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가 6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 506만 명으로 1위인 티빙의 뒤를 이었다. 토종 OTT들이 넷플릭스에 밀리고 있는 지금, 쿠팡은 스포츠 중계에 주력하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유통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OTT 업계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해본다.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한때 황금시장으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미디어 시장과 함께 OTT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디즈니는 지난해 OTT 서비스 부문 손실이 거의 6조 원에 달하면서 밥 아이거(Robert Allen Iger)를 다시 CEO로 복귀시키고, 직원 7,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가 약 1,200억 원의 적자로 고민이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쿠팡플레이가 급성장하며 국내 OTT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위를 차지했다.1) 쿠팡플레이는 어떤 전략으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쿠팡플레이와 비슷한 OTT 모델은 미국 글로벌 기업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다. 애플의 애플TV플러스도 애플 제품을 구매하면 OTT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2) 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어 아마존, 쿠팡과는 다르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한 고객에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쿠팡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와우 멤버십(월 4,990원) 가입자에게 쿠팡플레이를 별도 비용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3) 이러한 서비스 덕분에 와우 회원은 2022년 말 1,100만 명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와우 회원은 쿠팡에서 상품 구매 시 무료 배송을 받으므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쇼핑하면 멤버십 비용은 만회할 수 있고,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에서 할인을 받는다면 4~5회 주문으로 멤버십 금액 정도를 버는 효과를 얻는다. 여기에 <SNL 코리아>, <안나>,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도 볼 수 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 가입자를 증가시키고 유지(Lock-in)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4) 쿠팡 와우 회원이 증가할수록 쿠팡플레이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고, 쿠팡플레이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와우 멤버십 가입자가 증가하여 구매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쿠팡플레이는 2020년 12월 24일에 론칭했다. 닐슨에서 국내 PC와 모바일 이용행태를 측정하는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토종 OTT 중에서도 올해 1월부터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1년 1월 81만 명에서 2023년 6월 506만 명으로 월 이용자 수가 6.3배 증가하여 출시 2년 반 만에 2위로 올라섰다. 아이지에이웍스의 자사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서도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위, 4월과 5월에도 토종 OTT 중 2위를 차지했다.5)
쿠팡플레이는 영화, 드라마, 예능, 키즈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었다. 이어 <스파이더맨> 시리즈,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등의 할리우드 영화와 <맛있는 녀석들>, <금쪽같은 내 새끼> 등 인기 국내 예능 콘텐츠를 수급했다. 특히 YBM, 대교 등을 통해 상당히 많은 교육 콘텐츠를 확보했다. 현재는 TV 15개 부문, 영화 18개 부문, 키즈 20개 부문으로 콘텐츠 수를 조정하고, 스포츠 중계권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스포츠 생중계 부문과 뉴스 6개 방송사가 추가되었다. 콘텐츠를 개별로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 카테고리가 있는 것이 다른 OTT와 차별점이다.
쿠팡플레이의 성장 요인 첫 번째는 쿠팡 회원 활용이다. 쿠팡의 와우 회원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쿠팡플레이에 대한 이용량도 증가했다. 쿠팡의 의도대로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둘째, 독점 콘텐츠의 확보다. ‘쿠플 시리즈’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로 tvN에서 시즌 8으로 끝난 <SNL 코리아>를 리부트시켜 화제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수현, 차승원이 출연한 제작비 100억 원대 드라마 <어느 날>, 수지 주연의 <안나>, 신하균 주연의 <유니콘>, 장근석 주연의 <미끼> 등의 드라마도 있다. ‘쿠팡 독점’은 중국 드라마 <침향여설>이 대표적이다.
쿠플 시리즈 검색 화면
출처: 쿠팡플레이셋째, 스포츠 콘텐츠의 확보다. 쿠팡플레이는 2021년 3월 5일부터 풀럼 FC 경기를 시작으로 토트넘 홋스퍼 FC 경기를 중계했다.6)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의 중계권도 확보하여 3월 25일 한일 친선 A매치, 2022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중계했다. 2021년 9월 10일부터는 미식축구 리그인 내셔널 풋볼 리그(NFL)도 3년간 독점 중계하고 있다. 2022년 테니스 데이비스 컵, 스페인 라리가 2023/24시즌부터 5년간 독점 중계, 2022년 10월 포뮬러 1 중계, 2025년부터 4년간 AFC 모든 경기 중계권 등을 확보했다. K리그는 2022년부터 생중계했으며, 지난해에는 해외 유명 축구클럽을 국내에 초청하여 K리그 클럽과 맞붙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진행하여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최근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도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라이브에 대한 시청자의 욕구가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 이용자는 여성이 더 많기 때문에, 남성 고객을 유인하고자 하는 전략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쿠팡플레이는 K리그에 17개의 카메라를 투입해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했고, 경기 전 프리뷰 쇼를 진행하면서 마치 프리미어 리그를 연상케 한다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7)
넷째, 다양한 혜택의 제공이다. 지난 6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론칭한 ‘쿠플 클럽’은 쿠팡플레이를 더 많이 즐길수록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하는 리워드 프로그램이다. <SNL 코리아> 방청 초대권, K리그 대 AT. 마드리드 초대권 등도 제공했다. 이러한 혜택은 회원들을 더욱 쿠팡플레이에 묶어두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유튜브가 운영하는 ‘유튜브 TV’가 회원 한정으로 미국 프로 풋볼 리그의 관람권을 판매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국내외 OTT 업계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쿠팡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쿠팡은 우선 쿠팡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의 2022년 매출은 25조 7,685억 원이나 당기순손실은 1,005억 원이어서 누적 결손금은 6조 1,349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2022년 3분기부터 영업 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2022년에 1,362억 원의 흑자와 2023년 1분기 3,073억 원의 흑자를 달성했다.8) 쿠팡 가입자 또한 증가했기에 쿠팡플레이 이용자도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상대적으로 1인당 투자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둘째,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이다. 국내 OTT 시장은 포화상태여서 이용자 확대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넷플릭스처럼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쿠팡은 2020년 7월 싱가포르의 OTT 서비스 훅(HOOQ)을 인수했다. 국내 콘텐츠의 주요 소비처인 동남아시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셋째,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국내 OTT 중에서는 쿠팡플레이가 온라인 중계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2021 도쿄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2024 파리 올림픽에 대한 온라인 독점 중계권 확보를 추진할 것이다. 당시에는 국민적 관심사인 올림픽 중계권을 쿠팡이 독점한다는 소식에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넷째, 국내 미디어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할 것이다. 현재 국내 방송사의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OTT와 협력하지 않으면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쿠팡플레이의 성장 요인과 향후 쿠팡플레이가 전개할 전략에 대해 살펴보았다. 쿠팡플레이는 짧은 기간에 국내 OTT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향후 국내 OTT보다 월등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여 국내 OTT의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보인다. 웨이브, 티빙 같은 구독 모델과 쇼핑과 연계할 수 있는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 중 누가 우위가 될지는 모른다. 누가 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