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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 3

독보적인 세계관으로
과몰입 이끄는 유튜브
‘사내뷰공업’

박성기(디지털타임스 기자)

유튜브 채널 ‘사내뷰공업’이 현실고증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 주변의 인물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이 채널은 최근 2010년대 여중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페이크 다큐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보는 이들을 과몰입으로 이끄는 유튜브 사내뷰공업을 들여다본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강자

근무 연차가 쌓일수록 안내 멘트에 영혼이 사라져가는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생, 잘 모르는 영어 단어의 뜻을 묻는 학생에게 “이런 건 안 외워도 돼”라며 얼버무리는 과외 선생, 두발 검사를 앞두고 ‘귀밑 15㎝’ 규정을 맞추기 위해 고데기로 머리를 만 뒤 “선생님, 저는 자연 곱슬이에요”라고 우기는 1996년생 중학생 일진까지. 어디선가 한 번쯤 만나본 듯한 이 모든 인물이 한데 모여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곳이 있다. 바로, 유튜브 채널 ‘사내뷰공업’이다.

사내뷰공업은 주변에 꼭 있을 법한 다양한 인물들을 통찰력 있게 연기해내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주의)’ 1인 상황극 채널이다. 콘텐츠 기획부터 출연, 촬영, 편집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유튜버 사내뷰공업의 본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파괴연구소의 김소정 PD다. 회사 대표의 권유를 받고 인스타그램 릴스 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뷰티 영상을 업로드한 것이 시초라고. 현재는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틱톡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각종 아르바이트의 특징과 고충을 담아낸 <우당탕탕 알바 공감> 시리즈, 중·고등학교의 괴짜 캐릭터들을 묘사한 <사탄들의 학교에 빌런의 등장> 시리즈, 1996년생 일진 황은정의 일상을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다큐 황은정 – 은정이는 열다섯> 등 현재까지 그가 선보인 모든 콘텐츠가 폭발적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공개하는 영상마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물론,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구독자 수로 지난해 유튜브가 발표한 ‘2022년 국내 급성장 크리에이터 TOP 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케이 컬처(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채널의 문을 연 사내뷰공업은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으며 가파른 성장 궤도를 달려왔다. 활동 시작 2개월 만인 지난해 2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는 괴력을 발휘했고, 그로부터 1년 뒤인 올해 2월 5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 보유한 구독자 수는 약 57만여 명, 270여 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7억 4,000만 회에 달한다.

모두의 추억 속 ‘은정이’를 불러내다

최근 공개해 큰 화제를 몰고 있는 4부작 시리즈 <다큐 황은정 – 은정이는 열다섯>은 2개월 만에 총 1,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올렸고, 관련 쇼츠(shorts) 영상 <복장 검사하는 날 90년대생 황은정>은 단독으로 조회 수 985만 회를 기록하며 채널 내 최고 인기 영상에 등극했다.

2010년을 사는 1996년생 15살 황은정이라는 캐릭터는 인왕중학교 2학년 7반에 재학 중으로, 가족은 엄마와 아빠, 남동생 한 명이 있다. 처음 배경은 2009년이었으나 2023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황은정이 살아가는 시대 역시 2010년으로 바뀌었다. 황은정은 LG전자의 ‘롤리팝’ 폴더폰을 사용하며, 동방신기 팬클럽인 ‘카시오페아’와 샤이니 팬클럽인 ‘샤이니월드’에 열성적이다.

<다큐 황은정 – 은정이는 열다섯>은 학창 시절 볼 수 있었던 일진 캐릭터를 실감 나게 담아낸다.
2010년이라는 배경에 맞게 영상의 화질 또한 저화질이며, 화면 배율도 4:3이다.

출처: 사내뷰공업 유튜브 채널

숏폼에서 롱폼으로 이동하며 콘텐츠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 사내뷰공업도 사실, 제작에 어려움을 느꼈었다고. 김소정 PD는 “학창 시절에 은정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제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셨던 분이 있다”라며 “사실 저도 학창 시절에 일진 친구들에게 빵도 사다 주고, 자기네들 투투(22, 사귄 지 22일 되는 날)라고 200원을 준 적도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은정이는 일진이 아니라 삼진이에요. 제 영상을 시청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도 은정이를 향한 동경보다 웃음과 풍자를 주고 싶을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분께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서 메시지로도 사과를 드렸고, 그때부터 돈을 빼앗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모습은 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1) 채널이 커나갈수록 가져야 할 책임감만큼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시켜줘, 명예 인류학자

1년여 전 혜성처럼 나타나 단숨에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주자로 우뚝 선 사내뷰공업,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이 시대의 인류학자’라는 별명답게 사내뷰공업은 모두가 일상 속에서 한 번쯤 마주쳐본 유형의 사람들을 그 누구보다 생생하고 세심하게 묘사해내며 ‘편안한 공감’과 ‘담백한 웃음’을 끌어낸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사내뷰공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했던 매시간 매초의 장면들을 세심하게 관찰해 있는 그대로 재현한 ‘현실고증 100%’ 콘텐츠들로 큰 재미를 준다. “내가 살아온 삶”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하는 김소정 PD는 짧은 대사와 순간의 분위기만으로도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화들을 다루며 ‘나만 이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하는 깊은 공감과 자극적이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영상마다 “현실고증 미쳤다”, “이거 연기예요? 와 몰랐네”, “저 말투랑 행동 진짜 찐이다”, “저 시대 감성 제대로 담은 듯”, “이게 바로 현대예술”이라는 감탄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사내뷰공업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괴짜다운 면모를 조명하지만, 조롱이 아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기에 더 큰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량스러운 ‘일진 빌런’ 황은정, 여우짓에 능한 ‘귀여운 척 빌런’ 김민지, 막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자존감 빌런’ 신지유 등 학교 내 악당으로 그려지는 각종 빌런 캐릭터들조차도 마냥 밉지 않은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기에 “애정이 느껴진다”, “씁쓸한 웃음 대신 훈훈한 웃음이 지어진다”라고 고백하는 구독자들이 많다.

특히 “현존하는 타임머신”이라는 한 줄 평은 <다큐 황은정 – 은정이는 열다섯>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과거의 무엇을 바라본다는 그리움의 감정이 아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포인트를 10년여가 지난 지금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점은 짜릿함을 넘어 전율을 선사한다.

단순 재미만을 추구하기보다 세상에 문제의식을 던지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콘텐츠로 가득한 채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사내뷰공업. 최근 선보인 <다큐 황은정 – 은정이는 열다섯> 시리즈로 숏폼뿐 아니라 롱폼 콘텐츠에서도 강자임을 증명한 이 채널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1인 N역 능력자’로 불리는 김소정 PD가 또 어떤 캐릭터로 변신해 우리에게 어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지, 앞으로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 박성기

    2005년 머니투데이를 시작으로 아시아경제 한국경제TV 등을 거친 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신사업팀에서 외도(?)를 했다. 현재는 디지털타임스 인플루언서 전문기자로 매주 화요일 <THE INFLUENCER>를 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