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3 2022 Spring

    콘텐츠 IP, 장보기 노하우

N Story 1

K-콘텐츠와 일상을 파고드는 IP

이재민(웹툰 IP 평론가)

어린아이가 이불 밑에서 손전등을 비춰 피터팬을 읽고 있다. 곧이어 ‘J.K 롤링’이 등장하고, 운동장에서는 <101마리 달마시안>과 <해리포터>, <치티치티뱅뱅>의 악당이 아이들을 쫓는다. ‘메리 포핀스’가 등장해 악당을 물리치고, 제임스 본드는 여왕과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간다. 폴 매카트니는 관객들과 “Hey Jude”를 열창하며 영상은 끝이 난다.

  • london2 © Mike Blake
  • 이는 2010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장면들이다. 많은 사람이 ‘역대급’이라고 말하는 이 개막식에서는 영국의 숨겨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봐. 우리는 세계인이 모두 알 만한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어’라는 근거 있는 자부심. 2년 뒤, 우리는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을 외치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고, 다시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금.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콘텐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가 밥 먹여준다

  • con_1_img ⓒ 넷플릭스
  • “그게 밥 먹여주냐?”

    보통 비생산적이고, 불필요한 일에 열정을 쏟는 이를 나무랄 때 흔히들 이렇게 물어본다. 가수, 만화가, 영화인. 2010년대 이전, 콘텐츠 분야를 장래 희망으로 꼽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2021년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의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 5년간 7,700억 원을 투자해 창출해낸 경제적 파급효과는 5조 6천억 원, 일자리는 1만 6천여 개에 이른다.

    비단 넷플릭스만의 주장은 아니다. 이미 2019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한류 문화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이슈 보고서에서는 문화콘텐츠 투자가 100달러 증가하면, 248달러의 소비재 수출액 효과를 견인한다1)고 밝혔다. 나아가 2022년 ‘K-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보고서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수출이 늘어날 때, 소비재의 수출 역시 1.8배 증가한다2)고 밝혔다. 콘텐츠가 이제 든든한 밥을 먹여줄 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한 것이다.

콘텐츠 IP에 주목하라

  • 사실, 콘텐츠의 핵심은 ‘세계관 체험’에 있다. 콘텐츠를 본다는 것. 특히, 재미있는 콘텐츠는 단순히 재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안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게 한다. 세계관을 구성하는 캐릭터, 서사가 포함된 재미난 IP에 독자들은 울고, 웃으며 잠 못 드는 것이다.

    과거 2000년대에만 해도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영화관과 TV 앞, 도서관 등 별도의 공간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콘텐츠 산업 또한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보상자를 뛰어넘는 만능상자. ‘스마트폰’의 등장은 곧 ‘콘텐츠IP’의 성장이기도 했다. 더 이상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소비자가 각자 필요한 때에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콘텐츠 감상이 비일상적인 특수한 행위에서 일상의 보편적인 행위가 된 지금, 우리의 콘텐츠는 본격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K-드라마의 시작이 된, <오징어 게임>은 46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기록했다. <오징어게임>은 수많은 게임과 패러디 등을 낳았고, IP가 가진 힘과 중요도를 일깨웠다.

  • N1_1 ⓒ 문학동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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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에 이미 성공을 거둔, 그야말로 검증된 IP를 활용한 콘텐츠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어, 드라마 방영을 확정한 <이태원 클라쓰>는 물론, <스위트 홈>과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웹툰 원작 시리즈가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그동안 ‘지나치게 마이너하다’. 혹은 ‘성공할 리가 없다’며 외면받던 IP도 재평가받고 있다. 인기 BL 웹소설인 <시맨틱 에러>는 왓챠 공개 이후 8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 가능성을 엿봤다. ‘분홍색 풍선껌’이라는 설정의 유튜버 ‘벨리곰’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며 새로운 캐릭터 IP의 탄생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 삶에 녹아든 IP

어쩌면 이젠 ‘콘텐츠 IP에 주목하라’는 말조차 의미가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미 ‘콘텐츠IP’는 단순한 활용을 넘어,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 N1_3 ⓒ GS25/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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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건 작가의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은 맥주, 케이크, 냉동만두 등 편의점 식품류는 물론, 직장인인 ‘유미’를 활용한 적금과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첫사랑향 향수’ , <정년이> ‘블렌딩 티‘ 등도 마찬가지다. IP가 독자와 시청자, 청취자, 수집가를 넘어 ‘소비자’로 수렴되는 ‘대중’의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K-콘텐츠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콘텐츠 소비자들의 삶에 녹아들기 위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0년, 영국의 켜켜이 쌓인 콘텐츠들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던 우리가 이제는 그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산업 종사자들이 하나같이 ‘원천 IP’에 열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K-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정부의 지원으로 날개가 달린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신선함과 완성도, 확장성을 가진 ‘원천 IP’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좋다. ‘그게 밥 먹여주냐’는 질문을 받던 이들은 자라서 콘텐츠 강국을 이뤄냈고, 훗날 이들이 ‘두유 노우’ 시리즈가 필요 없는 그 날을 보여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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