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4 2022 Summer

    가상인간, 현실로 로그온

PEOPLE 2

무신사 서은희 마케팅 본부장 유아인은 나야,
둘이 될 순 없어

편집실  사진 이형달

지난 6월 10일,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버츄얼 휴먼 ‘무아인’을 공개했다. 무아인은 ‘인간 무신사’로 불리는 배우 유아인의 얼굴을 그대로 본떠 등장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무신사의 마케팅 본부에서 무아인 프로젝트를 이끈 서은희 본부장을 만나 버츄얼 휴먼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people2_1 © 이형달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작

안녕하세요, 서은희 본부장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신사 마케팅 본부를 리드하고 있는 서은희라고 합니다. 무신사에서 근무한 지는 지금 2년 반 정도 되어가고 있어요. 2020년 4월 1일에 입사했거든요.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무신사에 왔죠.(웃음)

‘무아인 프로젝트’를 위해 따로 신설된 팀이 있나요?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무아인 프로젝트만 맡아서 진행하는 팀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고, 마케팅 본부 전체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어요. 제작의 경우 시각특수효과 전문업체 NAU와 협업하고 있고, 저희는 기획과 더불어 매니지먼트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무아인이 등장하는 TV 광고가 처음 공개됐는데요. 회사 내 반응이나 아니면 주변 분들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역시 새롭다”는 얘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무신사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 버츄얼 휴먼 자체가 새로워서인 것도 같네요.

  • people2_5 © 이형달

무아인을 공개하고 난 이후, 개인적인 심정은 어떠셨나요?

사실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어요. 무섭다거나 이상하다거나 하는 반응도 우려가 됐고요. 그런데도 무아인이 처음 공개됐을 땐, 또 근거 있는 자부심이 차오르더라고요. 지금도 물론 호불호는 나뉘는 것 같긴 하지만요.

무아인을 만나기까지

  • people2_7 © 무신사

버츄얼 휴먼을 제작하게 된 계기와 시작이 궁금한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일까요?

꽤 오래 준비한 프로젝트였어요. 작년에 한유아, 로지 같은 버츄얼 휴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전부터 내부에서 버추얼 휴먼에 대해 ‘무신사스럽게 접근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무신사 스토어는 키즈, 골프, 부티크(럭셔리), 플레이어(스포츠) 등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면 각 전문관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선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것이 바로 무아인 탄생의 시작이군요. 그렇다면 왜 하필 배우 유아인 씨를 본뜬 ‘무아인’이었을까요?

버츄얼 휴먼은 머신러닝을 통해 가장 희망하는 형태로 제작되는데요. 가장 무신사스럽다면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하다 유아인 님이라는 생각을 했죠. 결국 유아인 님이 가장 무신사스럽기 때문이었어요. 그렇다면 남들이 하지 않았던, 실존 인물을 가상 버전으로 만들어 보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며 시작하게 됐죠.

그렇다면 브랜드 뮤즈로 ‘인간 무신사’ 유아인 씨가 아닌, 무아인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무신사는 초기에 스트릿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젠 7,000개에 달하는 브랜드가 입점한 만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패션의 모든 것을 선보이자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죠. 앞서 언급했던 6개의 전문관도 그 목표와 맞닿아 있고요. ‘가상 인간’만이 가능한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잘 활용을 하고 있네요.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특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저희 광고에 등장하는 ‘키즈 무아인’이 그 예에요. 어린이도 될 수 있고, 시니어도 될 수 있죠. 그리고 우주에도 화성에도, 바다에도 무아인은 갈 수 있어요. 아,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니어 버전의 무아인도 등장할 수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고요.

  • people2_3 © 무신사
  • people2_4

유아인 씨로서는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보는 기분이겠어요. 기대되네요. 처음 유아인 씨 반응은 어땠나요? 워낙 도전을 주저하지 않으시니, 재밌어하셨을 것도 같아요.

