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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디어 기술 전시장인 올림픽

2024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7월 26일 개막된다. 전 세계에서 모인 각국 선수들은 32개 종목에서 329개 메달을 놓고 서로 경쟁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은 다른 올림픽처럼 메인스터디움이 아니라, 파리시내 센강변에서 열린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각국 방송사들은 새로운 방송 기술을 활용하여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 홍성철(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올림픽 콘텐츠, 비싸도 중요한 이유

올림픽 중계권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세계 최대의 미디어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올림픽 중계권료의 인상폭은 매 경기마다 2~3배로 뛰어올랐다. 1960년 CBS가 로마올림픽을 중계할 때 중계권료는 5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1980년 미국 NBC방송사는 8,700만 달러에 하계올림픽 중계권을 구입했다. 이후 중계권료는 1984년에는 2억 2500만 달러로 3배나 비싸졌고, 1988년에는 다시 3억 달러로 인상되었다. 또한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는 4억 5,600만 달러에 미국 중계권이 팔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과 묶음판매로 12억 7000만 달러에 팔렸다. NBC유니버설은 2022년 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10년 동안 총 76억 5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IOC와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NBC방송사는 2000년 이후 30년간 중계를 하면서 올림픽 중계는 NBC라는 공식을 쓰게 되었다.

1996년 NBC방송국이 4억 5600만 달러의 중계권료를 지불했을 때,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낸 총액이 2억 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상업방송 중심의 미국 방송사들의 경쟁체재가 중계권료의 대폭 인상을 가져왔다. 그리고 값비싼 비용을 내는 만큼 미국 방송사의 입김은 IOC도 무시하지 못한다. 미국이 결승전에 진출하면 프라임타임 생중계를 위해 경기시간의 조정까지 일어나면서 논란을 빚기도 한다.

방송사업자에게 올림픽 중계는 도박과도 같다. IOC는 단기 계약이 아니라 중장기 계약을 통해 중계권을 판매한다. 대체로 하계 및 동계를 패키지로 8~12년 정도 묶음 판매를 한다. 미국과 유럽 방송사업자들은 주로 북미와 유럽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선호한다. 아시아나 중남미 등에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자국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묶음 판매에서는 비선호 되는 지역에서 열리는 올림픽도 구매할 수밖에 없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제정세 변동 등으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냉전시대였던 1980년 모스코바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에서는 자유진영과 공산지역이 각각 보이콧하는 반쪽 올림픽이 되었다. 또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중국의 인권문제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해 미국 내 반중정서가 형성되면서 시청률이 저조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1년 늦게 열린 2021년 도쿄올림픽은 무관중 중계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떨어졌다.

매출액과 상관없이 올림픽 중계는 해당 방송사의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TV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지만 스포츠의 생방송 중계는 거짓 없는 방송이라는 장점을 지녔다고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에 올림픽 방송 사업자는 방송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2004년과 2008년 8년치 올림픽을 구매하면서 너무 높은 값에 구매했다는 논란이 일어나자 딕 에버솔(Dick Ebersol) NBC사장은 “올림픽은 가장 중요한 텔레비전 이벤트”라면서 “그 기간 동안에 온 가족이 TV앞에 모아 앉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즉, 남녀노소 상관없이 전 지구인들의 관심사라는 설명이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올림픽 중계

FIFA 월드컵과 더불어 전 세계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인 올림픽은 미디어 기술의 발전 단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TV중계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으로부터 시작된다.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그 대회다. 당시에는 베를린, 라이프치히, 포츠담 등 극히 일부 지역에 특별히 설치된 TV 모니터로 경기의 중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1948년 영국 런던 올림픽에서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각 가정으로 TV화면이 송출되었다. 웸블리 스터디움에서 촬영한 영상이 런던 시내의 각 가정에 전달된 것이다. 하지만 런던 이외의 지역에서는 시청할 수 없었다. 1956년 호주 멜버른 올림픽에서는 일부 영상의 해외 송출중계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올림픽 경기를 중계한 것은 1960년 이탈리아 로마올림픽부터이다. 당시 로마에서 촬영된 영상테이프가 편집되어 비행기로 공수되어 방송사에 전달되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최초의 위성중계가 이뤄졌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디지털TV방송이 시작되었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모든 화면이 고화질(HD)TV로 제작, 중계되었다. 앞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중계의 40%만이 HD영상으로 제작되었다. 2024년 올림픽은 OTT 스트리밍 서비스가 본격 활용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일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전용 앱을 통해서, 모바일과 패드 등을 활용, 누구나 접속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또한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AI(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된다. 하이라이트 장면을 AI가 재빨리 편집해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은 지난 2024년 강원도에서 열린 동계청소년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에서도 사용되기도 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화면을 AI가 편집해서 이용자들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공급되는 것이다. 특히 육상과 체조, 축구, 핸드볼, 배구, 레슬링, 비치발리볼, 농구 등 여러 종목에서 AI기술이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기간에는 또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각종 게임 등도 시범적으로 운영된다.

