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개되는 첫 작품이라 시청자들 반응이 궁금하고, 때론 무서웠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중들의 첫 피드백을 들어본 소감은요?
피드백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보게 되고 들려오는 반응들이 있죠. 좋든 아니든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만큼 열심히 봐주시는 거니까요. 아무리 대본을 써도 어디에 내놔야 할지 몰라 막막했고, 막상 내놓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시간이 꽤 있었거든요. 다만 그런 다짐은 해요. 칭찬에도 비판에도 크게 휘둘리지 말고 내 글을 쓰자. 이 다짐은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었나요?
있어요.(웃음) ‘작가의 사랑관은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건가 보다’라는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정확했거든요. 또, 제 이름을 부르며 ‘지은아, 오늘 재밌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써’ 하는 댓글이 있었어요. 간만에 소리 내서 웃었죠. ‘알았어, 앞으로도 그렇게 쓸게’ 하고 댓글을 달고 싶을 정도였어요.
작가님은 그럼 ‘잘 먹이고, 잘 재우는’ 사랑을 누구에게 받으셨을까요?
부모님이죠. 언젠가 아빠가 제가 갓난아기였던 시절을 회상하시며 ‘똥도 먹을 수 있겠더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걸 극 중 허준호 배우의 대사에 녹이기도 했어요. 내 자식 살리는데 내 손에 똥 묻히는 거 괜찮다고, 먹을 수도 있다고요.
극본을 쓴다는 건,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외로운 거 같아요. 부모님 외에 나아갈 힘이 되었던 것들이 있나요?
<무한도전>과 <삼시세끼>, 그리고 청양고추요.(웃음) <왜 오수재인가>를 함께 기획하고 함께 고민했던 제작사 보미디어의 두 대표님들이 큰 힘이 됐고요. 또, 작가교육원에서 만나 오랫동안 좋은 인연으로 지내온 동기들이 있어요. 모두 저보다 먼저 입봉하고 좋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죠.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질투하는 게 아니라 참 부러웠어요.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죠. 내가 그들과 함께 공부했고, 내 글을 그들이 좋아해 주는 만큼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요. 첫 방송 직후 그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하는 연락이 왔고, 본인들의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고마웠어요.
작가님이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다른 일을 하기도 했고, 첫 드라마를 준비하는 시간도 길었어요. 꿈을 향해 가는 노력에 지치고 힘든 시기가 있었죠. 그러던 중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데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구나,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뭔가 안 풀리는 상황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리고 있구나...그러지 말자, 내가 나를 믿고 아끼자, 마음먹었어요. 비슷한 맥락에서 오수재는 오로지 성공만을 향해 질주하느라 한 번도 자신을 제대로 사랑한 적이 없는 인물이에요. 그런 오수재가 공찬을 만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자기 잘못을 깨닫고, 제대로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요. 오수재를 보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아끼고 내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단 것을 느끼시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한데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분명한 건, 변호사 안 나옵니다. 법정도 안 나와요. 당분간 법정은 멀리할 거거든요.(웃음)
드라마 작가로서의 목표는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걸 제대로 쓰는 작가로 살아가는 것, 그게 제 목표에요. 그래서 제 드라마에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작은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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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봉섭
마지막으로, 방송 산업의 커리어를 원하는 지망생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도 이제 겨우 작은 한 발짝을 내디뎠는데요.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자신의 꿈을 소중하게 다루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장 길이 안 보일 때는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아요. 다만 소중하게 찾은 꿈을 버리지 말고, 꼭 갖고 있으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꿈이라는 친구가 말을 걸 때가 있어요. “너 나를 너무 잊은 거 아니야?” 라고요. 그런 때가 꼭 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친구가 이쪽 길로 가보자고 안내하기도 하죠. 저처럼 조금 돌아가도 되니까요, 자신의 꿈을 소중하게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