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CCA N 인터뷰 2

작가로서 꿈꾸는 세상 <철수 삼촌> 김남윤 작가 &
<도무지 낡지 않는 이야기>
김혜란 작가

글 권라희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 스토리 부문’ 청년작가상은 푸릇푸릇한 꿈을 꾸는 신진 작가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이다. 글쓰기의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인생의 한겨울에도 올곧게 작가로서 그려낸 세상에 대한 꿈을 꾸는 그들이 올해 이름을 올렸다. <철수 삼촌> 김남윤 작가와 <도무지 낡지 않는 이야기> 김혜란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글을 꿈꾸다, 청년작가상

Q 김남윤 작가님! 김혜란 작가님!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 스토리 부문’ 청년작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 김남윤

  • 너무나 감사하고 기쁩니다. 대학 졸업 후 영상작가교육원과 워크숍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이 길로 뛰어들었고 주로 소설과 영화 부문의 글을 썼습니다. 창의인재동반사업 등을 통해 멘토링을 받으며 각종 공모전에 도전해왔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네요. 영화 보는 건 좋아했지만 수학교육과 전공이라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못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길이 보이는 것 같아 더욱 희망적이네요.

  • 김혜란

  • 저 역시 너무나 기쁩니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 작가로서의 방향을 두고 작가지망생으로서 오랜 시간 글을 써 왔어요.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을 비롯해 공모전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고 마침내 나이 조건상 마지막인 올해 35세 나이로 청년작가상을 수상하게 됐지요. 이 상은 제게 작가로서의 출발점에 있어 값진 동력이면서도, 이제 진짜 시작이니 더욱 치열하게 글을 써야겠구나 싶어 조금 긴장하고 있습니다.

Q 작품 소개를 부탁드려요. 구상하게 된 계기와 배경은 무엇인가요?

  • 김남윤

  • <철수 삼촌>은 기러기 아빠인 형사가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의 범행을 10년 전 미제 연쇄 살인범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진짜 범인이 나타나 형사와 동거하며 황당한 요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매체에 비춰진 형사는 대개 범인을 잡으러 쫓아다니는데, 전 그러한 관계가 역전되고 이들이 한 공간에 있어야만 할 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어요.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한번 끝까지 써 보자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 김혜란

  • <도무지 낡지 않는 이야기>는 이유 모를 남편의 자살로 혼자 남겨진 아내가 남편이 생전에 남긴 이혼신청서를 발견하고 내연녀의 존재까지 알게 되어 과거 행적을 추적하는데, 그 과정에서 남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미스터리 장르이지만, 전반적으로 깔린 멜로적 정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건 남편을 향한 제 감정에서 출발했어요.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는데 제가 오랫동안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도 남편은 무한한 신뢰를 보여줬거든요. 의구심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이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면 남겨진 나는 어쩌지 싶은 두려움이 밀려오더라고요. 물론 제 남편은 멀쩡히 살아있고 충격적 과거도 없으니 이 작품은 철저히 공상에 기반한 창작입니다. (웃음)

Q 작품을 집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 김남윤

  • 많은 것 중에서도 캐릭터 구축과 스토리 설정이었습니다. 예전에 검도를 배울 때 동기 중 한 분이 형사였는데, 매체에서 비춰지듯 근육질의 거친 느낌의 이미지가 아니라, 일반 직장인으로 볼 수밖에 없을 만큼 지극히 평범한 분이었어요. 알게 모르게 그 분에게서 받은 느낌이 캐릭터에 녹아든 것도 같습니다. 저는 작품을 완성할 때 숙성시키듯 시간을 두고 쓰는 편이거든요. 1년 전 구상한 설정에 서서히 캐릭터를 채우면서 스토리를 수정해가는 방식으로 해왔습니다. 스토리와 더불어 캐릭터도 같이 성장하듯이요.

  • 김혜란

  • 캐릭터 구축과 감정의 전달에 역점을 뒀어요. 주인공은 한순간 남편을 잃었고 그가 남겨놓은 미궁 속에 던져진 인물이라, 연속적으로 낯선 사람과 충격적 사건에 맞닥뜨리거든요. 시청자가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면 극에 몰입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가지를 가장 중점에 두고 작업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장치도 고민했고, 애틋함과 절절함의 정서도 전체를 관통할 수 있도록 고려했습니다.

Q 집필하는 동안 힘들거나 어려웠던 일이 있을까요?

