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노윤영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CJ ENM 제공
91.5만 명(12월 3일 기준)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지켜츄>는 친환경을 소재로 하는 인기 웹 예능 콘텐츠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 ‘츄’의 해맑은 캐릭터가 돋보인다. 메시지의 무게감 때문에 자칫 진지해질 수 있는 콘텐츠도 츄와 함께라면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지켜츄>의 홍다애 PD를 만나 콘텐츠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Q 친환경을 기반으로 한 웹 예능인 만큼 콘텐츠 곳곳에 친환경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어떤 의도로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A 시작은 <더 트루 코스트(The True Cost)>라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유통시키는 의류)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다룬 이 작품을 보면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어요. 다만 무겁거나 멀게 느껴질 수 있는 환경 이야기를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전해보고 싶어 기획하게 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작년 예능 콘텐츠 촬영 때 만났던 이달의 소녀 멤버 ‘츄’를 떠올렸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출연자가 친환경 메시지를 전한다면 우리의 기획의도가 잘 전달될 거라 생각해 캐스팅하게 됐습니다. 츄 본인도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데다, 알고 싶은 게 많다면서 의지를 보여줬어요.
Q 말씀하신 기획의도처럼 <지켜츄>는 재미있고 유쾌하면서도 보고 나면 뭔가 남는 게 있어요. 이러한 인포 예능 콘텐츠를 만들려면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A 친환경 관련 아이템을 먼저 선정한 다음, 예능으로서 재미있는 내용을 보태는 식으로 구성을 잡아갑니다. 예를 들어 ‘구제패션’ 회차(츄랑 쇼핑하실 분~? 명품 FLEX로 새 학기 봄 스타일링 7가지)에서는 구제 매장에서 중고 옷 소비 아이템을 먼저 선정하고 이를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룩북, 하울, 컬래버레이션 등의 방법을 찾는 방식이죠. 정보와 재미를 모두 잡는다는 게 여전히 쉽지 않지만 ‘과연 내가 이걸 본다면 재미있고 유익할까?’를 되뇌며 제작하고 있어요. 정보 전달이 중요한 콘텐츠/소재인 만큼, 논란이나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정보의 정확성 및 리스크 예방에도 힘쓰고 있고요.
Q 친환경 관련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첫 회차를 함께해주신 ‘일회용품 없는 카페 사장님’(개밥그릇에 케이크 주는 곳이 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 알바 체험)과 재활용이 어려운 스몰 플라스틱을 모아 튜브 짜개를 만드는 ‘플라스틱 방앗간’(이 세상 플라스틱 모조리 빻아버리는 K-방앗간 클라스 ㅎㄷㄷ)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요즘처럼 친환경에 관심이 생기기 전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실천해온 분들이죠. 그 밖에도 제작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을 알게 됐는데, 이 분들과 그들의 작업물을 최대한 많이 알리는 것이 저와 <지켜츄>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Q 환경 메시지를 내세운 콘텐츠인 만큼 제작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A <지켜츄>의 주요 타깃은 환경 보호 실천이 낯선 ‘보통 사람들’이에요. 생각은 해봤어도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래서 그분들에게 진정성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해요. 또한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경계하고자 합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그런 척’을 한다는 뜻이에요. 친환경 소재의 콘텐츠를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보니, 그런 사례로 느껴지지 않고 진정성이 전해질 수 있도록 특히 신경 쓰고 있어요. 제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제작자와 출연자가 실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죠.
Q 시즌1 때는 콘셉트의 무게추가 ‘환경>츄’였다면 오프 시즌을 지나 시즌2에서는 ‘환경<츄’가 됐다는 의견이 있더군요. 여전히 환경 소재를 다루지만 출연자 츄가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라는 거죠. A 츄라는 출연자가 가진 매력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친환경 아이템에 기반을 두고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Q <지켜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살짝 힌트를 주신다면요? A 12월 2일 업로드된 콘텐츠를 마지막으로 시즌2는 마무리하고, 잠시 재정비에 들어갑니다. <지켜츄>를 보고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올 한 해 <지켜츄>에 보여주신 관심과 사랑 덕에 행복했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한낱 지나가는 유행이나 트렌드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즌3은 내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더 노력해서 돌아오겠습니다.
Q 이제는 PD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어떤 계기로 PD가 되셨나요? A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영상 관련 학과에 진학했는데, 제작 환경을 접하면서 연출을 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영상 관련 일은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그러다 모 신문사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턴 기자로 근무하게 됐는데, 종이 신문이 디지털 콘텐츠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몸소 겪으면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온 미디어에 걸쳐 찾아올 거라 생각했거든요. 연출 기회가 영화보다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특히 호흡이 짧은 숏폼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이 제게 잘 맞았어요. 댓글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큰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덕분에 항상 행복하다고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Q 그간 제작한 콘텐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지켜츄> 전에는 웹 드라마를 주로 제작했어요.(‘영화’라는 꿈의 연장선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알랑말랑>이라는 작품이에요. 짧은 제작 환경 속에서 혼자 기획과 연출, 대본, 편집을 다 맡았거든요. 몇 달 동안 회사 서버실에 매트리스를 두고 쪽잠을 자가며 일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 부은 첫 연출작이기도 했고, 누적 조회 수 2,000만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웹 예능은 <지켜츄>가 처음이라고 하셨죠. 웹 드라마와는 제작 방법이나 중요한 요소 등에서 다른 점이 있을까요? 웹 예능의 매력은 뭔가요? A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웹 예능의 매력 같아요. 웹 드라마는 정해진 대본에 맞춰 촬영하고, 연출자가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지켜츄> 촬영 초반에는 대본을 손에 꼭 쥐고 제 목소리가 들릴까 봐 웃음을 참고는 했어요. 그런데 시청자 중에는 오히려 제작진과 출연자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요즘에는 대본은 넣어두고 직접 출연자와 소통하면서, 친근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PD님이 가장 좋아하는 ‘인생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A 매번 바뀌는 것 같아요. 다만 예전에는 심오하고 어려운 콘텐츠에 흥미가 있었다면 요즘은 웃으면서 보다가 울림이 느껴지는 콘텐츠를 좋아해요. 꾸준히 좋아해온 작품은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2004)인데 감독님 연출 특유의 유머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아요. 미드 <모던 패밀리>도 다섯 번쯤 정주행했을 정도로 좋아해요. 울다가 웃는 식의 온갖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 가지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난 이걸 가장 좋아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예전에는 콤플렉스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소비하는 잡식성이 오히려 제 장점으로 느껴져요.
Q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냥 해야 하는 일, 어쩔 수 없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티가 나요. 제가 출연자에게 애정을 갖고 임한다면 그게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이 됩니다. 결국 콘텐츠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해요.
Q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PD가 되려면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겠죠? A PD는 멀티 플레이어예요. A부터 Z까지 안 하는 일이 없고, 그만큼 필요한 능력도 많죠. 통찰력, 리더십과 카리스마, 소통 능력…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이 다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입니다. 함께 일했던 사람 중에 가장 여운이 남는 사람들도 역시 책임감이 강했던 분들이에요. 그리고 경청하는 힘도 필요합니다. 사람은 혼자서 완벽할 수 없기에 자신과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듣고 배워서 본인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게 중요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콘텐츠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가볍게 볼 만한 스낵형 콘텐츠, 시대의 최근 흐름을 반영하는 콘텐츠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많아요. 다큐멘터리도 해보고 싶고요. 여하튼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를 쉽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 시각을 변화시키는 게 현재로선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