유럽과 미국의 2024 파리 올림픽 중계

과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개최국 주관방송사를 통해 영상을 촬영, 각국에 전파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올림픽 방송서비스(OBS)에서 경기장면을 촬영해서 각국의 올림픽 방송 중계사업자에게 직접 제공한다. 유럽 내 올림픽 중계권은 유럽방송연합(European Broadcasting Union)과 워너브라더스의 디스커버리 채널이 확보했다.

OBS에서 모든 경기장의 경기 장면을 촬영해 공급하는 영상의 총 시간은 1만 1,000시간에 달한다. 하루 24시간 1년의 총합인 8,760시간보다 25%나 많은 시간이다. 물론 모든 장면이 TV로 중계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방송연합 국가들의 TV방송사들은 200시간의 중계시간을 갖게 된다. 나머지 영상들은 클라우드로 저장되어 모두 OTT와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공급된다. 즉, 방송사에서 중계하지 않는 영상들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접속하면 생방송 중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올림픽의 개최국인 프랑스의 경우에는 공영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élévisions)에서 방송중계권을 갖고, 프랑스 전역에 방송한다. 개최지라는 점을 고려, 경기의 중계는 프랑스 안에서는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TVU Networks와 협력하여 클라우드 기반 및 5G 기술을 활용하여 올림픽에 대한 포괄적인 생중계를 제공하기로 했다. 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면서, 하루 10시간의 라이브방송으로 고품질의 방송이 이미 전파를 타고 있다.

유럽 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로스포츠를 통해 이루어진다. 유로스포츠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유럽 내에서 모든 올림픽 경기의 스트리밍서비스 판권을 갖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자회사인 유로스포츠는 올림픽 실시간 중계는 물론 하이라이트, 다시보기 및 심층 분석을 포함, 다양한 보도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림픽 경기에 대한 유럽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고려해 올림픽 전용코너가 마련되었다. 유로스포츠는 20개국의 유럽 언어로 각 국가의 시청자들에게 현지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WBD는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 맥스(MAX)를 통해 유럽 전역에 올림픽을 중계한다. 특히 이번 파리 올림픽을 OTT 유료 독자 확장의 계기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 중심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유럽 등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 5월 21일부터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스페인, 포르투갈의 이베리아 반도, 체코,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등의 동유럽 및 중유럽 국가 2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맥스를 통해서 올림픽을 보지 못한다. 경쟁사이기도 한 NBC유니버설이 미국 내 올림픽 생방송 및 비디오클립,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의 모든 중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표 1] 주요국의 국민들이 선호하는 스포츠 순위 (중복응답)

영국에서는 공영방송인 BBC가 올림픽 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BBC가 중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영국보다 1시간 빠른 이웃 프랑스에서 올림픽이 열리면서 시청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7월말과 8월초는 대부분 학교가 방학이라 웬만한 경기는 거의 동시간대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BBC는 TV는 물론, 라디오,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서 오는 2032년 호주의 브리즈번 하계 올림픽까지 중계한다. 영국에서 수신료를 내는 가정은 올림픽 중계는 모두 무료이다. TV는 물론 BBC스포츠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서 생방송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와 경기요약 등도 무료로 볼 수 있다. 누구도 차별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BBC의 의지이다.

