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3 2022 Spring

    콘텐츠 IP, 장보기 노하우

N Story 4

중소IP, 너도 할 수 있어!

이성민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 중 하나가 ‘슈퍼IP’이다. 세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품절 대란을 불러일으키는 ‘포켓몬’의 성공은 슈퍼IP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슈퍼IP만으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수의 강력한 팬덤의 힘을 바탕으로 조용히 흥행을 이어가며 가치를 높여가는 작은 IP들이 있다.

  • 지난 4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대된 웹드라마 ‘좋좋소’는 시즌 5까지 이어지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최고의 흥행 게임 중 하나인 ‘쿠키런: 킹덤’은 오랜 기간 팬덤을 다져온 IP가 어떻게 슈퍼IP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즉, 콘텐츠IP 산업은 크고 작은 IP들이 팬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과 도약을 반복하는 역동적인 생태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IP, 왜 중요한가?

  • 특히 중소IP들은 콘텐츠산업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존재다. 높은 ‘종 다양성’을 갖춘 생태계가 환경변화 적응에 유리하듯, 중소IP는 콘텐츠 산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한 모두의 적응력을 기르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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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IP는 이용자의 문화적 만족이란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그 어떤 ‘슈퍼IP’라 하더라도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과거와 달리, 대중은 이제 미디어 앞에 모이지 않고 IP 중심의 팬덤 기반의 커뮤니티를 구성한다. 서로 다른 취향에 대한 존중을 확인하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IP를 즐기며 문화적 경험의 깊이를 만들어간다. 즉, 다양한 중소IP가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경험들이 콘텐츠 산업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중소IP는 산업 저변 확대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곧 IP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진 인력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다. 특히, IP 비즈니스는 콘텐츠산업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관련 법률과 라이선싱 등의 전문 인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결국 규모와 관계없이 상품의 다양화는 IP 시장의 활성화, 나아가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기회, 플랫폼

  • '헤먼트 타네자(Hemant Taneja)'와 '케빈 매이니(Kevin Maney)'가 공저한 『언스케일(Unscaled)』은 디지털 플랫폼 기술이 열어준 ‘탈(脫) 규모의 경제’ 가능성을 지적한다. 플랫폼 기술은 과거에 대형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자원을 연계할 수 있게 해주면서,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도 지속가능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소IP를 위한 기회의 장은 이미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등장한 크리에이터와 IP, 그리고 팬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 n4_2 ⓒ BIGC, b.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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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크(BIGC)’는 크리에이터가 자체적인 IP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브랜드 멤버십 페이지를 손쉽게 만들고, 팬덤과의 연결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IP 수익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 ‘비스테이지(b.stage)’는 소규모의 팬덤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에게 팬덤 비즈니스를 위한 서비스를 맞춤 제공한다. 중소규모의 IP도 데이터 기반의 팬덤 연계 활동을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다. 두 플랫폼 모두 크리에이터로서 누구나 성장 가능하며, 자기만의 IP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이어갈 수 있도록 기술적 환경을 제공한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바로 ‘유튜브(YouTube)’다.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자신의 팬덤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 제공은 물론,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 사례다. 실제 유튜브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성장하고, 대형IP와 공존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작점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중소IP의 생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 슈퍼IP만이 생존하는 획일성의 가치보다, 다양한 중소IP들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역동성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풍부한 IP 생태계를 위하여

  • 콘텐츠IP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건강한 IP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소IP들이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먼저, IP의 생명력을 더 오래 이어갈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소수의 마니아, 즉 ‘찐팬’이 형성된 매력 있는 IP라 하더라도, 이들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선 팬덤과의 소통과 인재육성사업 등 후속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추가적인 활동을 통해 팬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전달하고,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팬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새롭고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며 중소IP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종종 음악 시장에서는 매력적인 음악과 아티스트로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팬덤과 관계를 형성하는 역량이 부족해 기회를 놓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팬덤과의 연결을 돕는 플랫폼 등 새로운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활용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IP의 장르 확장, IP 활용 상품의 기획 개발, IP 권리 확보 및 보호 등 새롭게 생겨나는 IP 업무들에 대한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IP의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 중 하나는 IP 비즈니스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업 전체에서 IP 특화 전문 인력의 수요가 급증함을 고려할 때, IP 비즈니스에 특화된 인재 육성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또 콘텐츠 이용자의 풍성한 문화적 경험을 위해서는 슈퍼IP와 중소IP가 공존하는 다양성을 갖춘 IP생태계가 꼭 필요하다. 중소IP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으로, 더욱 역동적인 IP생태계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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