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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wave 1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향해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 인터뷰

글. 차예지(편집실)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OTT 서비스가 많아지며 콘텐츠 선택의 기회도 늘었지만 좋은 콘텐츠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차고 넘치는 콘텐츠 속에서 자기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키노라이츠’는 평점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를 선별하고 이용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키노라이츠의 양준영 대표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콘텐츠를 가이드하다

콘텐츠의 수가 많아질수록 어떤 것을 고를지에 대한 고민도 늘어난다. 오죽하면 넷플릭스가 콘텐츠 랜덤 재생 기능을 도입했을까 싶기도 하다. 키노라이츠의 콘텐츠 추천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 양준영

  • 키노라이츠는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예능이 생길 때 바로 검색하면 어디서 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과, 구독하는 OTT 서비스들을 설정했을 때 오늘 내가 어떤 걸 봐야 딱 최적일지를 알려주는 추천과 탐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여러 사람이 콘텐츠를 평가해야지만 추천 상위에 오르게 되는데, 취향에 따라 아무도 평가하지 않은 콘텐츠를 추천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자동화 추천 방식에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공신력을 가진 평점을 만드는 걸 우선했고 그 평점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나아가서는 거기에 약간의 알고리즘이 가미된, 평점 기반 추천과 트렌드 기반의 추천 이렇게 두 가지 시스템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공신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개가 있다. 평가를 내린 사람의 수, 평가자의 전문성, 콘텐츠의 수상 내역이나 화제도 등. 콘텐츠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내가 추천받는 이 콘텐츠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내게 추천됐는지 궁금해진다.

  • 양준영

  • 매니악한 평론가도 있고 일반 대중들의 평가 기준도 있는데, 딱 그 가운데 어딘가를 잡아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정도 기준에 맞추려면 저와 비슷한 콘텐츠 덕후들을 좀 모아보자라는 마음으로 타깃팅해서 인증회원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주변에 저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게 먼저였고요. 포털에서 영화 리뷰들을 검색해서 밤새가며 읽고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쪽지, 메일, 댓글 등으로 무작정 연락했죠. 우리 같은 콘텐츠 덕후 말고 회사 생활하다가 시간을 잠깐 내서 뭐 하나 딱 보고 싶을 때 실패하기 싫은 분들에게 우리가 어떤 가이드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마음을 계속 표현했어요.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저희의 취지에 공감하고 화답을 해 주셔서 인증회원분들이 한 분 두 분 모이게 되었고 서비스가 조금 인지도를 갖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인증회원 신청을 받아서 저희가 심사 후에 승급해 주는 그런 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덕후가 만든 플랫폼인 만큼, 이용자의 덕후화(化)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유저들을 키노라이츠의 ‘단골’로 만들고, 앱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 양준영

  • 지금까지는 OTT 통합검색이라는 좁고 명확한 유틸리티의 특정 기능을 사용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사용자분들이 더 자주 들어오고,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앱 내에 넣을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이 콘텐츠는 흔히 OTT들이 얘기하는 방식의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를 가이드하는 서비스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의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메타 DB1)가 될 수도 있고, 아티클 또는 영상이 될 수도 있고요. 나아가서는 회사가 유저에게 제공하는 일방향 콘텐츠가 아닌 한 유저가 다른 유저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로도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콘텐츠로 연결되는 세상

콘텐츠 덕후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여러 갈래가 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콘텐츠 가이드 서비스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 양준영

  • 제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영화만 보러 다니다 보니까 20대 때 한 3,000 편 정도의 영화를 보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에 있는 웬만한 영화들은 개봉하면 다 봐서 이제 볼게 없어지던 때가 온 거죠. 자연스럽게 해외에 있는 서비스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그때 공신력 있는 평점을 만들어서 콘텐츠를 고를 때 실패하지 않게 해주는 해외 서비스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이 서비스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가져와서 한글로 만들어 편하게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에 ‘평점 서비스’라는 것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만들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생각해 봤는데 취업도 뾰족해보이지 않았고, 이미 있는 콘텐츠 회사에 제안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전형적인 답변밖에 오지 않더라고요. 유일한 방법이 창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 서비스로 인해서 좀 더 콘텐츠를 잘 발견하고 좋은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일단 만들게 됐고, 사실 사업 모델이니 돈은 어떻게 벌지 하는 부분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용자들로 하여금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키노라이츠의 지향점이라면, 그 목표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이뤄내야 할 단계적 성취나 사업의 확장도 필요할 것 같다. 어떤 방식을 통해 그 길로 가고 있을까?

  • 양준영

  • 우선은 ‘첫째도 서비스고 둘째도 서비스고 셋째도 서비스’라고 저희들끼리는 얘기를 하는데요. 본질인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저희 일의 90%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 영화관(상상마당 시네마) 운영을 맡고 있고,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같은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감상을 상품 구매에 비유한다면, 콘텐츠는 장바구니에 담아 모아서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영상을 틀어서 봐야만 알잖아요. 그래서 이 콘텐츠가 뭔지 알게끔 하고 보고 싶게 만드는 ‘가이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키노라이츠 매거진을 만들게 됐고요. 우리 앱 이용자의 주 연령대가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기존의 딱딱한 문체에서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저희의 미션이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결한다'는 것이거든요. 저희가 하고 있는 여러 일들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어요. 연결의 측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오프라인 활동이라는 생각에 극장도 운영해보고, 또 그곳에서 사용자들이 교류하는 세상까지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게 됐어요. 그 외에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 또한 서비스 본질과 연결돼 있어서, 저희 서비스에 탑재하기 위한 콘텐츠들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성장의 과정에서 수익모델도 중요한 부분인데요. 두 가지 수익모델 중 하나는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광고 모델이에요. 신작 콘텐츠가 나왔을 때 배너나 기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수익 모델이에요. 앞으로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쓰고, 오래 쓰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추가로 비즈니스 모델들을 확장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 플랫폼 비즈니스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콘텐츠로 사람들이 이어지는 세상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 사람들이 콘텐츠를 선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일까?

  • 양준영

  • 콘텐츠가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극장 등에서 새로 공개되는 콘텐츠를 보고 그 이후 VOD를 통해서 기존의 콘텐츠를 재감상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고요.

    하루에도 수십 수백 편의 신작 콘텐츠가 쏟아지는 데 비해 이용자들은 시간이 없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면서 편하게 뭐 볼지를 그냥 알고 싶은데, 앞서 말했듯 콘텐츠라는 것은 반드시 시간을 내서 재생해봐야만 그게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으니 선택의 어려움이 더 높아진 시대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이럴 때일수록 콘텐츠를 잘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정보, 점수, 이걸 왜 봐야 되는지에 대한 당위를 주는 가이드 콘텐츠 등 다양한 기준을 고를 수 있는 ‘운동장’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나아가서는, 사용자분들이 사용자분들에게 서로 좋은 콘텐츠를 연결해 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요. 그 세상에 저희가 기여할 수 있으면 그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