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과 암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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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콘텐츠의 범람은 삶의 피로를 가중한다. 사회 전반의 경쟁이 격화되고 노동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여가와 웰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우리는 휴식 기간에도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가벼운 콘텐츠의 선호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 없이 플랫폼이 추천해주는 콘텐츠를 몰아보고, 정주행하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 여가 활용의 일상적인 패턴이 되고 있다.
콘텐츠는 다양해지는데, 선택과 활용 방법은 획일화되는 것이다. 일상의 생산적 활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무비판적 콘텐츠 시청과 댓글 달기, '좋아요' 누르기, 멘션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소수의 크리에이터를 제외하면 디지털 플랫폼 활용은 플랫폼에 개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무급 노동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고도화는 자칫 사용자의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사용자들이 자신의 취향과 편견에 근거한 좁은 세계에 머무르게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와 극렬 팬덤 문화의 범람은 이러한 콘텐츠의 소비 성향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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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은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기업의 전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처지이다. 말하자면 정보 불균형 상태다. 넷플릭스는 태거(tagger)라는 콘텐츠 분석 전문가를 통해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고 있는데, 이들은 새로 유입되는 콘텐츠를 분석하여 메타데이터를 생성하고 분류체제를 고도화한다. 이러한 시스템엔 소비자의 취향을 세분화하고 데이터화하여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수의 태거들이 분류한 알고리즘에 갇혀 이용자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위험성 또한 병존한다.
유튜브 역시 개인의 취향 데이터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추천을 제공하여 한번 접속하면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게끔 유도한다. 이처럼 콘텐츠 거대기업은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을 자신의 플랫폼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한다. 이러한 기술 과잉의 시대에 미디어와 콘텐츠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소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과 기술적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