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채널의 광고 예산이 줄며 콘텐츠 제작비 또한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송계의 위기라고 볼 수 있을까? 주요 기업의 광고 예산 축소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이러한 흐름이 미디어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폭넓게 알아본다.
2022년까지 견고한 성장을 보이던 방송광고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 조짐은 작년 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22회 카타르 월드컵 폐막을 계기로 대형 광고주들이 광고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에 방송광고 시장은 적게는 30%, 많게는 4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코로나19 특수로 인한 착시 효과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매년 발표하는 방송·통신광고비조사에 따르면, 방송광고 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역성장을 해왔다. 2018년 –0.5%, 2019년 –4.1%, 2020년 –7.6%로 하락의 폭도 점차 증가하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모임 규제,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TV 시청이 증가했고, 광고주들이 집행이 어려운 이벤트 예산과 효과가 떨어지는 옥외광고 예산을 방송광고로 돌리면서 2021년 방송광고 시장은 다시 4조 원대를 회복하게 된다. 성장률로 따지면 16.3%이다. 전통매체의 두 자릿수 성장은 기적과 같은 것으로 앞으로 보기 어려운 반전이다. 2022년까지 연간기준으로는 4.7% 성장했지만 4/4분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코로나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가파른 내리막을 걷게 된다.
원래 내림세였던 방송광고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방송광고 시장의 위축은 콘텐츠 경쟁력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상파 방송만을 놓고 본다면, 1990년대 유료 방송 시장이 열리면서 영화와 스포츠와 같은 인기 콘텐츠의 시청자를 유료 전문 채널에 빼앗겼고, 드라마와 뉴스 시청자는 tvN과 종합편성채널에 넘겨주었다. 게다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시장의 성장은 사면초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연구팀의 예측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도입으로 향후 5년 이내에 연간 최소 500억 원에서 최대 3,200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방송광고 시장에 파괴력이 큰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2023년 광고주들의 광고 집행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2022년 방송광고비 집행을 많이 한 광고주를 먼저 찾았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하는 100대 광고주의 4대 매체 광고비 자료를 토대로 연간기준 방송광고비를 많이 집행한 10대 광고주 리스트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 애플, 한국코카콜라, 동국제약, 하이트진로, 기아, KT가 방송광고 10대 광고주였다. 2023년 광고비 통계는 5월까지 자료만 입수할 수 있어서,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의 광고비를 합산하여 올해의 광고비 집행과 비교했다.
10대 광고주가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방송광고비로 집행한 금액은 약 2,914억 원이었고 올해 같은 기간에는 약 2,398억 원을 집행해서 약 17.7%가 감소했다. 집행 액수를 기준으로 하면 약 516억 원이 줄었다. 앞서 30~40% 정도 감소했다고 한 것보다 감소 폭이 작게 나타난 것은 광고비를 증액한 광고주가 5개 사나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에는 광고비를 줄였다가 올해 늘린 광고주가 있었기 때문인데 SK텔레콤은 작년 1월과 4월에 방송광고비(정확히는 TV)를 전혀 집행하지 않아서 86억 원 수준이었다가, 올해는 정상적으로 매월 방송광고를 집행하여 256억 원으로 196.3% 증액했다. 올해 신제품을 출시한 하이트진로, 신모델을 출시한 현대자동차 그리고 동국제약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큰 폭으로 광고비를 늘렸다.
하지만 대형 광고주들의 광고비 감소액이 훨씬 커서 방송사들이 체감하는 하락 폭은 더 클 것이다. 예를 들어 1위 광고주 삼성전자는 약 438억 원을 줄였으며, LG전자가 321억 원, KT 248억 원으로 3사의 축소액 합이 1,000억원에 가깝다. 특히 대표이사 선임 논란을 빚고 있는 KT는 전년 대비 96%나 방송광고비를 줄였다. 5개월간 10억원 남짓의 방송광고비를 집행해서 거의 방송광고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다국적 기업인 한국코카콜라는 47억 원을 줄였지만, 애플은 방송광고비를 24억 원 늘려 대조를 보였다.
줄어드는 광고 수입에 대응할 수 있는 방송업계의 카드가 많지 않다. 가장 손쉬운 대응은 제작비를 줄이는 것이다. 2020년까지 방송광고 시장이 역성장했지만, 방송사는 제작비 축소를 통해서 적자 폭을 줄이거나 적은 액수지만 흑자 경영을 하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 제작을 대폭 줄였다. SBS는 드라마 제작 부문을 분사(分社)했다. 이어 예능부문까지 분사를 결정했다. 제작 파트의 분사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차원뿐 아니라 지상파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제작하고 OTT와 같은 플랫폼과의 협업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작비 축소는 단기적인 대응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방송사의 경쟁력을 저하한다. 추천할만한 카드는 아니다.
둘째, 광고 이외의 재원을 발굴하는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수신료는 광고, 프로그램 판매 수입과 함께 방송사의 3대 재원으로 불린다. 특히 공영방송은 수신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수신료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신료는 월 2,500원으로 다른 나라 수신료의 1/4에서 1/8 수준이다. 그래서 인상이 불가피한데, 지금은 수신료 분리 징수가 결정된 상황이라 수신료 인상은 고사하고 현재 수준의 수신료 징수도 어려운 환경이다.
셋째, 결국 남은 대안은 프로그램 제공 대가나 판매 수입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IPTV, 케이블 SO(system operator, 운영책임자), 위성방송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대가를 인상하는 방법이다. 2022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 방송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받는 대가는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3,613억 원, 2020년 3,999억 원, 2021년 4,079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추가적인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유료 방송업계에서는 과거처럼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한(CPS) 콘텐츠재전송료 체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가입자가 감소하는 추세기 때문에, 새로운 인상 협상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끝으로, 광고 규제 개선을 통한 시장 활성이다. 방송광고도 통신광고와 같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 방안이다. 하지만 규제 개선은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방송광고 유형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1)으로 개선하는 문제는 3년째 논의와 입법 추진만 하고 있다. 방송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행령 개정까지 가지 않으면서 파급효과가 큰 광고 규제 개선은 ‘프로그램 제목 협찬’의 허용이다. 이는 프로그램 타이틀 스폰서로 불리는데, ‘광고주 또는 브랜드 이름+프로그램 제목’을 통해 협찬한 광고주(브랜드)를 고지하는 형태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만으로도 도입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영국,독일은 물론 중국까지도 허용하고 있는 협찬 유형이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과 보도, 논평, 시사와 같이 공정성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타이틀 스폰서 광고는 주로 스포츠나 공연 분야에서 볼 수 있다.
출처: 신한은행, 삼성갤럭시지금까지 광고 수입의 대폭 감소에 따른 방송업계의 대응 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어느 것 하나도 방송산업의 위기를 구해 줄 확실한 구원투수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현이 가능한 과제부터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상반기에 긴축한 광고주들이 하반기에는, 늦어도 찬 바람이 불면 광고 집행을 늘려 줄 것이라는 희망 회로만을 돌려서는 안 된다. 심한 가뭄에 기우제를 지내고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심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