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한 문화예술’
오대우 대표 인터뷰
많은 이들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희망한다. 하지만 콘텐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두가 보는 화제성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그 일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은 다른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널 위한 문화예술(이하 널위문)’은 그래서 더 의미 깊다. 널위문은 예술을 더 쉽고 친절하게 전달하자는 동기에서 출발한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20~30대 문화예술 애호가는 물론이고, 문화 예술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진 초심자까지 두루 팬으로 확보하고 있다. 널위문은 “그게 돼?”라는 모두의 물음에 “이게 돼!”라고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합쳐 약 40만 명의 팔로워가 그 증명이다.
궁금했다. 널위문은 왜 시작됐고,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꿈꾸는지 말이다. 이 인터뷰는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오대우
창업 직전인 2017년에 아르바이트를 2개 하고 있었어요. 하나는 SBS의 디지털뉴스 랩 ‘스브스뉴스’ 인턴이었고, 하나는 콘서트홀 아르바이트였죠. 원래 제 장래희망이 시사PD라서 스브스뉴스에서 인턴을 했는데, 거기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방송국들도 모바일을 잡고 싶어 안달이다'라는 거요. 콘서트홀 아르바이트에서는 예술 콘텐츠에 대해서 깨달았어요. 콘서트홀 사무실에 여러 미술 잡지가 있는데, 제가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거기엔 손이 안 가는 거예요. 개념어 위주인데다, 제가 모르는 아티스트의 이야기가 많고, 독자가 좋아하는 것보다 쓰는 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위주의 칼럼이 많았거든요. 그때 알게 됐죠. 예술 분야 콘텐츠 시장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디고, 제가 이걸 잘 할 수 있겠다는 걸요. 다만, 이걸 계속 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하니까 개인이 아닌 ‘사업’으로 해야겠다 싶었고요.
널위문은 문화 예술 분야의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보는 굴림체에 숨겨진 비밀과 색깔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었다. 하지만 초창기는 달랐다.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했던 콘텐츠에서 지금 형태로 진화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오대우
우선 콘텐츠 형태가 바뀐 이유는 목표가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사업 초기에는 조회 수를 만들고, 콘텐츠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어요. 사람들에게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퍼질 수 있을지 알고 싶었거든요.
사업 초창기에 팀이 완전 와해될 위기가 있었어요. 문자 그대로 망할 뻔 했는데, 투자 받고 불과 3~4개월 후여서 더 충격이 컸죠. 그때 깨달은 부분이 ‘조회 수가 돈 벌어다 주지 않는다’였습니다. 성장에 있어 조회 수보다 도움이 되는 지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한 달 동안 발행을 중지하고 토론을 했어요.
저희의 결론은 ‘시청 지속 시간’과 ‘시청 이후 행동’이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구독자가 단순히 이 영상을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보는지, 보고 나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조회 수가 낮더라도, 시청 지속 시간이 길게 나오는 콘텐츠를 더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불어 저희 콘텐츠에 소개된 전시회의 포털 검색 추이 등을 보면서 행동으로 이어졌는가 판단하기도 해요. 콘텐츠 자체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목표에 맞게 제작했기에 그 형태도 바뀌었어요.
흔히 콘텐츠 스타트업은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에 멤버가 모이는 경우가 흔하다. 즉, 창업자와 초기 멤버의 의지가 콘텐츠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만약, 시청자에게만 맞춰 간다면 초기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떨어지지 않을까 궁금했다.
오대우
창업 초창기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러다가 콘텐츠로 시장의 평가를 받기도 하고, 망할 고비를 넘기면서 깨달았죠. 우리는 예술을 소재로 할지언정, 예술을 하면 안 된다고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저희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를 기획할 때 계속 ‘이 주제를 사람들이 필요로 할까?’, ‘이 스토리텔링 방식을 우리 시청자가 좋아할까?’ 등을 고민해요.
미디어가 콘텐츠로 전달하려는 것은 브랜드일 수도 있고, 메시지일 수도 있어요. 결국은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비즈니스의 본질일 수도 있어요. 구독자와의 신뢰 관계를 쌓는 것 말이죠. 콘텐츠의 텍스트, 디자인 하나 하나보다 이를 둘러싼 메시지, 커뮤니티, 네트워킹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이걸 우리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덜 힘들더라고요.
구독자 분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이전 콘텐츠에서 발견된 시사점들을 다음 콘텐츠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죠. 저희 구성원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보다 구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합의하고 그걸 공동의 목표로 하고 있어요.
유튜브 '널 위한 문화예술' 채널
IT 기반 기술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지표를 바탕으로 개선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콘텐츠는 그런 일이 쉽지 않다. 지표만으로 분석되지 않는 수많은 행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신선했다. 과연 널위문은 어떻게 자사의 콘텐츠를 개선해 나갔을까 궁금했다.
오대우
저희가 예전에 ‘팬톤(PANTONE)’이라는 기업을 다루는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팬톤이 선정하는 올해의 컬러가 주목받던 시기에 나왔는데, 조회 수가 상당히 높았어요. 그래서 이 콘텐츠가 왜 성공했는지 내부에서 분석을 한 번 해봤죠.
