭔가 코미디적인 요소도 있고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되는 페어(pair)라고 봤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몰입감을 끌어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연애 프로그램이 아닌 남매라는 복잡한 관계가 등장한다. 촬영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을 것 같은데 제작에서 어떤 점을 가장 강조했나?

“어떤 구성을 짜는지에 따라 출연자들이 그때마다 집중하는 포인트가 달랐다. 남매끼리 같이 팀 플레이를 하는 게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요제도 하고 남매 중 한 명만 데이트할 수 있다는 등의 요소들을 넣었다. 하지만, 밸런스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젊은 사람들을 어떤 관계든 한 곳에 집어넣으면 무조건 썸(연애)은 일어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녀 간의 연애에 집중하는 큰 줄기는 유지하려고 했다. 이 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편집에서 덜어냈다.”

남매가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인 만큼 섭외가 어려웠을 것 같다.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섭외 기준이 있었나?

“다른 섭외 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섭외가 너무 어렵긴 했다. 남매라는 기본 설정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매력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특히, 출연자들의 과거 히스토리를 모두 알 수 없으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넘어 ‘밸런스’를 찾으려고 했다. ‘스타성’이 우리가 생각하는 섭외 기준 중 하나였다. 스타성은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함축되어 있는 매력이다. 이런 기준으로 결정한 지금 출연자들이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벌어지는 관계의 흐름이 모종의 실험 같기도 하다. 이런 요소들에서 나오는 메시나 혹시 강조하고 싶은 요소들이 있었나? 바라는 연애 모습이라든지?

일반인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벌어지는 관계의 흐름이 모종의 실험 같기도 하다. 이런 요소들에서 나오는 메시나 혹시 강조하고 싶은 요소들이 있었나? 바라는 연애 모습이라든지?

재미있는 것은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 보니 출연자들 사이에서 정체성이 생기는 것 같다. <환승연애 1,2>, <연애남매>에 출연하는 집단 간 연애에 대해서 나누는 각자의 주제가 생긴다. <연애남매> 출연자들은 ‘마음의 방향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웃음)“

[그림 2] <연애남매> 일부 캡쳐(자료: JTBC)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인기 포인트라고 생각이 든다. 출연자들이 만드는 특수한 화학적 연대감 같은 느낌이 있다.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마음의 방향성’이라는 표현이 간혹 답답하기도 하다. 그냥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되는데…. 그렇지만 이런 조심스러운 감정이 새로운 몰입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연애 프로그램을 자주 연출했다. 이 피디님의 개인적인 연애관이 궁금하기도 한데, 연애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론 연애의 기본은 남녀 간의 사랑이다. 그러나 가장 건강한 연애는 상대방과 이야기하고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낼 때 자존감이 채워지고 또 자신감이 올라가는 상황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밸런스다. 프로그램에도 이런 밸런스가 집중되는데,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페어 관계가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일부 출연자의 변심이 화제성을 더 크게 만들기도 했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갑자기 생각이 바뀐 출연자도 더러 있다. 보통의 연애 상황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데, 혹시 이런 점들도 연출에 의도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제작진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출연자가 너무 혼란스러워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출연자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니까. 그냥 이런 상황을 연출을 통해 보여주고 길을 찾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점들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림 3] <연애남매> 일부 캡쳐(자료: JTBC)

[그림 4] <연애남매> 일부 캡쳐(자료: JTBC)

낯섦은 설렘 또는 두려움, 이 정도로 해석되지 않나. 이진주 PD 작품들을 보면 낯섦이라는 요소를 ‘설렘’으로 잘 표현하는 것 같다. 혹시 본인의 기획 노하우가 있는지?

“그런 설렘을 줄 수 있는 포인트나 장치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향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 티가 많이 안 날 수 있는데, 배경음악으로 어떤 것을 선곡하느냐에 따라 같은 그림이어도 차이가 크게 난다. 사람을 만났을 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만, 사실 그 사람의 향에 매료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확하게 그게 향 때문이었는지 모를 수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편집할 때도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그럼 음악 선곡을 모두 직접 하나?

