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반옥숙(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선임연구원)
코로나19가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일상의 단어로 사용된 지 2년이 되어간다. 햇빛을 느끼고 계절의 향기를 맡지 못한 채 각자의 공간에서 버텨오던 2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떤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된 우리의 콘텐츠 이용 습관은 다시금 변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위드 코로나 논의가 시작되던 지난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콘텐츠 이용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결과의 일부를 통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콘텐츠 이용 변화를 예측해 본다.1)
[그림 1]은 최근 3개월 간 콘텐츠 이용 여부에 대한 응답 결과로, 전체 15개 장르 중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방송, 영화, 웹동영상)와 음악, 게임으로 나타났다. 아래 제시된 [그림 2]와 함께 보면, 방송과 웹동영상, 음악 및 게임의 경우 이용 빈도 또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코로나19 4차 대유행 시기(최근 3개월) 동안의 이용자들의 여가 시간과 일상을 채우고 있는 콘텐츠는 영상과 음악 그리고 게임 장르인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오프라인 콘서트와 공연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최근 3개월간 콘텐츠 이용량은 코로나19 발생 전에 비해 증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표 1] 참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혼자만의 콘텐츠 소비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다른 장르에 관심을 가지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즐기며 온라인에서의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최근 3개월간 이용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장르는 책/이북/만화(웹툰 제외)가 42.95%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웹동영상(35.09%), 방송(33.60%), 게임(32.40%), 키즈/교육용 콘텐츠(27.12%) 순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영화의 경우, TV(VOD) 또는 OTT를 통한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극장 관람의 증가로 보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표 1]에서 눈에 띄는 지점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장르에서 코로나19 발생 전에 비해 현재는 이용량이 증가했고, 위드 코로나 시기에는 다시 이용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 패턴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반면 오프라인 콘서트와 공연의 경우에는 위드 코로나 시기가 되면 이용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오래도록 실내에서 제한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해 왔던 이용자들의 갈증과 현장 경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2021년의 콘텐츠 화두였던 메타버스의 경우, 위드 코로나 시기에도 이용자들의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필자의 지인은 2년 만에 찾은 콘서트장에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방역 수칙을 지켜야 했기에, 함성으로 아티스트를 응원할 수도 없고 함께 떼창을 할 수도 없었지만 예전 일상의 한 부분을 되찾은 것만 같아서 눈물이 났고, 객석을 메운 관람객들과 함께 만들어낸 공간의 연대감에 뭉클했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19를 지나오며 콘텐츠 이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경험성의 약화가 아닐까 한다.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된 환경에서도 우리는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라이브 공연의 전율과 감동을 위해, 공간을 가득 메운 열기와 숨결을 느끼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공연장으로 향하곤 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콘텐츠 이용량은 늘어났지만, 우리의 콘텐츠 이용 경험의 다양성과 그 폭은 오히려 축소되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콘텐츠 향유의 즐거움은 잠시 흐려졌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온라인 공간에서 혹은 집안에서 편안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도 좋지만, 함께 느끼고 체험하는 콘텐츠 경험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전히 코로나19의 불안함이 있지만 우리는 조심스럽게 일상의 회복을 기대하며 위드 코로나 시기로 진입했고, 그동안 폐쇄되었던 콘텐츠 향유의 장이 열리고 있다. 잊고 있던 혹은 갈망해왔던 ‘직관’과 ‘체험’의 즐거움을 다시 모두가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