기업 정신, 색깔 등 관련된 키워드를 뽑아내고 이 분류에 따라 각기 다른 콘텐츠를 기획해봤어요. 이 과정에서 ‘당신이 몰랐던 파란색의 비밀’, ‘당신이 몰랐던 초록색의 비밀’ 등 <컬러의 비밀> 시리즈가 나왔고 이게 메가 히트를 쳤죠. 조회 수와 시청 시간 모두가 좋았어요. 하나의 콘텐츠에서 관련 키워드를 분석하고, 그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음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이렇게 중요하구나를 깨달았어요. 결국은 기존 콘텐츠에서 추론할 수 있는 구독자의 니즈를 다음 콘텐츠에 반영해보면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거였죠.
우리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 주제를 SNS 등에서 검색해보고 이게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인지 알아보고자 했죠. ‘어떤 주제를 다루고자 하면 관련 해시태그가 500개 이상은 나와야 한다’ 등 나름의 기준이 생겼어요. 이걸 적용해보니까 콘텐츠 타율이 높아지는 거예요. 구독자의 니즈를 탐색하고 콘텐츠를 만드니까 전반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아졌어요.
널위문의 <컬러의 비밀> 시리즈
그렇다면 널위문의 조직과 비즈니스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오대우
예전엔 구성부터 제작까지 모두 혼자서 하실 수 있는 분들을 모셨어요. 진행은 효율적으로 됐지만 조직 차원에서 보면 그분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구조더라고요. 저희 콘텐츠라는 제품 위주로 사고를 해봤고 결론은 ‘템플릿’이었어요. 일종의 거푸집이죠. 거푸집을 기획하고, 브랜딩하고, 지속 생산이 가능하게끔 운영하는 분들 위주로 내부 조직을 운영했어요. 외부에 계신 분들과 함께 이 거푸집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각 시리즈의 브랜딩이 명확해지면, 내부에서 각 시리즈 PM(Project Manager) 구조로 운영 및 관리가 되는 형태를 희망합니다.
비즈니스는 IP 비즈니스가 50%, 광고 사업이 40%가량이에요. IP 비즈니스는 콘텐츠 구매나 협업 형태예요. 최근 문화예술 교육 분야가 드라마틱하게 발전했어요. 예술 교육과 예술 교양을 전파하시는 곳에서 저희 콘텐츠를 구매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e러닝 플랫폼도 있고요. 광고 사업은 전시, 책, 문화예술 관련 경험을 큐레이션하는 저희 콘텐츠를 하나의 광고 상품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예요. 20~30대 분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브랜드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0%는 부가적인 것들인데, ‘애프터뮤지엄’, ‘오프더레코드’ 등의 오프라인 커뮤니티 운영이나 커머스 등이고 최근에는 작품 판매 비즈니스 실험도 고민하고 있어요.
영상 콘텐츠에 집중하던 널위문은 최근 책 『널 위한 문화예술』을 발간했다. 영상에서 텍스트로 나아가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오대우
예술은 독특한 게, 작품 자체는 불친절해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예술 산업은 더욱 친절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어요. 예를 들어 전시를 가면 서문이 있고, 오디오 도슨트도 있고, 디지털 사이니지도 있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 서비스 안의 콘텐츠는 불친절해요. 전시 서문에 있는 문장을 키워드별로 쪼개서 읽어보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들이 예술가의 화법에 익숙하시다보니, 독자 입장을 고려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저희는 예술과 관련된 콘텐츠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만들어서 전달하면 예술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이 생길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어요. 책을 만든 것도 이 연장선상이죠. 예술과 관련된 책들 중에서 가장 쉽고 친절하게 만들자는 것을 목표로 발간했어요. 좋은 지표를 보이고 있어서 저희한테 큰 성과죠(현재 책 『널 위한 문화예술』은 발간 2주 만에 3쇄에 들어갔다).
지금은 영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나중엔 오디오도 할 수 있고, 전시 서문도 바꿔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저희가 혁신할 수 있는 예술 이야기 산업 속 지점들은 무궁무진하거든요. 출판은 바꿔갈 많은 지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콘텐츠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다는 후배가 생긴다면, 무슨 조언을 해줄지 궁금했다.
오대우
콘텐츠 스타트업에 중요한 것은 무던함과 민감함 그리고 탁월함이에요. 사실 창업 초반엔 많이 힘들었어요. 가끔 눈물이 날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계속 꾸준하게 해왔어요. 울 땐 울더라도 계속 콘텐츠를 만들거나 무언가 일을 해왔죠. 그랬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민감함이라는 건, 무던하게 꾸준히 하되 트렌드에는 민감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리고 탁월해야 해요.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탁월한 면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해요. 기획력, 제작력, 혹은 타깃에 대한 이해도, 친절함 등 나만의 탁월함이 있어야 차별화가 될 수 있어요.
무던하고 탁월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온 널위문. 그들의 꿈은 무엇일까.
오대우
‘예술’하면 널 위한 문화예술이 떠오르게끔 만들 거예요. 그리고 10년 뒤, 20년 뒤에 우리나라에 백남준 같은 예술가가 또 탄생하면 그분이 인터뷰에서 ‘어릴 때 어떻게 예술을 시작했냐’라고 질문 받을 때 ‘널 위한 문화예술’ 보고 꿈을 꾸었다고 얘기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미디어로서 계속 존재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