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어떻게 영화 제작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고집스튜디오의 안병래 PD입니다. 저는 영화 전공자는 아닙니다. 2006년에 <원탁의 천사>라는 영화의 연출팀에 합류하면서 영화업계에 들어왔는데요, 이때 제작PD 일이 눈에 들어왔어요. 연출은 스크린 안을 보지만, 저는 더 넓게 스크린 밖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작품부터는 제작팀에 합류했고, <김씨표류기>, <불신지옥> 등의 영화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타 영화사 기획팀에 있으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다 제가 정말 만들어보고 싶은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집스튜디오까지 세우게 됐네요.
지난 4월, <불도저에 탄 소녀>가 개봉했는데요. 고집스튜디오가 제작하고, 대표님은 프로듀서로 참여하셨죠.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고를 추적하던 열아홉 살 혜영이 좌절과 고통을 겪고, 그녀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외치는 영화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합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던 느낌 그대로 영화가 나온 것 같거든요.
시나리오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쭤볼게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스토리움’을 통해 매칭된 이야기라고 알고 있어요.
네 맞습니다. 스토리움은 예전에 시나리오 찾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어요. 요즘은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들어가는데요. ‘투고’라는 작가가 제작사에 직접 시나리오를 보내는 시스템이 있거든요. 그렇게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어서 가끔은 꼭 들어가 보게 됩니다.
그럼 그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불도저에 탄 소녀>였던 이유가 있을까요? 작품을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이 궁금해요.
사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게 스토리움을 통해서는 아니었습니다. 한 대형 제작사에 있을 때 처음 봤어요. 하지만, 그땐 상업성이 부족하고 주인공이 여성 원톱이라는 점에서 제작으로 이어지진 않았죠. 그 후로 1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고집스튜디오를 차리고, 스토리움에서 다시 발견한 거죠. 다시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1년간 읽은 시나리오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한창 시나리오를 많이 보던 시기였는데도 말이죠.
점점 시나리오를 판단하는 대표님만의 기준이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절대적으로 ‘스토리’를 중시합니다. SF든 공포든, 어떤 장르든 간에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대체 여기서, 왜?’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거리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현실적인 영화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요. ‘이 상황에서 나도 저렇게 반응할 것 같다.’는 감정이 들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럼 <불도저에 탄 소녀>는 대표님의 공감대를 충분히 샀던 시나리오였던 거죠?
그렇죠. 저는 열아홉의 주인공 ‘혜영’이에게 굉장히 몰입하고, 응원하면서 봤어요. 특히, ‘혜영’이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대로예요. 저는 그래서 이 영화가 혜영이 성장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혜영은 계속해서 물어요. “이게 맞냐”라고요. 그 질문이 마치 저에게 향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이 질문에 담긴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지점이 저에게는 후련하게 다가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