“직접 모든 음악을 선정한다. 편집된 소스들을 보면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윤식당>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식당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분이 느끼는 설렘을 시청자도 똑같이 느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윤여정 선생님이 되어서 ‘이 공간이 이렇게 예쁘구나’ 하는 설렘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만드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5] <연애남매> OST Part1 앨범 이미지(자료: 멜론 공식 홈페이지)

연애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하우스’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출연자들이 두근거리면서 커다란 집에 들어왔을 때 이 사람이 느끼는 감정, “예쁘다, 이렇게 해 놨어,” 등 이런 출연자의 시선을 통해 그 집을 보여준다. 이건 편집도 중요하지만 음악이 핵심이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간을 설명하고 표현하는데 공력을 많이 쓰는 편이다. 수정도 정말 많이 한다. 공간을 만들 때나, 오프닝이나 인트로 영상은 거의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하고 편집한다.“

요즘 콘텐츠 포맷에는 숏폼이 많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와 이 프로그램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강점을 끌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말을 했는데, 프로그램 길이가 2시간 넘어서는 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나?

“<연애남매>가 프로그램 길이는 길지만 전환은 매우 빠르다. 특정 씬(Scene)을 오래 동안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데이트 장면도 이야기가 엄청나게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빨리빨리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10명의 출연자가 각자 다른 장소에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교차가 빠르게 이뤄진다. 뷔페식으로 특정 출연자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도 있으니까.

전문적으로 말을 하면 전통적인 개념의 ‘이음새’도 제거한다.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는다면 ‘문을 열고 걷는 장면’은 삭제하고 바로 물건을 계산하고 나오는 장면만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영상에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 이해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유튜브로 클립핑(Clipping)’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장면을 만든다. 유튜브 숏츠를 여러 개 붙여서 하나의 장편으로 만들어진다는 개념이다. 나영석 선배와 이우정 작가님도 과거 팀에 있을 이런 말을 많이 했다. 그 기준으로 보니까 필요 없는 장면들이 많더라.”

연애남매는 공개 방식도 남달랐다. OTT에서 먼저 공개되고 TV에서 방송된다. 이런 방식들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시청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사실 아직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가늠이 안된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두 개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다. 사실 우리는 이 성적표가 하나로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있긴 하다.(웃음) 조금 분산되는 느낌도 있지만 OTT와 방송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OTT에서 공개하고 TV채널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도 굉장히 설레는 느낌이었다.”

TV로 송출되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OTT 오리지널 콘텐츠도 연출했는데 미디어 매체가 달라지면 기획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체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단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구독해야 하는데 ‘나라면 이걸 돈 주고 볼 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냥 금요일 8시를 기다렸다가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것을 매달 돈을 주고 보는 것이니까 ‘효능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온전히 우리 프로그램 때문에만 OTT를 구독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것을 구독하게 만든다’라는 이런 사명감을 가지고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의 성공과 콘텐츠의 성공이 떨어질 수 없다.

또 무조건 궁금한 요소들을 만들어서 다음 주가 더 기다려지고 더 빨리 보고 싶어지는, 그런 포인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엔딩(마지막)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래서 좀 콘텐츠 시간이 길어지는 점이 있다. 긴장감 있게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혹시 차기작이 있다면 그것도 연애 프로그램일까? 평소 관심을 가지는 장르가 있다면?

(차기작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오랫동안 연애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지친 감도 있다. 저는 이제 이것을 근육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제가 해왔던 작품들이 1년에 몇 번 집중적으로 찍는 큰 촬영이다 보다 보니 이제 조금 작은 촬영(조금씩 길게 찍는)도 해야 할 까하는 고민이 있다. 또 특정 작품을 하다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획하게 되는데 좁아지는 느낌도 있다. 다른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제가 하고 싶다고 해도 시장이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건 다른 문제니까. 계속 고민이 된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시청자들에게 줘야하고 새로움도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은 게 이미 나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런 생각이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이 피디의 장점이나 특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

“프로그램은 내가 아닌 우리 팀(24명) 모두가 다 만들어왔다. 그런데 우리 팀이 사실 엄청나게 효율적이지는 않다. 효율적이지 않고 유난스러운 점도 있다. 다른 팀에서는 “왜 굳이 저렇게 까지 하지?” 하는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는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효율이 새로운 차이를 만든다. 비효율이 디테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은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이 채운다. 사람들이 본 결정적인 장면은 내가 아닌 다른 친구들의 손에서 나온 경우도 많다. 결국 우리 팀의 비효율이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