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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1

티빙-시즌 합병과
OTT 콘텐츠 전략

글. 임석봉(JTBC 미디어정책담당)

CJ ENM의 OTT 스트리밍 서비스 ‘티빙’과 KT의 ‘시즌’이 합병했다. 양사의 콘텐츠 전략을 결집해 넷플릭스에 맞서는 경쟁력을 갖춰간다는 전략이다. 이번 합병을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 측면에서 살펴본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 드라마나 콘텐츠 마니아들만 이용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가장 익숙한 것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국내 주요 OTT 서비스의 이용 지표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국내 7개 OTT 서비스의 지난 6월, 월간이용자수를 보면 약 2,751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약 5,162만 명)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집계1)되었으니 이제 콘텐츠 소비의 주력 창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국내 OTT 플랫폼 MAU(2022년 6월 기준/단위 : 만 명)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 왓챠 합계
MAU 1,118 424 402 373 168 157 109 2,751
점유율 41% 15% 15% 14% 6% 6% 4% 100%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 1: M&A를 통한 콘텐츠 확보

최근,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트렌드를 보여 왔다. 첫 번째는 M&A를 통한 콘텐츠 확보 전략이다. 지금까지도 미디어 사업자들은 대규모 M&A를 통해서 세를 불려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확보한 콘텐츠를 각기 서비스 하는 것이 아니라 OTT라는 한 바구니에서 서비스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월트디즈니 그룹이 ‘20세기 스튜디오’를 인수해서 같은 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 두었지만 ‘20세기’는 디즈니 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있었을 뿐 각각의 스튜디오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디즈니플러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디즈니 그룹이 가진 모든 콘텐츠와 함께 ‘20세기’ 스튜디오의 콘텐츠도 서비스하고, 또 이용자들에게 소비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기업의 M&A를 통한 콘텐츠 확보 전략은 과거와 다른 양상과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2022년 4월, HBO max를 서비스하던 워너미디어는 디스커버리플러스를 서비스하던 디스커버리와 합병했다. 합병 규모는 430억 달러, 최근 국내 환율로 약 56조 원에 달하는 빅 딜(Big Deal)이었다. 디스커버리는 유럽 올림픽과 PGA 골프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스포츠 콘텐츠에 강점을 보이는 회사이다. HBO max는 디스커버리를 통해 NBC 유니버셜이 서비스 하는 피콕(Peacock)과 월트디즈니 그룹이 보유한 ESPN+와의 경쟁에서 HBO의 화려한 영화·드라마 라인업과 큰 시너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도 자사의 OTT 서비스인 ‘프라임비디오’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전통의 영화·드라마 제작사인 MGM(Metro-Goldwyn-Mayer's Inc)을 85억 달러(약 11조 원)에 인수했다. MGM이라는 회사가 국내에서는 생소할지 몰라도 <007>, <록키>, <로보캅>, <양들의 침묵> 등 4,000여 편의 영화와 1만 7,000여 편의 TV 프로그램(Shows)을 확보한 유명한 제작사이다. 이러한 콘텐츠 자산이 프라임비디오에서 서비스되기 때문에 아마존은 즉각적인 인수합병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 2:
번들 패키지 제공을 통한 가입자와 콘텐츠 확대

앞서 소개한바와 같이 워너미디어(HBO max)는 디스커버리(디스커버리플러스)를 인수했다. 7,680만 가입자를 확보한 HBO max는 2,4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디스커버리플러스와 합병으로 1억 가입자를 확보2)하면서 가입자 규모와 함께 콘텐츠도 강화되어 앞으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함께 글로벌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되었다. 디즈니도 13억 인구의 인도 시장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핫스타(hotstar)를 인수해 디즈니플러스에서 번들로 서비스하고 있다.

반면 국내 OTT 업체들은 인수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번들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웨이브의 미국 서비스인 웨이브 아메리카는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 번들로 콘텐츠를 공급해 서비스 되고 있고, 티빙은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티빙의 번들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 3: 서비스 투 트랙(Two Track)

국내에서는 아직 서비스가 활발히 이루어지진 않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FAST(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 Channel)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FAST는 삼성과 LG 스마트TV를 비롯해, 플루토(Pluto) TV, Roku(로쿠)TV, 주모(Xumo) 등 광고를 기반으로 무료 OTT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이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광고가 없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와 반대편에 있는 서비스인 셈이다.

그러나 2020년 NBC유니버셜의 피콕이 하이브리드 모델(광고+저가 유료구독)을 만들어 서비스 하던 것이 확장되며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 모두 광고를 제공하는 대신 저렴한 요금제 상품을 제공해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향후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로컬(Local)지역에서 글로벌 광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OTT 사업자들은 구독 전용 서비스(월정액)와 하이브리드형 서비스(광고+저가 월정액)를 통해 매출 다변화를 모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OTT의 상황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2022년 국내 OTT 시장에서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고 하면 쿠팡플레이의 약진, 그리고 CJ ENM의 티빙과 KT 시즌의 M&A(합병)을 말할 수 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쇼핑 멤버십 ‘로켓와우’를 가입하면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인데, 월간이용자수(MAU)가 2021년 1월 52만 명에서 12월 358만 명으로 300만 명이 넘는 증가세를 보이더니, 2022년 6월에는 373만 명으로 웨이브(422만)와 티빙(402만)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멤버십 서비스 이용료인 연간 119달러(약 16만 원) 또는 월 12.99달러(약 1만 7,000원)에 비해 매우 저렴한 이용료(월 2,990원, 최근 4,990원으로 인상)가 쿠팡플레이의 성장 비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쿠팡플레이는 그동안 국내 영화·드라마·예능 콘텐츠를 꾸준히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인턴기자 주현영’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SNL 코리아>와 EPL 스포츠 중계 같은 특화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용자를 확보해 왔다. 아무리 저렴해도(또는 무료라 해도)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가입자로는 남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용하지는 않을 테니, 쿠팡플레이의 약진은 분명 콘텐츠가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웨이브에 이어 국내 OTT 서비스 2위 사업자인 티빙은 KT의 모바일 서비스인 시즌과 합병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는 CJ와 KT, 양사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국내 OTT 시장 재편을 꿈꾸는 티빙의 전략적 한 수라 봐야 할 것이다.

