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수많은 콘텐츠가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나온 1년에서 무엇을 배우고 남겨야 다음 한 해도 좋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을까. 12월 7일 열린 ‘콘텐츠산업 2022 결산 2023 전망’ 세미나는 한 해 동안의 콘텐츠 업계를 되돌아보고, 2023년을 내다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현장을 찾아 세미나 속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먼저 올 한 해 영상콘텐츠 시장 매출액은 총 146조 원을 웃도는 수치로, 작년에 비해 약 7.4%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방송영상산업은 24조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며 다른 콘텐츠 분야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2022년 콘텐츠산업의 주요 현안을 빅데이터를 통해 정리한 결과 ‘넷플릭스’, ‘IP’ 등의 키워드가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메타버스’, ‘NFT’ 등 신기술과 관련된 이슈에도 관심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올 상반기에는 CJ EMN의 엔데버 콘텐트 인수 소식에 이어 CJ EMN 스튜디오스, JTBC의 SLL 등 제작 스튜디오 출범 소식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는 티빙과 시즌의 합병 등 OTT 서비스의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이 화제가 되었다. 하반기에는 에미상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넷플릭스)을 비롯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의 흥행 등 K-드라마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소식들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2023년 콘텐츠산업의 전망은 어떨까? 이번 세미나에서는 총 10개의 키워드로 내년 콘텐츠산업을 전망했다.
1. W 곡선
2. ‘이탈’ 주의보
3. 소수에서 자연수로
4. 본격 가동, K-스튜디오 시스템
5. 콘고지신
6. 당신의 콘BTI는?
7. 주문을 받습니다
8. K-콘텐츠, 공감과 교류로 지속 확장
9. 한 걸음 더, 현실과 가상 사이
10. 창의노동, 변곡점에 서다
위 10가지의 키워드는 각각 경제와 플랫폼, IP, 이용자 등 콘텐츠산업을 둘러싼 여러 논의 주제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중 방송영상산업과 관계된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또,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내용은 올해 발간된 <방송영상트렌드&인사이트>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밑줄로 표시했다. 해당 문장을 클릭하면 링크를 통해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탈’ 주의보
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사라지며 이탈하는 이용자를 잡기 위한 OTT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광고 기반의 요금제 개편을 단행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그 예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와 가입자 수 증대를 위한 인수합병을 전략으로 내세운 OTT들도 있었다.
소수에서 자연수로
그간 소수로 여겨졌던 인물을 중심에 내세우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왓챠에서 공개돼 큰 흥행을 거둔 <시맨틱 에러>나 <남의 연애>(웨이브), <메리퀴어>(웨이브) 등의 콘텐츠는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콘텐츠였다. 뿐만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우’, <딩동댕 유치원>(EBS)의 ‘하늘이’ 등은 장애를 가진 인물로,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연스럽게 등장시켰다.
본격 가동, K-스튜디오 시스템
K-스튜디오 시스템 또한 올 한 해 방송영상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CJ ENM은 지난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 출범에 이어 CJ ENM 스튜디오스를 설립했고, JTBC는 SLL(스튜디오 룰루랄라)를 설립했다. 또한 글로벌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을 통해 현지 유통에 더욱 힘쓰기도 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스카이댄스미디어, 애플TV플러스와 제작한 <빅 도어 프라이즈>를 공개 예정이고, 티빙과 파라마운트플러스도 <욘더>를 포함한 7개 작품을 공개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걸음 더, 현실과 가상 사이
한편 신기술과 방송영상산업이 결합하며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기도 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상 인간을 활용한 <얼라이브>(JTBC)는 고인이 된 주인공을 가상 인간으로 재현하여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버추얼 스튜디오를 이용한 콘텐츠 제작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창의노동, 변곡점에 서다
콘텐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형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감축은 창의노동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특히 콘텐츠 제작 인력은 그간 지인의 소개 등으로 인력 매칭이 이루어졌다면, 데이터를 활용한 정확한 인력 매칭을 통해 제작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1부 분석 발표에 이어 2부는 종합토론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의 진행으로 진행된 2부에서는 김용재 포맷티스트 대표이사,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기획제작국장, 이경진 스마일게이트 D&I 실장, 진승혁 클레온 대표,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센터장이 함께했다.
