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사람들은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각양각색의 K-콘텐츠를 소비한다. 오늘날 영상 한류 확산의 대표 창구로 자리매김한 글로벌 OTT의 인기 순위 분석을 통해, 전 세계 OTT 이용자들의 K-콘텐츠 소비 방식과 권역별 한류의 서로 다른 매력을 살펴보자.
[분석 방법]
권역별 한류 소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 주간 인기 순위 상위 10(TV 부문)’을 분석했다. 『한류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신한류 확산 전략 연구』(한국콘텐츠진흥원, 2019)의 시장분석 기준에 근거하여, 한국을 비롯한 총 7개 지역(일본, 홍콩1), 인도네시아, 미국, 브라질, 프랑스)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한 시기별 다양한 한류 확산의 유형을 비교해보고자, 2021년 9월~2022년 8월 중 전 세계적인 한국 콘텐츠의 흥행이 있었던 시기2)와 그 외 시기3)로 구분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한국,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미국, 브라질, 프랑스 7개 지역의 넷플릭스 주간 인기 순위(TV 부문)를 분석한 결과, 오랜 한류 확산의 역사를 가진 아시아권(일본, 홍콩, 인도네시아)과 상대적으로 확산의 역사가 짧은 비아시아권(미국, 브라질, 프랑스) 사이의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각 지역별 영상 한류 소비의 주요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과 홍콩, 인도네시아는 한류 제1기(1990년대 중반~2002년)4)부터 꾸준히 K-콘텐츠의 확산이 이루어진 지역이다. 오랜 한류의 역사를 갖고 있는 지역인 만큼, 아시아권은 소비하는 한국 영상물의 장르가 다양하다([표 1] 빨간색, 분홍색, 파란색 음영 부분). 최근 글로벌 OTT 오리지널로 제작되고 있는 K-장르물(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과 로맨스 중심의 전통적인 한류 드라마(tvN <갯마을 차차차>,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모두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5)
글로벌 OTT를 통한 영상물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힘입어, 아시아권에서는 K-콘텐츠의 동시적 유행이 강화되었다. 국내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드라마가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표 1] 분홍색 음영). <오징어 게임> 같은 OTT 오리지널은 물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사내맞선>(SBS) 같이 한국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비오리지널이 같은 기간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인기 순위 상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K-콘텐츠의 인기는 최신작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 마이 비너스>(2015, KBS2),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2016~2017, SBS) 같은 이전작들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표 1] 파란색 음영). 특히, 인기 IP의 장기적인 소비가 일상적인 일본에서는 <이태원 클라쓰>(JTBC)가 10월 3일~10월 9일 주 기준 63주 동안 상위권에, <사랑의 불시착>(tvN)이 10월 10일~10월 16일 주 기준 66주 동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한류 콘텐츠가 스테디셀러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태원 클라쓰>의 리메이크작인 <롯폰기 클라쓰>(아사히) 또한 10월 3일~10월 9일주 기준 12주 동안 상위권이다.
[표 1] 아시아권 넷플릭스 주간 인기 순위 상위 10(TV 부문)
빨간색 음영: 전 세계 흥행 한국 콘텐츠
분홍색 음영: 한국 및 아시아권 동시 흥행 한국 콘텐츠
파랑색 음영: 아시아권 흥행 한국 콘텐츠
회색색 음영: 미국, 한국, 아시아권 동시 흥행 콘텐츠(K-콘텐츠 외)
비아시아권은 한류의 전 세계적인 전파가 본격화된 한류 제3기(2010년~2017년) 이후부터 K-콘텐츠 확산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아시아권과 비교할 때, 비아시아권에서는 유행하는 K-콘텐츠 장르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다. 글로벌 OTT가 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홍보·배급하는 K-장르물의 경우, 비아시아권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한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외하면 비아시아권 인기 순위 상위권에서 비오리지널 K-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다([표2] 빨간색 음영).
또한 이전작 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유행하는 최신작의 인기가 높다. 아시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과의 지리적, 문화적 인접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크게 수반되지 않는 ‘저맥락의 보편성 높은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6)
한편 비아시아권 순위에서는 미국 인기 순위와 겹치는 작품들이 많다. <브리저튼>, <기묘한 이야기>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헐리우드발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물론 <어둠 속의 미사>, <슈퍼키드 디온> 같이 아시아권 순위에는 없는 작품들이 동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표 2] 회색 음영).
한중일의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홍콩과 중남미 텔레노벨라를 많이 시청하는 브라질의 한류 소비 경험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인기 K-콘텐츠의 권역별 차이는 한류의 소비가 해외 현지의 국내외 콘텐츠 시장 구도와 콘텐츠 이용 경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K-콘텐츠는 지난 20여 년 동안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장벽을 낮추며, 다양한 지역 사람들의 일상적인 콘텐츠 경험의 하나로 정착했다. 해외 시청자를 겨냥한 보편적인 이야기의 창작, 현지 리메이크, 글로벌 협업 등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더 많은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표 2] 비아시아권 넷플릭스 주간 인기 순위 상위 10(TV 부문)
빨간색 음영: 전 세계 흥행 한국 콘텐츠
회색 음영: 미국, 한국, 아시아권 동시 흥행 콘텐츠(K-콘텐츠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