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핫한 영상 플랫폼은 무엇일까요?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티빙 등 여러 플랫폼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질문을 바꿔보죠. 여러분이 평소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영상 플랫폼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유튜브’라고 답하실 겁니다. 유튜브의 시작은 다양한 사용자가 가볍게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기업이 진출했고 지상파 방송국들도 자신들만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형 채널들이 늘어나면서 유튜브 내 콘텐츠의 퀄리티와 주제도 다양해졌습니다. 여기서는 이변화의 선두에 있는 대표적인 시리즈 콘텐츠의 발전과 그들의 미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거대한 트래픽이 발생하자 해외 유튜브 채널 등을 참고로 삼은 여러 채널들이 개설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 생긴 ‘딩고’가 그 대표주자였습니다.
유튜브 ‘딩고’ 채널
출처 : 딩고 유튜브딩고는 미국의 대표적인 뉴미디어 브랜드인 ‘버즈피드’와 유사한 구성을 통해 모바일 방송국이라는 브랜드 비전을 가지고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물론, 딩고가 탄생되기 이전에도 여러 채널들이 존재해왔지만 제대로 버티컬 채널1)들을 운영해왔던 사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딩고도 버즈피드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딩고의 본격적인 유튜브 채널 데뷔는 <대세는 백합>이라는 웹 드라마 형태였거든요. 이전에도 딩고에서는 ‘스낵비디오’라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짧은 예능과 드라마 시리즈들을 제작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시리즈화된 드라마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건 <대세는 백합>이 처음이었습니다.
초창기, 유튜브 시리즈 콘텐츠의 목표는 심플하게 ‘조회 수’였습니다. 물론 폭발적인 조회 수가 보여주는 ‘대중의 관심’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가 생소했기에 그만큼 규모 있는 브랜드나 채널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조회 수나 채널의 구독자 수가 10만 명만 넘더라도 엄청난 수치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큰 관심을 얻은 채널들에 자연스럽게 광고 문의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미디어 매체의 메인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이고, 광고 상품의 힘을 트래픽 즉, 영상의 조회 수로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 당시 디지털 광고들은 단순히 브랜드의 광고 영상을 대신 틀어주거나 홍보물을 올려주는 등 단순한 형태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만약 지금 그런 방식으로 광고를 한다면 스팸 계정 취급당하거나 구독자 수나 팔로워가 급감하겠지만 당시는 해당 행위 자체가 굉장히 생소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광고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 시기와 맞물려 딩고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시리즈물이 탄생하는데 그 콘텐츠가 바로 <수고했어, 오늘도>와 <이슬라이브>입니다. 연예인이 자신의 팬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한다는 콘셉트의 <수고했어, 오늘도>와,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여 술을 마시고 노래하는 콘텐츠인 <이슬라이브>의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했고 각 콘텐츠의 메인 스폰서였던 참이슬과 알바천국은 엄청난 브랜드 노출을 일으킵니다. 그 시기에도 유튜브 채널들이 다양한 광고 콘텐츠 등을 제작하고 있었고, 단건으로 진행되는 브랜디드 콘텐츠 혹은 기획 PPL 등도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한 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가 스폰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딩고가 처음이었습니다. 이처럼 당시엔 생소한 형태의 광고 콘텐츠에 주목해 많은 기사가 나오기도 했죠.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이하 <연플리>)>에선 ‘특별편’이라는 이름의 브랜디드 콘텐츠가 탄생합니다. <연플리> 시즌 1에선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의 모회사인 스노우의 광고를 특별편으로 제작했는데, 꽤 유의미한 조회 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존 시리즈물 스토리의 연장선에서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한 상품이죠.
시리즈 콘텐츠 내에, 스폰서 형태로 참여한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를 녹이는 PPL 영역에 대한 부분도 고도화됐습니다. 심지어 그 부분만 영상 내에서 잘라서 또 다른 광고 소재로 사용하거나 연계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여러 광고 상품들이 개발되기에 이릅니다.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 시즌 1 특별편에 삽입된 스노우 광고
출처 : 플레이리스트 오리지널 유튜브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TV 시장의 광고 형태가 유튜브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구현되면서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죠. 이를 감지한 유튜브 채널 브랜드들은 여러 수익화 방안들을 고민하고 실행하기에 이릅니다. 대표적인 방안이 ‘OTT 서비스 콘텐츠 선제작 및 납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롱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OTT 서비스에서 숏폼에 가까운 유튜브 콘텐츠들이 특색을 보여주거나 주목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외에 수익화 방안들로는 시리즈물의 흥행을 통해 음원을 제작하여 홍보하는 딩고의 <GRBOYZ>, <다모임>이나 <비대면데이트> 출연진 IP를 활용한 굿즈 판매를 진행한 ‘피식대학’, TV 편성을 고려하여 TV 광고 매출을 기대한 <신서유기>나 <주x말의영화> 등 시리즈 콘텐츠들의 다양한 수익화 방안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다모임> 멤버들이 발매한 음원 ‘아마두’
출처 : 유튜브 dingo freestyle 채널앞으로 유튜브 시리즈 콘텐츠의 미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2가지로 나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 광고 상품을 강화하고 이 위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입니다. 기본적으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본질은 영상 트래픽을 만들어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노골적으로 시청시간이라는 지표를 중요시 여기며 그 지표가 좋은 채널들에 알고리즘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설계해오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꾸준한 트래픽을 내는 콘텐츠들이 광고 수익을 보장하기 마련이니, 사업자들이 이를 선호할 것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시청자들의 피로도나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광고 상품들이 고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튜브 속 브랜디드 콘텐츠 등을 패키지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패키지화의 첫걸음은 먼저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 영상 소스를 활용하여 유튜브 내에서 영상 시청 전에 봐야 하는 5~30초짜리 영상 광고 소재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고에 포함된 콜 투 액션2)을 통해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혹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 전체를 상품화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1개 상품이 아닌 최소 2~3개 상품을 한 번에 집행할 수 있겠네요.
또한,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과는 다르게 유튜브는 모바일에 강점이 있는 플랫폼이기에 아웃링크나 다양한 애드테크 툴을 통해 직접 상품을 팔거나, 라이브 커머스와 연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유튜브형 시리즈 콘텐츠를 OTT 플랫폼에 선판매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가짜사나이 2>는 카카오TV에 선공개 형태로 판매되었고, <좋좋소>는 왓챠에 동시 공개되었죠.
왓챠에 서비스 중인 유튜브 콘텐츠 <좋좋소>
출처 : 왓챠다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트래픽을 끌어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유튜브나 왓챠, 카카오TV가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공통점이 있다고 하지만 유튜브와 기타 OTT는 엄연히 다른 플랫폼이고 시청자도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콘텐츠에 강점이 있더라도 섬세한 콘텐츠 유통전략을 구상하지 않는다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유튜브 시리즈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콘텐츠의 길이도 길어졌는데요. 그만큼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겠죠. 지금은 TV 시장이 타 콘텐츠 및 서비스에 잠식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롱폼 콘텐츠는 OTT가, 숏폼 콘텐츠는 유튜브가 담당하고 있죠. 하지만 너무 길이가 짧은 숏폼 콘텐츠는 광고주가 원하는 수준의 마케팅 포인트를 넣거나 콘텐츠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가 어렵습니다. 광고 상품인 동시에 콘텐츠로서 고도화되기 위하여 유튜브의 콘텐츠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예능, 드라마들과 유사해지고 있지만 그들만의 포지션을 만들어가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들. 과연 그들의 미래는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