미국은 NBC유니버설의 피콕에 주목

미국 내 올림픽 방송 중계권은 지난 1988년부터 NBC유니버설이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NBC유니버설은 그동안 올림픽 경기장 현지시간과 미국의 저녁시간과의 시차 때문에 올림픽 전 경기를 중계하기 보다는 주요 경기 및 하이라이트만을 편집해서 방송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번 파리 올림픽도 시차가 6시간 정도 난다. 즉, 미국의 오후 6시가 프랑스에서는 자정이 된다. 프라임 타임에는 실제 경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하이라이트 편집을 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NBC유니버설의 전략 역시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20년에 설립된 피콕은 현재 가입자가 3,400만 가구에 불과하다. 2021년 400만 명에 비하면 괄목상대한 성장이긴 하지만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이다.

실제 미국 내 TV방송시장에서 피콕의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경쟁업체인 넷플릭스(7.7%), 유튜브(8.5%),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3.3%), 디즈니 플러스(1.9%)에 비해서도 아직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피콕은 광고 없는 구독권은 9.99달러, 광고 있는 구독권은 4.99 달러에 판매하고 있는데, 피콕 이용자 77%는 월 4.99달러를 내는 광고기반주문비디오(AVOD) 고객이다.

NBC에서는 이번 올림픽 시청자들 중 20% 정도가 피콕을 통해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해 광고를 보기 싫거나 실시간으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도 계획하고 있다. NBC유니버설은 극장 체인인 AMC와 함께 올림픽 경기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미 IMAX의 대형스크린을 확보했다. 특히 각 스포츠의 주요 선수들 고향 등에서는 가족과 친구들이 극장에서 함께 응원하는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내 올림픽 중계사업자인 NBC유니버설은 이번 파리올림픽의 시청률이 나름 괜찮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인들에게는 프랑스 파리는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선망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차가 6시간 정도 나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열렸던 2020 도쿄 올림픽보다는 시청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2028년 차기 올림픽 개최지가 LA이기에 미국인들에게 올림픽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NBC유니버설은 이미 12억 달러(한화 약 1조6,200억 원)의 광고를 확보한 상황이다.

[표 2] 미국 OTT업체의 광고기반 구독현황

NBC에서는 이번 개막식 중계를 위해서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서 활약해 온 마이크 티리코(Mike Tirico)와 미식축구(NFL) 쿼터백 출신의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 인기 가수 켈리 크락슨(Kelly Clarkson)을 섭외했다. 개막식이 프랑스 파리에서는 금요일 저녁에,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에 열리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 3] 2024년 파리올림픽 중계권 보유 현황(글로벌, 자료: Variety, 2024.)

올림픽 중계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 트렌드와 시청자들의 다양한 기대를 반영한 전략의 일환이다. 기존에 TV와 인터넷 중심의 중계와 보도를 넘어 전용 앱을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와 같은 SNS 플랫폼에서도 경기 영상과 하이라이트 영상, 그리고 다양한 소식을 제공하며 시청자(이용자)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화질(4K/8K) 영상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중계 기술의 발달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몰입감을 제공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AI 기술 결합을 통해 일부 인기 있는 종목 중심의 TV 중계에서 벗어나 시청자 개개인이 원하는 종목을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19로 어수선했던 도쿄 올림픽과 달리 2024년 파리 올림픽이 한껏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1. Jidoun, NBC bringing live Summer Olympics coverage to a theater near you, 2024. 5.22
  2. Max, Max is now live and available to stream in Europe. Warner Bros. Discovery, 2024. 5.21.
  3. Olympics and television, The Museum of Broadcast Communications, 2009.7.27.
  4. Sandomir, Olympics; Ebersol is the one who decides what will be seen from Sydney, 2000.9.12.
  5. Shewale, Peacock statistics 2024- Subscribers, revenue & viewership, Recreationrush. 2024.4.25.
  6. Steinberg, Olympics overhaul: NBC bets on Snoop Dogg, Peacock and wild ideas to ensure the 2024 Paris Games are a ratings bonanza. Variety, 2024.04.17.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문화일보에서 1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회부와 산업부, 경제부, 국제부 등을 거쳤다.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부회장, 한국소통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널리즘과 정치커뮤니케이션, 미디어산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