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사진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지난 12월 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산업 2021년 결산과 2022년 전망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세미나 1부는 ‘숫자로 보는 2021년 콘텐츠산업’과 ‘키워드로 전망하는 2022년 콘텐츠산업’ 2개의 발제로 구성됐다. 한편 2부에서는 콘텐츠산업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다가오는 2022년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더레이터:
최세정(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패널:
고희찬(컴투스 BF사업팀장), 박지은(펄스나인 대표), 변승민(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원동연(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유건식(KBS공영미디어연구소 소장), 정현경(뮤직카우 총괄대표)
최세정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고 계시는 정말 소중한 분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굉장히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주실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먼저 모든 패널분들께 공통 질문을 드립니다. 다가오는 위드 코로나 시기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또는 전략은 무엇인가요?
고희찬
코로나19 시대에 게임이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보인 건 사실입니다. 다만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 소비자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경쟁도 심화될 테니 게임 업계는 이에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매년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자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계획을 잘 실행한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도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업계에서 어떻게 잘 소화해 제공하는가가 숙제인 것 같습니다.
박지은
비대면 상황이 증가하고, 인공지능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해 내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가상 인물이나 아바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캐릭터를 생성할 때 보다 리얼하고,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그래픽 기술이 많이 소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문법이 MZ세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메타버스 리터러시의 유무가 기업과 브랜드의 생존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메타버스 시대엔 다양한 디지털 전략과 이미지 표현,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들이 크게 필요할 것입니다.
변승민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는 시대이지만 기존 영상 산업의 모든 룰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국내외 OTT가 성장하면서 또 다른 시장과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기존까지 웹소설이나 웹툰이 영상화로 이어지는 IP 확장이 선형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이러한 결과가 숫자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전통적인 제작과 유통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영상 산업은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인건비, 제작비가 상승하고 국내에서 나올 수 있는 매출은 한계가 있고요. 반드시 고민했어야 하는 아젠다들이 팬데믹 시대에 한꺼번에 몰려왔고 이제 이를 고민하고 탐구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원동연
2021년 초만 해도 약간의 희망을 가졌습니다만 요즘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영화 산업은 어두운 전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간 공급과잉이었던 영화가 지금은 극장에서 나름 안정적으로 상영 일수를 보장받고, 약간의 이익을 내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 OTT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을 보면서, 비 오는 날 소금 장수 아들과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같은 심정입니다. 영화는 소금 장수, OTT 콘텐츠는 우산 장수랄까요.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의 경계가 없어져 산업 전반적으로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것은 지금껏 소수의 투자자만이 존재했던 이 분야에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자금이 들어오면 우리 IP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건식
방송에 있어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예능 프로그램인 듯합니다. 스튜디오에서 녹화하는 예능의 경우 방청객의 리액션이 중요했는데, 팬데믹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죠. 그런데 <나훈아 쇼>처럼 이를 디지털로 극복하며 방송이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다. 온택트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배웠으니, 내년부터는 언택트와 온택트가 결합한 새로운 포맷을 훨씬 많이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내년에는 많은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어 방송계에서는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코로나 블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현경
팬데믹으로 인해 메타버스가 단연 가장 큰 키워드로 떠올랐죠. 메타버스로 가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새로운 플레이그라운드가 만들어질 텐데, 그것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업자별로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메타버스 안에서 디지털 자산과 기존 콘텐츠가 결합된 형태가 나올 것이란 점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굉장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위기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양극화 현상은 막을 수 없겠지요. 새로운 시대 전환의 흐름을 어떻게 따라갈 것이냐가 저희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세정
2022년을 맞아 각자 어떤 기대와 전략을 갖고 계신지 답해 주셨는데요. 다음은 개별적으로 좀 더 심도 있는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먼저 박지은 대표께 메타버스 상에서 가상 아이돌이 어떻게 태어나고 활동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지은
저희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의 탄생은 우연한 것이었습니다. K팝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끌면서 점점 성장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할까요. 저희도 이터니티를 통해 메타버스, MZ세대 등을 경험하면서 계속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MZ세대에 어필하기 위해선 현존하는 다양한 메타버스 공간에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 이터니티 콘텐츠를 선보이며 팬덤을 모았는데요. 그것이 시작이라면 앞으로는 로블록스, 제페토 등 다양한 공간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터니티의 모습을 그 공간에 맞는 형태로 선보일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팬들이 원하는 것을 캐치해 그것을 기반으로 세계관이나 곡, 춤 등을 완성해 가려고 합니다.
