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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 2

<모범택시 2> 속 세계와
현실의 공명(共鳴)

유홍식(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시즌 1에 이어 시즌 2까지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종영한 <모범택시 2>(SBS)는 베일에 싸인 운수 회사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해준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모범택시 2>의 흥행 요인을 분석해본다.

<모범택시 2>의 성공 요인

2023년 2월 17일 시작한 <모범택시 2>가 2023년 현재까지 편성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2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1) 2021년 성공을 거둔 전작의 인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시즌 2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모범택시 2>는 홍콩의 OTT 플랫폼 ‘뷰(Viu)’를 통해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16개국에서 방영되었는데, 이들 국가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2) 이러한 <모범택시 2>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실제 현실과 연계하여 흥행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모범택시 2>의 성공을 구조·형식·내용·연출적 요소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즌제라는 포맷을 통한 전작의 흐름을 유지하는 구조적 장치의 성공이다. 시즌제는 이전 시즌에서 성공한 캐릭터, 음악, 구성 등을 그대로 유지해 시청자에게 친숙함을 제공하여 시청 흐름을 유지하도록 만들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시즌제는 전작의 성공 요인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새로운 스토리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시즌제지만 한국 드라마에도 이제 시즌제가 완연하게 정착되었고, 그 의미를 <모범택시 2>가 더 강화한 것이다.

둘째, 에피소드 형식을 통한 속도감 유지라는 형식적 요소의 성공이다. 보통의 드라마는 16~24부작으로 편성되면서 총 에피소드가 하나의 기승전결을 가진 긴 줄거리 흐름을 추구한다. 이에 비해 <모범택시 2>는 에피소드 형식을 취했다. 궁극적으로 최종회에서 처단해야 하는 악의 세력을 숨겨놓기는 했지만, 하나의 사건이 2회 방영 안에서 해결되는 에피소드형 구성 형식을 취했다. 이에 따라 개별 사건이 개별적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면서 빠르게 결론에 이르는 속도감을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인물관계의 확장, 얽히고설키는 복잡한 내용과 형식이 아니라, 제한된 인물관계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건을 ‘과자를 먹는 것처럼 쉽고 편안하게(snackable)’, 바로 타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처럼 속도감 있게 그려내면서 상쾌함을 준 것이다.

셋째, 우리가 사는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영리하게 구성한 내용적 요소의 성공이다. 작가와 제작자는 드라마 <모범택시 2>에서 다루어진 사건·인물·장소 등이 가상 또는 허구라고 ‘주장’하지만,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음을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 등장한 클럽 블랙 썬(Black Sun)에 관한 에피소드는 지난 2019년 발생한 실제 사건 ‘버닝썬(Burning Sun) 게이트’를 소재로 삼아 풍자한 것이다. 클럽이나 범죄자 이름을 실제와 매우 유사하게 각색해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하였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한 추악한 성범죄 공유, 섬을 통째로 빌려 벌인 생일파티, 음주운전 사건 무마를 위한 경찰 매수, 성매매 알선 등은 실제 사건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실제 범죄 사건과 유사성을 띠는 <모범택시 2> 속 장면들

출처: SBS Catch 유튜브 채널

그 외에도 의료기 영업사원 대리 수술 사건, n번방 성착취물 사건, 파타야 공대생 살인사건 등을 소재로 사용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허위 입양을 통한 청약 사기, 농어촌의 노인 대상 사기, 사이비 종교의 교주 문제 등도 실제 발생했던 사회문제이자 사건이었다. 실제 사건을 현명하게 의도적으로 재구성하여 시청자에게 친숙감을 촉발한 것이 하나의 성공 요인이었다.

넷째, 엄중한 사건의 묵직함이나 막막함을 해학적 요소로 희석해 재미와 희열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적 요인의 성공이다. 연출적 요인은 연출자만의 힘이 아니라 극본을 담당한 작가, 이를 연기로 표현한 배우들을 모두 포함한다. 조폭·무속인·취업 준비생 등과 같은 직업적 특성, 사투리와 같은 언어적 특성, 표정·몸동작과 같은 표현적 특성 등을 십분 활용한 해학적 요소가 돋보였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농촌의 노인을 대상으로 자식처럼 친근하게 다가가 끝내는 죽음까지 강요하는 악랄한 사기범을 혼쭐내는 과정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농촌 총각을 흉내 내는 배우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작두 타는 무속인이 되어 반인륜적인 악행을 자행하면서 영생을 강조하는 순백교의 교주를 코믹하게 ‘참교육’시키는 장면은 사건의 무게를 덜어낸다. 이러한 웃음 코드를 통해 폭력·살인·감금·착취라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다. 재미 요소와 함께 단호하고 진지한 처벌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보는 재미를 배가하였다.

때로는 코믹하고 직관적인 복수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 <모범택시 2>

출처: SBS NOW 유튜브 채널

정의 통하지 않는 세상, 사적 복수로 통쾌함 느끼다

2023년 한국의 봄은 유난히도 시끄러웠고 마음은 먹먹했다. 고위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문제가 불거졌고, 가해자 가족은 안녕하였다. 사이비 교주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인해 사회적 여론이 비등했다. 그 때문인지 학폭 피해자의 복수를 그린 드라마 <더 글로리>(넷플릭스), 복수 대행 드라마 <모범택시 2>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내용을 가진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는 현상이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 속 내용은 우리가 땅을 딛고 살아내고 있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공명(共鳴)하며 시청자들의 분노 지수를 높였다.

이러한 드라마의 성공 이면에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약자 대상의 범죄에 대한 엄정하고 공정한 처벌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2030세대들이 이런 내용을 담은 드라마를 보며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면, 요즘 세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드라마에서 찾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모범택시 2>에서 보여준 ‘사적 복수 대행’은 사실 현실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영역인데도 말이다.

많은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통해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사회 정의 실현이 만인에게 동등하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마음의 표출일 수도 있다. ‘정의로운’ 사적 복수 대행을 통해 ‘유쾌, 통쾌, 상쾌’한 결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성공은 우리 사회의 실제 현실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는 것 같다.

  • 유홍식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대학교(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디어 폭력·오락·중독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R·VR·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영향, 미디어 거버넌스에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