먼저 김용재 포맷티스트 대표이사는 콘텐츠의 현지화, 즉 로컬라이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런닝맨>(SBS)의 해외 진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중국, 필리핀 등의 나라에 수출된 <런닝맨>과 같이, 글로벌 콘텐츠가 현지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는 <시맨틱 에러>처럼 비주류라 일컬어졌던 장르의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콘텐츠의 다양성에 대한 시도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K-Pop 시장에는 메타버스, 버추얼 아이돌 등 인공지능 기술과의 접목 시도가 있었던 한 해라며, 이 또한 콘텐츠 업계 전반의 변화와 발맞춘 흐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진 스마일게이트 D&I 실장 역시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언급하며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인물을 조명하려는 콘텐츠 업계의 시도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기획제작국장은 콘텐츠 스튜디오 시스템을 언급하며 다양한 기획과 제작이 가능해진 점을 2022년의 특징으로 꼽았다. 또한 국내 콘텐츠 IP에 대한 해외 시장의 소구가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출 수 있는 제작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한 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센터장 또한 올 한 해 콘텐츠 IP를 활용한 2차 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파트너의 사업 제안도 늘었다며 이에 발맞출 수 있도록 앞으로도 콘텐츠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진승혁 클레온 대표는 콘텐츠산업에서 기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콘텐츠산업에서 기술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기술이 콘텐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점 세 가지를 예로 들었다.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도록 기술이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콘텐츠 확산 측면에서 팬덤을 통한 2차 콘텐츠 제작에 기술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인 언어를 기술로 빠르게 번역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진 개별질문에서는 전문가들의 특화 분야와 연관된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김용재 포맷티스트 대표이사에게 어떤 콘텐츠가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인기 콘텐츠의 차별점을 확보하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김용재 대표이사는 보편적인 주제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좋지만, 그 외 장르 특히 코미디의 경우 문화 차이로 인해 수출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국제 정세 등의 요인이 콘텐츠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지의 사정을 명확히 읽어내야 한다는 점과 현지 공동 제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기획제작국장에게는 스튜디오 시스템의 장단점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질문했다. 유상원 기획제작국장은 기획 프로듀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존의 지상파 연출자가 아닌 기획 프로듀서들의 활약으로 생산 주체가 변화된 점을 언급하며 그와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기획의 수만큼이나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관련, 이경진 스마일게이트 D&I 실장은 K-콘텐츠의 질적 측면에서 문화 다양성, 문화 감수성 등이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며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콘텐츠산업의 ESG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함께 전했다.
다음으로 콘텐츠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신기술이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왔느냐는 질문에 진승혁 클레온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유명인의 과거 모습을 재현해내는 등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수 있는 단계인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진행한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 사례를 예로 들며, 숏폼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콘텐츠가 해당 국가 내에서만 주로 소비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영상콘텐츠 속 인물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낯설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동, 한국, 유럽 등 나라의 원어와, 영어로 더빙된 콘텐츠 간의 선호도를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과정에 역시 기술이 보조제로서 콘텐츠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전했다.
황재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사업센터장에게는 오리지널 IP 확보 전략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황재헌 센터장은 수평적 확장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언어와 문화를 결합한 수출에 힘쓸 것을, 수직적 확장으로는 유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기 IP 중심의 사업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영상, 웹툰, 웹소설 등 장르를 넘나드는 메가(슈퍼) IP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IP 확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수익화할 것이냐는 문제 또한 중요하다. 이에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기획제작국장은 시즌제를 통해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아스달 연대기>(tvN)가 드라마를 넘어 게임으로 제작되는 사례를 언급하며 역시 IP 확장을 통한 수익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2022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2023년을 전망하는 자리를 가지면서,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퀄리티를 비롯한 다양한 고려 지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지화에 대한 과제, 기술과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 원천 IP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과제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분야가 협력해 만들어나갈 K-콘텐츠 시장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