맞아요. 새로운 시도에 놀라셨고, 재미있어하셨죠. 사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워하셨어요. 덕분에 꽤 오랜 시간 설득을 거쳤고, 그 이후엔 정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셨어요. 실제로 무아인이 나오고 인터뷰를 한 적 있었거든요? ‘무아인에게 한마디 해 주시죠,’ 했더니 “아인이는 하나야. 둘이 될 수는 없어!” 이러시더라고요. (웃음)

유아인 씨가 제작에 어떻게 참여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중간중간 계속 컨펌을 거쳤어요. 키즈 무아인은 실제 유아인 씨가 주신 어린 시절 사진을 참고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닮게 만드는 게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감사하죠.

아무래도 실존하는 인물,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이라서 ‘유사성’ 측면의 고민이 많으셨을 거 같은데, 어떠셨나요?

정말 힘들었어요. TV 광고 라이브 시작 직전까지도 완성도를 더하기 위해 수정했어요. 제작하며 알게 된 건데 버츄얼 휴먼과 사람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눈’과 ‘입’이래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눈동자와 입술의 미세한 떨림이 ‘사람’으로 느껴지는 결정적 요인인 거죠. 그리고 그걸 구현하기 위해 제작팀과 함께 오래 노력했어요. 머리카락도 섬세하게 작업했고요.

  • people2_2 © 무신사

다른 버츄얼 휴먼 제작에서 갖는 차이가 있다면요?

버츄얼 휴먼은 보통 ‘페이스 스왑’으로 모델의 얼굴만 3D로 표현해내는 방식으로 제작한다고 해요. 몸은 모델의 몸을 그대로 쓰고, 얼굴만요. 그런데 무아인은 얼굴과 몸 전체를 모두 3D로 구현했어요. 그래서 걷고, 움직이는 것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어요.

제작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면서, ‘버츄얼 휴먼’의 세계에서 놀랐던 점이 있다면 뭘까요?

기술의 고도화에 가장 놀랐죠. 저희가 3D 촬영이라고 하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3D 스캐닝 카메라로 옆으로, 위로 한 번씩 돌리니까 끝이었어요. 물론 그 이후 작업이 어렵지만, 다른 기술들 자체도 고도화된 걸 많이 느꼈어요.

그렇다면 좀 더 폭넓게, 패션산업 내에서 기술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네, 패션 자체가 트렌드와 워낙 밀접하잖아요. 버츄얼 패션 아이템을 입고, 가상 런웨이를 하거나 오디션을 하는 등 가상의 무언가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무아인 프로젝트, Part 2

무신사가 또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공개를 앞둔 ‘버츄얼 쇼룸’은 어떤 프로젝트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무아인의 탄생이 프로젝트의 첫 장이었다면, 두 번째 장이 바로 ‘버츄얼 쇼룸’이예요.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6개의 전문관과 그 안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이 버츄얼 리얼리티 룸으로 구현되는 거죠. 실제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들을 버츄얼 쇼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people2_5 무신사 버츄얼 쇼룸 © 무신사

버츄얼 쇼룸을 구성하면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상징성인 것 같아요. 전문관이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등의 실물 공간에 구현된 적이 없거든요. 가상이지만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라 그 부분에 신경을 썼어요. 무아인이 나와서 “안녕하세요“ 말을 걸기도 하고요.(웃음)

버츄얼 쇼룸을 넘어 무아인과 함께할 무신사의 장기적인 계획이 있을까요?

무아인과 함께 입점 브랜드의 룩북 촬영을 기획하고 있어요. 키즈와 청년, 시니어까지 멀티 페르소나인 무아인이 입점 브랜드의 옷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으니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그럼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최종 지향점은 뭘까요?

지금은 저희 입점 브랜드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문화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패션과 문화를 아우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되었으면 해요. 모두가 함께 즐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객과 무신사와 무신사 입점 브랜드 모두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