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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3

OTT 규제 현황:
캐나다의 OSA를 중심으로

조연하(미디어미래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언론학박사)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는 늘고 있지만, 방송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OTT는 법망 바깥에 놓여있다. 캐나다의 경우 최근 OTT 규제를 위해 방송법을 개정했으며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OTT 관련 법 제정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해외 OTT 규제 동향

최근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영상 스트리밍으로 시청하게 되면서, 방송영상 콘텐츠 플랫폼의 중심축이 방송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소수의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 중에서도 넷플릭스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패러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글로벌 OTT 시장점유율은 약 40%에 달할 뿐 아니라 2, 3위인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와도 큰 격차를 보인다.1) 이렇게 글로벌 OTT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지고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각종 정책과 입법이 진행되는 추세다.

먼저 유럽 국가 중에서도 영국은 2022년 5월 OTT 플랫폼을 방송사처럼 규제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는데, 사용자를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위스는 2022년 자국 내 매출의 4%를 스위스 영상업계에 투자하도록 하는 소위 ‘넷플릭스세’와 30% 자국 콘텐츠 쿼터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통해 합의를 도출했다. 프랑스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온라인 서비스 부가세와 프랑스 내 매출의 5% 정도의 세금 납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 밖에 포르투갈, 덴마크, 스페인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호주는 2023년 1월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이 자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재투자하는 자국 콘텐츠 투자 쿼터제 도입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24년부터 대형 OTT 사업자를 중심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유럽연합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30% 지역 콘텐츠 할당제를 부과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상 국가의 OTT 플랫폼 규제의 특징은 자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및 지원, 쿼터제, 세금 징수 등이다. 한편 최근 미국, 일본등지에서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기존 OTT 간의 합병 움직임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법 제정한 캐나다

캐나다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건립한 국가로, 융합을 촉진함으로써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노력해 왔다. 영어와 프랑스의 언어적 이중 구조라는 특징이 문화정책에 반영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지리적으로 근접한 미국 문화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이와 같은 특징은 캐나다 방송 정책의 근간인 방송법에 그대로 나타나는데, 방송법 제3조에서는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정체성과 문화 주권을 유지·고양하기 위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1970년대부터 캐나다 방송 콘텐츠의 최소량을 할당하는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방송사에 캐나다 자체 제작 콘텐츠에 수익의 최소 30%를 지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자국 콘텐츠 보호에 주력했던 캐나다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의 콘텐츠가 범람함에 따라 자국의 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넷플릭스 등 거대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와 메타 같은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규제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방송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인터넷 보급 이전인 1991년에 마지막 개정이 있었던 방송법을 새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있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최근 방송법을 개정한 법이 ‘온라인 스트리밍법(OSA, Online Streaming Act)’이다. 이 법안은 2023년 4월 상원을 최종 통과하였고 현재 정부 차원에서 시행 방식을 논의 중인데, OTT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자를 방송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여 자국 내 투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법안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방송사업’의 범주인 ‘온라인사업’으로 분류하고, 방송법에 따라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써 전통적인 방송사업자에게만 부과되었던 캐나다 콘텐츠(CanCon; Canadian Contents)2)에 대한 재정적 지원 요구가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4월 통과된 캐나다의 온라인 스트리밍법

출처: https://www.canada.ca

OSA의 함의를 보면, 첫째, 방송법의 규제 대상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포함으로 확장했다. 그동안 방송통신규제기관인 CRTC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이 전통적인 방송매체의 경쟁상대였던 OTT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국내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도 OSA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단 규정에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소셜미디어 서비스 이용자가 업로드한 프로그램은 동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OSA 제정에 따라 온라인사업자들도 방송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수익의 30%를 캐나다 콘텐츠에 지원해야 하고, 캐나다 미디어 펀드에 콘텐츠 진흥 기금을 내야 하며, 캐나다 공식 언어와 토착 언어로 캐나다 콘텐츠를 홍보하고 추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둘째, CRTC가 권한을 행사하는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온라인 시청각 콘텐츠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권한을 가지게 되며, 규정 위반에 대한 재정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규제 권한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OSA에 대해서는 자국민의 필요와 이익을 우선시하며 자국의 문화와 사회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방송업계와 예술 분야를 활성화하고 콘텐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가 있다. 반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과도한 인터넷 규제이며 이용자 관심사가 아닌 콘텐츠가 추천되는 등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법안 내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법 시행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국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OSA는 기존 방송법의 규제 범주에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포함, 방송과 동일 기준으로 관리함으로써 사실상 방송법을 현대화하고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OTT 사업자들에게 자국의 방송·콘텐츠 산업에 재정적으로 기여할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자국의 방송시장을 보호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해외 OTT 규제 움직임이
국내에 주는 시사점

국내에서는 OTT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도 없고 규제의 틀도 명확하지 않다. 현재 OTT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 방송법 규제 범주에서 벗어나 있으며,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 서비스제공자로 분류된다. OTT 규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방송과 유사한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가 하면 새로운 미디어 산업 육성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설사 규제한다해도 국내 OTT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OTT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콘텐츠 자율심의, 제작사 세제 지원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는데, 사후적 유통에 대한 규제 권한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있을 뿐이고 자가등급평가시스템3)과 같은 자율규제를 권고하고 있는 정도다.

캐나다의 OSA를 비롯하여 일부 유럽 국가에서 OTT 규제는 자국 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콘텐츠 생태계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공정한 경쟁을 향한 규제 의지가 강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제 동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외 입법사례를 국내에 바로 도입하기보다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자국의 문화정체성을 지키려는 해외 규제 방식 도입의 타당성을 우리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검토해야 하며, 기존 미디어와 OTT 사업자 간에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국내에서 IPTV나 케이블TV 등은 준 세금처럼 방송 매출의 1.5%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OTT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은 개별 국가의 법체계를 준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는데, 2023년 4월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시리즈, 영화, 예능 등 작품 제작을 포함해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367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해 캐나다와 유럽 국가에서처럼 기금납부 의무와 문화정체성 확보를 위한 쿼터제 도입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캐나다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방송과 동일 기준으로 규제하거나 방송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OTT 규제에 있어 OTT 플랫폼과 콘텐츠의 특성을 구분하는 매체 특성론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 결국 국내 미디어 산업과 문화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도와 경계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 조연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연구교수와 초빙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미디어미래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책임연구위원으로 있다. 미디어 법과 정책이 주 연구 분야이며, 저서로 제17회 철우언론법상을 수상한 『미디어 저작권』(박영사), 『인공지능 창작과 저작권』(박영사),『메타버스와 저작권』(박영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