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로서의 버츄얼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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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답, 혹은 힌트를 얻기 위해서는 버츄얼 휴먼이 미디어 콘텐츠, 즉 ‘가상’의 캐릭터인지 아니면 ‘휴먼’에 더 힘이 실린 셀러브리티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무엇’을 팬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팬덤은 서로 다른 경험과 팬 활동 방식, 특수한 맥락 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 로지 <바다 가자> 앨범 커버 ©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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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버츄얼 휴먼인 로지(ROZY)는 2022년 6월에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바다 가자>를 발매했다. 이후 로지는 인스타그램에서도 신곡 발매 소식을 알렸는데, “노래가 좋다”는 대중의 반응에 직접 “사이버 휴먼이니까”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로지 스스로가 캐릭터 형태로 존재하는 ‘가상’의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을 숨김없이 혹은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츄얼 휴먼인 로지 자체도, 이를 소비하는 수용자도 모두 로지의 존재가 ‘가상’이라는 것을 인지한다는 점에서 로지는 일종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상의 캐릭터로만 존재하기에 로지는 SNS를 통해 대중과 충분히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하나의 캐릭터로만 한정되기엔 특정 콘텐츠 세계 밖에서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고, 여러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스타’를 팬 대상으로 하는 셀러브리티 팬덤은 스타와의 상호소통과 감정적 교류가 활발하고,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런 점에서 버츄얼 휴먼의 팬덤은 셀러브리티 팬덤의 성격과 유사해질 가능성이 있다.
셀러브리티 팬덤의 대표적인 예는 케이팝 아이돌 팬덤이다. 케이팝 팬덤은 디지털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3세대로의 변화를 겪어왔는데, 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버츄얼 휴먼 팬덤에 새로운 시선을 더할 수 있다. 특히, 육성형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산 단계에 직접 참여해본 ‘3세대 팬덤’은 과거에 비해 양적으로 확장한 동시에 주체성과 기획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1) 스타와의 소통은 점차 쌍방향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애정을 기반으로 스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소비자 행동주의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팬과 스타의 상호작용에서 관계성, 진정성 등이 중요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