최수정
다음은 유건식 소장님께 미디어 산업 트렌드와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에 대한 대응 방법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유건식
아무래도 요즘 가장 큰 트렌드는 구독 모델인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로 인해 구독 모델이 생활 전반으로 확장된 건 분명하지요. 그 이유는 가성비와 편리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구독 모델은 계속 확장될 것 같습니다.
글로벌 OTT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상파가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선정성, 폭력성과 거리가 먼 한국 콘텐츠의 장점을 살려 드라마화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방송사들의 전략적 제휴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랑스나 스웨덴의 경우 여러 방송사가 모여 OTT를 만들어냈는데, 이런 모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IP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옥>, <킹덤>, <오징어 게임>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저작권이 없으면 더 이상 콘텐츠 사업을 확장할 수 없으니까요. 미국에서는 드라마를 계속 방영할 경우 제작사에 비용을 계속 지급해야 합니다. 재사용 저작인접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최세정
다음은 변승민 대표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OTT 콘텐츠의 특징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변승민
16부작 드라마는 한 번에 보기 힘든 분량이죠. 또 전통적으로 광고 산업에 기반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러닝타임이 70분 정도였지만, OTT에선 30~40분짜리 드라마도 가능하죠. 광고로부터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작품을 볼 수 있는 호흡이 매우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OTT가 가지는 산업적 속성을 이해한다면 앞으로의 전략 그리고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얼마만큼 신규 고객을 유치할 건지, 두 번째는 기존에 있던 고객을 얼마만큼 잡아둘 건지이죠. IP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지식재산권의 소유 문제가 이제는 사업권과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IP를 과연 아티스트 혼자 갖는 게 맞는지 그리고 주도권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맞을지 하는 등의 심층적인 논의와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세정
사실 IP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관심도 커졌죠. 원동연 대표님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IP 확장을 염두에 두시나요.
원동연
과거에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IP의 외연을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어떻게 확장시킬 것이냐를 아예 처음부터 기획합니다. 산업 규모는 사실 게임이 월등히 높거든요. 저희 회사의 경우 게임 회사를 동업자로 두다 보니 현재 서비스되는 웹소설이나 웹툰을 아예 게임화까지 염두에 두면서 픽업하려고 합니다. IP 외연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변화가 생겼지요.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최세정
다음은 뮤직카우 정현경 대표님께 여쭤보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셨기 때문에 그 서비스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큰 것 같습니다. 음악 저작권 거래를 시작하시게 된 이유와 콘텐츠 IP 금융이 일종의 문화 금융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좀 더 부연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현경
저희는 음악의 경제적 가치를 발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기서 방점은 ‘발견’인데요. 음악 저작권이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저희가 발견하고 구현한 거죠. 저희는 음악 저작권에서 우연히 패턴을 보게 됐어요. 그 패턴이 매우 일정했죠. 패턴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예측이 가능하다는 거잖아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안정자산, 상품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요.
저희는 그 점에 착안해서 음악 저작권을 안전한 자산으로 구현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어떤 음악을 IP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앞으로의 평생의 적정 가치를 산정하는 거죠. 현재 화폐의 가치로 다시 환산해서 아티스트에게는 목돈의 형태로 지급하고, 저희는 저작권료 지분에 대한 권리를 양도 받아 그 권리를 조각내 유저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이에요.
저희는 기존의 투자하고는 전혀 영역이 달라요. 팬들, 이 투자자라고 하는 분들도 단순 투자 목적만은 아니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소장하는 큰 재미가 있는 거죠. 투자만이 아닌 어떤 팬덤의 영역까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로 인해 음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그런 플랫폼이라 할 수 있죠.
최세정
마지막으로 고희찬 팀장님께 블록체인 게임을 어떻게 개발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여쭤보겠습니다.
고희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을 때 요즘 새롭게 대두되는 패러다임이 있는데, 바로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입니다. 게임을 하며 경제적 가치를 얻는 것이죠. 게임 업계에서는 자주 나오지 않는, 오래간만에 나온 새로운 가치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과거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은 그 시작점에서 해외 국가에게 모두 밀렸습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열심히 따라잡기는 했지만요. 블록체인 게임 시장만큼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들이 빨리 보완된다면 우리 업계, 또 이용자들이 지속적인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세정
지금까지 말씀 잘 들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또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 콘텐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산업 결산과 전망 세미나
매년 12월 개최되는 <콘텐츠산업 결산과 전망 세미나>는 업계의 흐름과 이슈 분석을 통해 콘텐츠산업 트렌드와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1부는 ‘숫자로 보는 콘텐츠산업’과 ‘키워드로 전망하는 콘텐츠산업’ 발제로 구성되며, 2부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음 해 콘텐츠산업을 그려보고,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