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시대
- © Wake up, 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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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오타쿠’라 불리는 서브컬쳐의 주 소비자에게는 숨겨진 힘이 있다. 바로 좋아하는 콘텐츠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그들만의 ‘소비성향’이다. 이들은 사실 자본주의가 상정하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자와는 거리가 멀다. 같은 상품을 반복 구매하고, 효용성이 없는 물건을 사는 행위는 대중의 눈에는 이해 못 할 행동으로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대중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굳이 이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쿨(Cool)함도 이들의 특성 중 하나겠다.
하지만, 최근 놀랍게도 ‘오타쿠’가 대중의 이해를 얻고 있다. 오타쿠의 순화 표현으로 쓰이던 ‘덕후’는 각종 커뮤니티와 미디어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사용되고, 열렬히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 더 나아가 오히려 무언가에 미쳐 본 열정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기도 한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콘텐츠 장르의 세분화 같은 변화가 맞물리면서 ‘덕후’의 조금 비밀스러운 취향까지 사랑받는, ‘덕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