  • 김남윤

  • 무엇보다 작품을 쓰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수정 보완을 거듭해야 하는데 긴장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작가 생활 전반을 돌아봤을 때는 작품을 공모에 내서 최종심까지 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가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수가 있는 건 아니라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한 번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그 시간을 이겨 여기까지 왔네요.

  • 김혜란

  • 미스터리 장르이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라, 집필할 때 제 기분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평소 발랄한 제 성격과 같이 이전 작품도 명랑 코미디가 주를 이뤘는데, 이 작품은 극적 상황과 감정에 스스로 몰입한 나머지, 말 그대로 울면서 썼어요. 돌이켜보면 작가로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작가인 내가 그 인물이 되어야 나오는 글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계기였어요. 작업 방식에 있어서도 이전에는 시놉시스를 꼼꼼하게 쓰고 바로 씬 구성으로 넘어갔다면, 이번에는 트리트먼트 단계에 상당한 시간을 쏟으며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Q 각 작품의 사업화 희망 분야를 김남윤 작가님은 출판을 1순위로, 김혜란 작가님은 드라마를 1순위로 꼽아주셨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김남윤

  • <철수 삼촌>은 소설로 원고를 완성했고 출판 부문에서 선정되었어요. 원작이 소설로 나온다면 파생되는 분야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매체 특성이 다르니까 동일하게 볼 수 없지만, 소설은 세부 묘사가 가능한 반면 영화는 장면이나 행동으로만 보여야 하고, 영상화되면서 변형이 많이 이루어지니 어찌 보면 한정적이기도 하겠죠. 소설은 내가 생각하는 그림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도록 세부 묘사를 할 수 있고 그 본질에 가깝게 독자가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있어요.

  • 김혜란

  • 영상 부문을 중심으로 작품을 써왔기 때문에 가장 익숙한 문법이기도 하고요. 특히 <도무지 낡지 않는 이야기>는 70분 기준 4부작 드라마 대본으로 완성했거든요. 드라마는 충분한 분량이 확보되니까 미스터리와 멜로 감성도 충분히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4부작 드라마 제작이 보편적이진 않아도 OTT 등의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으니 기대하고 있어요.
    출판도 2순위로 넣었는데, 미스터리 특성을 살려 소설로 써도 독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러닝타임상 호흡이 짧으니까 미스터리 요소를 보다 강하게 살리는 방향이어야 할 것 같아요.

Q <철수 삼촌>의 두일과 철수, <도무지 낡지 않는 이야기>의 아내 역의 배우를 캐스팅한다면?

  • 김남윤

  • 두일은 형사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니라, 전혀 형사 같지 않은 평범한 가장의 이미지의 배우 분이었으면 하고, 철수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같은, 표정이나 행동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느낌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배우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 김혜란

  • 고민해 봤는데 물망에 올릴 배우가 많아서 꼽기가 어렵더라고요. 작가로서의 바람을 감히 말해보자면, 아내 역은 극중 감정을 격하게 터트리는 장면이 많아서 호소력 있는 눈물 연기로 관객의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실 수 있는 배우 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내가 생각하는 작가라는 존재

Q 작가로서의 첫 시작은 어땠나요?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김남윤

  • 대학 졸업 후 영화 분야로 나아가고 싶었습니다. 영화에 있어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나리오 습작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대학 전공은 수학교육이었지만 군 복무를 하면서 진로를 고민하다가 이 길로 들어서게 됐죠. 작품을 쓰면서 각종 공모전에 지속적으로 도전했고 영화사에서도 일을 하면서 이력을 쌓아왔습니다. 프로페셔널 작가라고 스스로 칭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 것 같지만 워크숍을 통해 계속 성장하고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며 성숙해가는 단계입니다.

  • 김혜란

  • 초등생 때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부터였어요. 특출난 게 없는 저였지만, 글쓰기만큼은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 싶어 희망을 찾은 것 같아요. 대학에서 극작과를 졸업하고, 드라마 보조작가도 했고, 공모전 지원과 탈락의 굴레를 반복하는 시간이 길었죠. 극작과에서도 날고 기는 친구들이 있었고, 보조작가 사이에서도, 공모전에서도 역시 경쟁 구도에 놓이게 돼요. 안 되겠으면 잠깐 물러나 있다가 나만의 회복기를 가지고 다시 해보자고 일어났어요.

