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렌드 2

메타버스 신대륙, 신직업

글 성미영(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메타버스(Metaverse)’ 열기가 멈추지를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메타버스!’를 기치로 메타버스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투자가 한창이다. 최근의 3D MMORPG 기술의 발전은 현실세계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대화, 사교, 연애, 사업, 창작, 여행, 수업, 콘퍼런스, 세미나, 취업, 창업, 치유,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재테크, 상담 등의 많은 활동을 메타버스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기회의 땅, 메타버스

필자는 얼마 전 칼럼(‘소설 속 상상이 현실로, 기회의 땅 메타버스’)에서 “조만간 메타버스 건축가, 아바타 디자이너, 가상패션 디자이너 등 메타버스의 새로운 직업과 업종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고 소유권과 진본을 보장해 주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러한 새로운 직업과 업종에 결합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의 여러 신대륙 발견 때도 그러하였듯이 신(新)대륙에는 늘 새로운 기회와 신(新)직업 그리고 새로운 부의 흐름이 등장해왔다. 메타버스라는 신대륙에서도 분명 그러하리라.

최근에 메타버스가 더욱 각광을 받는 이유는 메타버스 안의 예술품, 패션 아이템, 게임 아이템, 가상부동산 등의 다양한 가상재화가 현금거래 되는 길이 열리면서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되어서다. 현실세계의 등기부등본 격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발행된 가상재화가 가상화폐로 거래되고,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가 가능해지면서 가상경제와 실물경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렇듯 메타버스 플랫폼이 인터넷을 넘어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행복한 메타버스 생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한번 짚어보자.

의·식·주

메타버스는 ‘다중의 사용자가 소셜 네트워킹과 가상경제 활동을 통해 저마다의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세계와 연결된 실감형 가상세계’로 정의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기존의 VR/AR 공간과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현실과 가상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다. 현실이 가상에 투영되고, 가상이 다시 현실로 투영되는 상호운용에 모든 경제활동까지도 포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메타버스 안에서의 활동이 현실의 경제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이 가능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가 메타버스 안에서도 구현되는 중이다. 미각과 후각의 디지털화가 아직 초보적인 단계라 ‘식생활’이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는 식사 시뮬레이션, 예비 쉐프 훈련이나 요식업 운영 관련 시뮬레이션 등에 VR/AR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의생활’, 즉 패션 아이템들은 이미 가상공간에서 다양하게 디자인되고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아바타와 아바타 패션은 ‘ZEPETO Studio’, ‘Marvelous Designer’, ‘CLO 3D’, ‘Adobe XD’, ‘Sketch’ 등 다양한 디자인 툴로 디자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들이 입는 옷이나 신발, 헤어스타일 디자인 아이템이 ‘젬’이라는 가상화폐로 거래되고 있는데, 이러한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한 젊은 크리에이터의 월 평균 수입이 약 1,500만 원이라는 보도가 있다. 또한, 제페토 이용자들은 구찌, 랄프로렌 등의 실제 신상과 똑같은 모습의 가상 아이템들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고, 로블록스에서는 들고 다닐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구찌의 ‘디오니소스 디지털 전용 가방’이 실제 가방(약 3,400달러)보다 비싼 4,115달러(약 465만 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로블록스, 구찌

‘주생활’에 있어서도 디지털 주택 등이 제작되고 거래되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땅, 즉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부, 명예, 권력을 지배해 왔다. 현실 못지않은 가상의 땅 거래가 이미 서비스 중이다. 지구를 그대로 복제한 가상공간을 창조해 놓은 <EARTH2>에서는 이미 가상부동산 붐이 절정이다. 가상의 땅을 샀으니 다음은 그 땅에 뭔가를 지어야 할 차례다.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이 건축가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한 ‘마스 하우스’는 ‘언리얼 엔진’으로 렌더링 된 최초의 디지털 NFT 주택이다. 이 주택은 실제로 거주할 수는 없고 VR/AR로만 체험할 수 있는데, 암호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ETH) 288개(당시 시세 51만 2,000 달러, 한화 약 5억 8,000만 원)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장래희망 :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메타버스 건축가는 가상세계에서 아바타가 생활하는 공간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직업이다. 메타버스를 실제 세계의 디지털 트윈 개념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으므로 공간 감각, 디자인 감각, 설계력을 가진 현실세계의 건축가가 메타버스 공간 설계를 매우 잘할 수 있다. 다만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세계의 물리 현상이 반드시 완벽하게 구현될 필요는 없기에 일반인도 메타버스 건축가가 될 수 있다. 이미 ‘어반베이스’라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아파트 도면으로 삼차원 주택공간을 실시간으로 설계하고 가구 배치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Floorplanner’, ‘SketchUp’, ‘Planner 5D’ 등의 도구를 이용하면 건축가가 아닌 일반인도 어느 정도 주택이나 건물을 설계하고 꾸밀 수 있다.

지금도 <제페토>, <심즈 온라인>, <세컨드라이프>, <샌드박스>, <로블록스> 등에서 아바타와 아바타 패션 디자인 툴, 나만의 가상공간 저작 툴, 나만의 게임 제작 툴들을 제공하고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은 저마다의 서비스를 위해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저작도구들을 더 많이 개발해서 제공할 것이다.

메타버스 신대륙에 두각을 나타낼 직업으로는, 메타버스 건축가, 아바타 디자이너, 가상패션 디자이너 외에도, 메타버스 게임 디자이너, VFX 시각효과 디자이너, 버추얼 쇼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NFT 매매 중개사, 가상부동산 중개사, 가상스포츠 훈련 코치, 가상전시 큐레이터, 가상투어 가이드, 가상결혼 중개사, 가상이벤트 기획가, 가상직업 소개사, 플레이 투 언 게이머 등 많은 신직업이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에서 살아갈 준비

가상공간에서 오감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가 당장 구현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메타버스 열풍이 테크기업이나 투자가들의 포장용 용어만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의 ‘멀티미디어’나 ‘유비쿼터스’ 등의 용어가 당연한 기술이 되어 사라진 것처럼, 언젠가 메타버스 기술이 생활 속 곳곳에 기본 기능으로 스며들어 더 이상 메타버스라는 표현을 하지 않게 될 날을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해야 한다.

메타버스 개발자의 가치가 하늘을 찌른다. 컴퓨터공학 등 IT 전공자들은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에 덧붙여 메타버스 개발과 관련된 기본개념(데이터구조, 알고리즘, 컴퓨터그래픽스, 컴퓨터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MMORPG 게임 프로그래밍 기술을 충실하게 학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AI 기술이 현실세계보다 더 많이 활용될 것이므로 AI 활용 능력과 데이터 분석 능력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어릴 때부터 VR/AR 환경에 친숙해져야 하고, 메타버스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VR/AR 제작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툴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생활코딩 등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소양도 가능한 잘 갖추도록 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의 다양한 창작 활동에 있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인문학적 소양도 충실하게 갖춰야 한다. 그래야 메타버스 세상에서 많은 것들을 즐기고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을 제도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NFT 기반의 가상경제가 현실경제와 상호운용됨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상자산 과세, 불법 가상거래, 투기나 사행심 조장, 개인정보침해 등의 부작용도 물론 예상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법제도 마련과 관련 규제의 정비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에 일반인도 쉽게 메타버스 공간에서 집을 짓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나보다 멋진 아바타로 신직업, 신(新)인생을 행복하게 살게 될 날을 바라본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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