티빙은 2010년 6월에 출시되어 이제 13년 차에 접어든 OTT로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CJ 헬로비전이나 ENM의 사업부문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2019년 지상파 3사 연합 OTT 서비스 사업자였던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oksusu)’가 결합해 탄생된 웨이브에 대항하기 위해 CJ ENM과 JTBC 스튜디오(현 SLL)가 합작하여 법인화를 통해 지금의 티빙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최근(2022년 8월 3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주)케이티시즌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티빙은 2020년 법인화 이후 3단계의 콘텐츠 전략을 펼쳐왔다. 1단계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 독점 콘텐츠 확보의 단계이다. 그동안 지상파 콘텐츠 부재와 콘텐츠 차별화 부족이 지속적인 단점으로 지적됐던 티빙은 법인화를 위해 JTBC와 지분을 섞는 협력 관계를 통해 JTBC와 JTBC골프, JTBC스포츠 등 JTBC 계열 콘텐츠와 tvN, Mnet, OCN 등 CJ ENM의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2단계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확보 단계로, 2021년부터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 <백종원의 사계>, <환승연애>, <골신강림>, <서울체크인>, <전체관람가+: 숏버스터>, <마녀사냥 2022>와 tvN 인기 예능의 스핀오프(Spin Off) 프로그램인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등을 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 보다 제작비 부담이 큰 드라마의 경우 티빙으로 먼저 편성한 후에 인기 있는 드라마는 CJ ENM 채널에 후속 편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술꾼도시여자들>, <내과 박원장>, <돼지의 왕>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술꾼도시여자들>은 이 드라마를 보기위해 티빙에 가입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티빙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드라마로, 2021년 하반기에 이어 2022년 상반기에도 티빙에서 시청량이 가장 많은 드라마로 선정되며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이렇게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유료 구독자 수와 MAU를 높여가고 있다.

3단계는 콘텐츠와 가입자 증대를 목표로 M&A 또는 전략적 협력하는 단계로, 앞서 소개한 ‘OTT 콘텐츠 전략 트렌드’와 부합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티빙은 국내 사업자 네이버와 해외 사업자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협력하며, 가입자 확대(네이버 멤버십 결합)와 콘텐츠 확대(Two Streaming Service in One OTT)를 통해 국내 1위 OTT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스타트랙>의 CBS 올엑서스(all access)의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로 <Star Trek : Discovery>와 최강 미드라고 꼽히는 <CSI>, <NCIS>, 미국 성인 애니메이션 <South Park>과 유아용 애니메이션<스폰지밥> 등 미국 CBS의 굵직한 방송 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 뿐만 아니라 파라마운트픽처스가 보유한 <대부>, <포레스트검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탑건>, <미션 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등 풍부한 영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티빙의 콘텐츠 양 증가와 다양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KT의 OTT 서비스인 시즌의 인수가 티빙의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평가하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 차이는 50만 명 미만이고, MAU는 티빙(402만)과 시즌(157만)의 합이 559만 명으로 웨이브(424만)보다 많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티빙이 시즌 인수를 마무리하고 시즌의 콘텐츠가 티빙을 통해 서비스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국내 OTT 시장을 변화시킬 변수는 무엇인가?

국내외 OTT 성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속에서 더 이상은 집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게 일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서 생존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OTT 사업자에게는 이중의 어려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서 결국엔 콘텐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디즈니플러스를 보면 더더욱 이런 확신이 든다. 디즈니플러스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PIXAR, 마블스튜디오, 루카스필름, 20세기 스튜디오 등 월트디즈니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콘텐츠로 해외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국 콘텐츠 부재로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왓챠의 고전도 왓챠만의 특화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야심찬 티빙의 1위 탈환 계획도, 웨이브의 1위 수성 의지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달려있다. 특히 티빙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티빙은 기존의 CJ ENM과 SLL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KT스튜디오지니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올해 최고의 히트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같은 킬러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확보해 서비스해야 한다. 과거 SK텔레콤 가입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돼왔던 옥수수와 같이, 시즌 또한 KT 통신 가입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OTT 서비스인 점을 감안하면 웨이브의 정체 현상처럼 드라마틱한 가입자 증가나 이용자 증가가 없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콘텐츠’이다.

  • 필자 소개_ 임석봉

    JTBC에서 방송과 미디어 정책, 방송심의와 시청자(Audience)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22년간 방송과 미디어 업계에 몸담으면서 채널 비즈니스와 전략·마케팅, 방송과 OTT 규제 정책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콘텐츠 소비의 헤비 유저로 콘텐츠 분석과 미디어 산업 현상에 늘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2020년 『넥스트 넷플릭스(NEXT NETFLIX)』(한스미디어)의 저자로 청소년·대학생 등 학생·청년들과 다양한 특강으로 소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