Q 작가님만의 글 쓰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소재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 김남윤

  • 전 주로 오전 시간에 글을 쓰는데, 새벽 5~6시 경에 일어나서 사부작거리다가 책상에 앉아서 자료 검색 등을 하면서 머리를 깨우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글쓰기에 돌입합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가벼운 달리기나 산책을 하기도 하고요. 배가 고파질 때까지 글을 쓰다가 시계를 보면 2~3시경 되어 있더라고요. 오후에는 체력이 떨어져서 오전에 에너지를 몰아서 쓰는 편이에요. 그게 저한테는 좀 더 효율적인 시간대인 것 같아요. 소재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찾거나, 매체나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아 자료 조사를 하면서 더욱 구체화해나갑니다.

  • 김혜란

  • 주로 집필은 새벽에 하고 오전 시간에 수면을, 오후 시간에는 자료조사 등을 합니다. 글은 새벽에 집중해서 쓰더라도 오후 시간부터 책상 앞에 앉아 자료를 찾고 필요한 책도 읽고 영화나 드라마도 보면서 글쓰기 모드에 들어가 있어요. 평소 이런 저런 생각과 공상을 해보다가 그중 가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아 작품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Q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 김남윤

  • 무엇보다 나 자신이 보고 싶고 읽고 싶은가. 나부터 보고 싶은 작품이라면 독자와 관객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작품을 통해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기 위한, 독자를 바로 보기 위한 제 방법은 지인 중에 글쓰기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해서 피드백을 받고 그걸 반영하는 겁니다.

  • 김혜란

  • 흥미와 공감을 느낄 수 있는가. 제가 쓴 이야기에 사람들이 솔깃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게, 마음 속 무언가를 툭툭 건드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공감대를 찾기 위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요. 세상을 향한 시야가 열려 있다는 게 중요하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작가들은 균형감을 가져야 해요. 아이템을 찾으면 극작과 동기를 비롯해 극작 스터디 지인들에게 모니터링을 받기도 하고요.

Q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 김남윤

  • 작가로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새롭게 보이게 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해요. 또한 영화나 소설에 있어서는 형식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장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하는데요. 스릴러나 코미디, 액션 장르인 경우 관객에게 설정을 꼭 설득시키려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이야기의 흐름에 타고 갈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혜란

  • 버티는 힘이 중요하죠.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승리한다고 하잖아요.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버티는 힘도 있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버티는 힘이 있고, 또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수정을 해내는 힘도 버티는 힘이겠죠. 후배들에게도 고난을 버티더라도 ‘쓰면서’ 버티라고 말해줘요.

Q 작가님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 김남윤

  • <매트릭스>, <디아블로 2>, <슬램덩크> 등 많네요. 제가 중고생 때 인기 콘텐츠인데, 그러한 콘텐츠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저도 작품을 쓸 때 예술적이 아니라 장르적으로 풀어내려 해요. 순수 문학의 한편에는 장르 문학이 있는 것처럼요. 저는 대중지향적입니다. (웃음)

  • 김혜란

  • 김애란 작가의 소설들,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Q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2022년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 김남윤

  • <철수 삼촌>이 사업화되어 소설로 출간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쓰고 싶기도 한데요. 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야겠지만 SF 장르로 가상세계를 다룬 작품도 구상해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시나리오를 꾸준히 써서 그 작품으로 연출도 하고 싶습니다.

  • 김혜란

  • <도무지 낡지 않는 이야기>의 사업화가 2022년의 목표입니다. 사업화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기회를 주시면, 작품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열린 마음으로 수정 보완 방향을 찾아나가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저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외로움의 공백을 채워주고 즐거움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볼 때마다 새롭고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N

김남윤 작가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 스토리 부문’ 청년작가상 <철수 삼촌>(2021), 한국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 1단계 <래퍼 형사>(2021), 제3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빛>(2020) 각본/연출, 제주로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장·단편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 <포작>(2020) 등에 선정됐다.

김혜란 작가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 스토리 부문’ 청년작가상 <도무지 낡지 않는 이야기>(2021),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4등 <점례는 나의 빛>(2021) 등에 선정됐다.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 스토리 부문
올해 13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 스토리 부문’은 영화, 드라마, 공연, 출판 등 다양한 형태의 원천 스토리를 발굴하는 공모전으로 <태양의 후예>, <닥터 이방인> 등 유명 작품의 원작을 발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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